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마스터스대회’ 이어 ‘새만금잼버리’ 마저...두 국제행사 힘들게 유치하고도 이미지 구기고 예산만 낭비, "실망·충격·허탈’"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8-07     박주현 기자

전북도가 민선 6기와 7기 동안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들여 추진해 온 굵직한 두 국제행사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아태마스터스대회)와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당초 기대와 달리 모두 참담한 실패로 이어지면서 도민들의 실망과 충격이 크다.

전북도는 지난 2017년과 2019년 두 국제행사를 각각 힘들게 유치하면서 ‘역대 가장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막대한 지역경제 효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부했으나 준비·운영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는 등 기대치가 허상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800억원대 경제 효과 자랑하던 아태마스터스대회...돌아온 결과는 '초라'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 개막식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특별 공연 모습.

더욱이 최근 새만금잼버리에서 보여주고 있는 안전관리 허점까지 드러내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경제에 악영향은 물론 전북의 이미지만 구기고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2019년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시절 유치한 아태마스터스대회는 2022년에 치르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올해로 1년 연기되면서 예산이 크게 증가한 반면 신청 참가자 수가 저조해 '퍼주기 참가 유도' 및 '선정성 홍보' 등의 문제점들을 노출시킨 채 지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당초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과 분석이 나왔다. .

전북도의회에서도 ‘동네잔치’, ‘허상’, 고비용 저효율' ‘낙제점’ 등의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사업비만 지방비 116억원을 포함해 총 165억원에 달해 직전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첫 아태마스터스대회에 투입된 사업비 21억여원과 비교하면 무려 7배가 넘는 예산을 지출했지만 투자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전주MBC 6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전북도와 대회조직위원회가 추산했던 625억원의 생산소득 유발에 248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 800여억원의 경제 효과는 커녕 지방재정만 축낸 사례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전북도의회 이수진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아태마스터스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월 8일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아태 마스터스대회가 저비용 고효율의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될 것처럼 보였지만 결론은 고비용 저효율의 동네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한 뒤 “코로나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일부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지원금이 등록비의 2배를 넘는 상황은 ‘돈으로 선수를 모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전북도에서 열린 첫 국제행사로 800억원대의 경제 효과를 예상했던 이 대회는 경기장 바깥에서 그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참가자 1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전북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순환관광버스 프로그램'이 제공됐지만 하루 평균 이용자는 많아야 고작 20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

여기에 1인당 5만원 상당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해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장과 관광지 주변 상가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졌다. 

아태마스터스 이어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새만금잼버리, 시작부터 파행 속 '실망' 

2일 밤 늦게까지 진행된 새만금잼버리 개영행사 한 장면.

이처럼 아태마스터스대회가 실패로 끝난지 3개월 만에 개최된 새만금잼버리 또한 시작부터 부실 관리와 운영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연이은 국제행사 실패 사례를 남기게 됐다. 폭염 속 온열질환자와 벌레물림 환자, 코로나19 감염까지 속출하고 있는 데다 부실한 위생·보건시설 관리 등의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새만금잼버리 참가국 중 최대 규모인 약 4,500여명에 달하는 영국 대원들이 철수하고 1,200여명 규모인 미국 대원들도 연이어 철수해 이미 반쪽짜리 잼버리가 진행되고 있어 실망이 크다.

더욱이 영국 참가자들은 서울에서 남은 잼버리 일정을 소화하고, 미국 참가자들도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 미군기지를 선택했다. 이어 철수한 싱가포르 대원 60여명은 대전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해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권 문화관광체험을 할 예정이었으나 설득을 통해 다시 새만금 야영지로 복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영상 미숙한 점들이 잇따라 노출되면서 사실상 새만금잼버리 지휘권이 전북도에서 중앙정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로 넘어가는 바람에 대회는 전북에서 치르지고 있지만 사실상 중앙정부가 직접 지휘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참가자들의 이탈이 늘면서 새만금 야영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문화관광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들이 대거 수정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운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전환됐다.

새만금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안전상의 문제로 6일 밤에 열려던 K-POP 콘서트도 1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겠다"며 "일부 출연진의 경우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밝혀 당초 홍보헸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장소의 공연 무대가 될 전망이다. 

주최지 전북연맹 ‘성범죄 부실 대응’ 문제 제기 후 퇴영 결정 ‘파문’

KBS전주총국 8월 4일 뉴스 화면 캡처

여기에 주최지인 전북연맹마저 한 외국인 남성 참가자의 여성 샤워실 훔쳐보기로 인한 성범죄 부실 대응 사건을 문제 삼아 6일 대원 80명 전원이 퇴영을 결정해 파문에 휩싸였다. 이렇다 보니 잔류를 결정한 참가자들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따라서 전북권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시군 문화체험 행사도 차질이 불가피, 지역경제 활성화는커녕 혈세 낭비와 나라 망신살만 뻗치게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전북연구원 연구자료를 인용해 “생산 1,198억원, 고용 1,098명, 부가가치 406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간접적인 효과를 더하면 생산유발 효과는 총 6,000억원을 넘는다”고 큰 기대감을 낳았다.

그러나 행사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이어져 전북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관광체험을 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등이 뜻하지 않은 잼버리 특수를 누리게 됐다. 잼버리공동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현장 브리핑에서 “정부는 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협조를 받아 총 90개 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했다”며 “스카우트연맹측과 구체적인 일정이 협의 되는대로 관광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말해 새만금잼버리가 사실상 전국 관광잼버리로 변한 형국이다.

부실 운영·관리 총체적 '허점'...막대한 예산 낭비 지적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새만금잼버리를 통해 약 6,000억원대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경제적 효과 대신 전북의 이미지만 국내외적으로 구겨진 양태다.

6년 전인 지난 2017년 유치를 확정한 뒤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코로나19 등의 이유를 들어 치밀한 준비는커녕 프레대회까지 취소함으로써 예상됐던 운영·관리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나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국제행사란 지적이 시작부터 나왔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과 치열한 유치전 끝에 어렵사리 개최권을 전북이 따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연속해서 실패를 보고 있는 것은 대회 유치 이후 많은 시간 동안 치적 홍보에말 열중했을 뿐,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실패에 대한 책임도 불분명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를 탓하고 있고 정치권은 여야가 '네탓' 공방만 벌이며 책임에서 뒤로 물러나려는 모양새다.

두 국제행사를 어렵게 유치하고도 준비와 운영 미숙 등으로 결국 흥행에 실패한 데 대해 무엇보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