“새만금잼버리, 7조 이상 유무형 가치 창출” 자신...5년간 ‘유치' 자랑하던 송하진 전 도지사, '실패·조롱·정쟁' 전혀 예상 못했나?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8-14     박주현 기자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가 2017년 8월 31일 '새만금잼버리' 유치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대 효과 등을 밝혔다.(사진=전북도 제공)

“새만금잼버리 유치는 전북에 7조 이상의 엄청난 유무형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 세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에 유치하는데 성공한 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그해 8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밝힌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날 송 전 지사는 “(그동안) 세계잼버리 대회는 완공된 지역에서 개최됐지만 새만금지역은 개발을 해야 하는 곳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지금부터 공항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해 전 세계인들이 새만금에서 야영하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하진 전 지사 6년 전 “부안쪽에 위치 잡은 이유, 내변산·마실길 인접해 있고 거기에 숲과 호수가 다 있다?” 

프레시안 2017년 9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프레시안 기자는 송 전 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그늘이 없고, 염분 때문에 나무 식재가 가능한지”에 대해 묻자 송 전 지사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생태수목원 예타가 통과 했다. 일본 대회가 더웠다고 불만을 말해서 우리는 에어컨 나오는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도 화장실을 전부 나무로 만들었다. 우리는 적당량의 샤워가 가능하게 해줄 생각이다. 그래야 항구적 야영장으로도 기능을 할 것으로 본다. 가능하면 그늘 없는 곳에 대한 대책도 만들 계획이다. 예타 통과 했다는 얘기는 수목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이미 검증된 것이므로 충분히 가능하다. 부안쪽에 위치를 잡은 이유도 내변산, 마실길이 인접해 있다. 거기에 숲과 호수가 다 있다.”

그러나 송 전 지사의 장밋빛 청사진 발언들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은 거짓이었음이 6년 만에 드러났다. 송 전 지사는 이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 빼놓지 않고 자랑했던 것이 바로 '2023 세계 새만금 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와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아태마스터스대회) 유치였다. 

두 국제대회 유치를 본인 재임 시절에 이뤄냈다는 자랑과 홍보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8년의 도지사 재임 기간 중 매 연초 기자회견과 공·사석에서 두 대회가 마치 '낙후 전북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처럼 홍보하며 자랑해왔다.

4년 전 “화이부동의 마음으로 각 기관단체 역량 결집...2023 잼버리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것” 자신

2019년 8월 1일(현지 시각)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서밋 벡텔 국립공원에서 열린 제24회 북미세계잼버리 폐영식에서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권익현 부안군수가 무대에 올라 차기 잼버리 개최지인 '2023 새만금 잼버리 대회기'를 이양 받고 힘차게 흔들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새만금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 8월 1일. 송 전 지사는 북미세계잼버리대회 폐영식에서 세계잼버리 대회기를 건네받고 ‘2023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 공식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이 때도 송 전 지사는 “화이부동의 마음으로 각 기관단체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2023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곳에 모인 해외 스카우트 연맹 핵심 지도자 여러분과 4년 뒤에 새만금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전 세계에 알렸다.

당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서밋 벡텔 국립공원에서 열린 제24회 북미세계잼버리장에서 송전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세계스카우트연맹 크레이그 튜르피에 의장, 아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전주의 전통한지로 만든 스카우트 항건을 선물하며 기념촬영하는 모습이 지역언론에 사진과 함께 도배됐다. 

이 때 아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세계 최장 방조제 기네스 기록(33.9km)을 갖고 있는 새만금에서 산, 들, 바다, 갯벌을 과정활동장 삼아 도전과 개척의 스카우트 정신이 표출될 것이다”고 화답하며 '2023 새만금잼버리'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2년 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 청소년 교류 활동의 새로운 표준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장담

2020년 7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인사말를 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이어 2년 후인 2020년 7월 2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자리에서도 송 전 지사는 “새만금잼버리는 생태·문명 선진국인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전북지역이 아닌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이날 조직위 창립총회에서 송 전 지사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 청소년 교류 활동의 새로운 표준이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역사적 위기마다 인류에게 힘이 됐던 연대 의식과 인류애, 협력·소통, 계몽주의적 가치를 잼버리를 통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국에 알렸다. 

또 송 전 지사는 성공적인 새만금잼버리 개최를 위해 △사업수행 주체인 조직위의 세밀한 준비·운영 △범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체계인 정부지원위원회 구성 △대한민국 문화·관광·산업자원을 활용한 잼버리 콘텐츠 발굴 활용 △민간참여 확대를 통한 범국민적 축제로의 승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잼버리 붐 조성 방안 발굴 △부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조기 구축 등을 강조했다. 

이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송 전 지사는 자신이 민선 6기와 7기 재임시절 유치한 두 국제대회인 아태마스터스대회와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치적으로 내세우며 성공적인 대회를 자신해 왔다.

아태마스터스대회 이어 새만금잼버리 실패...송 전 지사, 왜 그토록 자신했을까?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 세계 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으로 결정되자 황현 전북도의회 의장이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를 업으며 환호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그러나 코로나19의 복병을 만나 아태마스터스대회는 1년 연기되고 새만금잼버리는 본대회 1년 전인 지난해 치렀어야 할 프레잼버리가 취소되는 등 불안한 징후를 보이더니 결국 올해 5월과 8월 연속 개최된 두 국제행사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 

8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내겠다며 자랑했던 아태마스터스대회는 ‘동네잔치’, ‘허상’, 고비용 저효율' ‘낙제점’ 등의 평가를 받았고, 새만금잼버리는 더 참담했다. 대회 중반에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하는 최악의 잼버리란 오명 속에 부실 준비와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와 감사·수사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대회를 유치하고 무려 5년여 동안 준비해 온 송 전 지사가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그토록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며 많은 공을 들였던 새만금잼버리가 파행 속에 막을 내리며 여야 정쟁으로 확산, 온 나라가 시끄러운 판국에 송 전 지사는 왜 얼씬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지 많은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참담한 새만금잼버리 실패 이후 정쟁·조롱거리...야영장 바라보며 도민들 고통·수치 감내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내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사진=전북도 제공)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3선 도전 실패 이후 도정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하지만 자신이 재임 시절 이룬 치적임을 그토록 자랑했고 많은 경제적 효과를 자신했던 만큼 참담한 실패로 이어진데 대한 설명과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를 믿고 8년이나 전북도정 수장으로 지지해 준 전북도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이다. 

지금 전북도민들은 참담한 새만금잼버리 실패 이후 정쟁·조롱거리가 된 새만금 야영장을 바라보며 고통과 수치를 감내하고 있다. 그 고통과 수치는 지난 30여년 동안 미완의 새만금을 바라보며 감내했던 것보다 몇 배 더 크고 무겁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