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실패 ‘불똥’ 공무원·공기업으로, 차출 지시·불만 ‘속출’..."관계 장관들 경질" 촉구
[긴급 진단] 새만금 떠난 세계잼버리 ‘우왕좌왕’...실태와 문제점(2)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6년의 긴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개막 8일 만에 ‘전격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만금잼버리는 '조기 폐영'의 운명을 맞게 된 채 개영 1주일 만에 장소의 부적격 등을 이유로 주최 측은 전국 8개 시·도로 참가자들을 분산·이동시켰다.
하지만 새만금을 떠난 뒤에도 컨트롤타워 무능과 혼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취지와 무관한 긴급 관광·체험 형태의 짜깁기식 즉흥적 프로그램들인 데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고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안한 잼버리 일정이 전 세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새만금잼버리 플랜B'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전국 8개 시·도 공무원들 “긴급 차출 일방 통보” 불만
정부와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가 잼버리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전국 8개 시·도로 잼버리 대원들을 분산시키기로 지자체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특히 공무원들은 '집단 차출 과정에서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미흡한 준비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충남 홍성에서는 정부가 예맨 대원 175명을 배정한 만큼 숙소와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전달 받았지만 실은 예멘 대원들은 우리나라에 입국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또 충남 당진의 관계당국 역시 정부로부터 보고 받은 나이지리아와 니카라과 대원들은 각각 240명과 20명이었지만, 실제 이곳을 방문한 나이지리아 대원은 단 22명 뿐이었다. 니카라과 대원도 10명에 그쳐 극심한 오차를 보이기도 했지만 정부는 통보만 하고 대처는 공무원과 직원들이 아무런 매뉴얼 없이 진행해야 했던 사례다.
여기에 11일 열리는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앞두고 정부가 40여개 공공기관들에 지원 인력을 요청했지만 갑작스러운 요구에 일부에서는 “인력 동원 명령”이라면서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공식 명칭인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POP 슈퍼 라이브’ 콘서트는 당초 6일 오후 새만금잼버리 야영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전 확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1일 열린다는 변경 방침을 조직위가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수정한 것이다.
공기업 직원들 “사고는 누가 치고...요청 아닌 사실상 강제 징발 수준“ 비난
이에 일부 공사 직원들은 "왜 사고는 정부에서 치고, 공공기관을 동원해서 뒷수습을 하느냐" , “전시 동원 명령과 다름없는 정도를 넘어선 행위다”는 글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 필요한 인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처럼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잼버리 폐영식에 참석하는 대원들을 인솔할 인력 1,000여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조직위의 요청에 따라 이를 공공기관에 지원 요청했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잼버리대회 실패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막무가내, 주먹구구로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말은 ‘협조 요청’이지만 거의 전시 강제 징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공기관 직원 차출의 법적 근거가 없고, 진행 인력들의 안전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데도 금융공공기관이 기재부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은 ‘예산’과 ‘임금’을 틀어쥔 ‘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 "새만금잼버리, 역사상 가장 불운한 대회"
이처럼 혼란을 겪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 모습을 지켜본 외신들은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7일(현지시간) 새만금잼버리를 ‘역사상 가장 불운한 잼버리대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위험할 정도로 한국의 역량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BBC는 또 “영국 정부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영국 매체들도 영국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한 이후 새만금잼버리의 폭염 이 외에도 위생·보건 문제를 연일 지적하며 “샤워실과 화장실 문제, 벌레물림 등의 문제로 자녀들이 고통받았다”는 참가자 부모들의 불만을 보도해 이목을 끌었다.
용혜인 의원 “잼버리 파행 충분히 예견... 국무총리·여가부 장관·행안부 장관 경질 촉구”
한편 새만금잼버리 전북 패싱과 관련한 정치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용 의원은 이날 “고작 1주일 동안 진행된 잼버리대회에서 지난 1년간 반복돼 온 윤석열식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국이 밑바닥까지 드러났다”며 이 같이 촉구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을 비롯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함구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뤄 더욱 시선을 끌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