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잼버리'된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 놓고 정치권 ‘네탓’ 공방만...연일 ‘비난’ 수위 높이는 국내외 언론들, 왜?

[뉴스 큐레이션] 2023년 8월 6일

2023-08-06     박주현 기자

"폭염뿐만 아니었다"…외신이 전한 잼버리 철수의 변

잼버리 1년 전 소름 돋는 예견…당당했던 김현숙 장관 재조명

윤 대통령 "잼버리에 한국 관광 프로그램 긴급 추가하라"

국민의힘 “잼버리 예산 1,000억원 적절히 사용됐나? 의심된다”

“사체도 만져선 안돼”…스치기만 해도 물집, 잼버리 복병 ‘화상벌레’

"문정부 부실 준비" "윤정부 안일함"…여야 잼버리 위기 책임 공방 

잼버리, 그나마 기대했던 'K팝 콘서트'마저 취소 

"6천억 효과", "대회장 활기"...의아한 '잼버리 띄우기’

여가부-전북도-조직위 등 책임 ‘핑퐁’...따가운 ‘비판’ 

6년의 긴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폭염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개막 5일 만에 각국 참가자들이 대거 이탈·철수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언론들이 연일 비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잼버리대회의 파행 운영을 놓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해 여성가족부(여가부)와 행정안전부(행안부) 등 정부 관계 부처, 전북도,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 등이 '핑퐁'을 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새만금잼버리가 운영 미흡 논란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국회 전체회의와 국정감사에서 새만금잼버리대회 운영의 위험성을 지적한 국회의원의 예측과 이와 반대로 시종일관 당당했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 모습이 뒤늦게 재조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국회서 문제제기...이원택 의원 '지적'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 당당히 맞서 

잼버리 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인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수시설이나, 화장실, 급수대 등 시설들이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 될 수 있다”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준비가) 늦어진 건 농식품부나 해수부, 새만금청과의 사용 허가 변경 절차인데 거의 완료됐다”고 대답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장관은 관련 질의에 대해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 있는 태도로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코로나19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다 점검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이원은 새만금잼버리 유치 당시 '세계잼버리 유치 실무총괄'을 맡고 있었다. 그는 또 전 전북도대외협력국장으로 새만금잼버리 유치 당시 아프리카 31개국을 돌며 홍보하는데 노력하는 등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의 측근 인물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새만금에 잼버리가 유치된 배경을 잘 아는 의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국감에서 이 의원은 심지어 “두고 봐라. 나중에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할 정도로 자신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기존의 당당함을 잃지 않아 최근 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부실, 예견된 ’인재‘...외신들 폭염 외에 보건·위생 문제점 등 제기

KBS전주총국 8월 4일 뉴스 화면 캡처

이번 잼버리대회 부실 논란이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외신들도 연일 새만금잼버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와 벌레물림 환자, 코로나19 감염자 등의 속보를 내보내면서 잇단 참가국의 철수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지원 지시 및 방침에도 외신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의 철수는 최근 발생한 피해와 부정적 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국 정부에 큰 타격이자 큰 당혹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무제한' 에어컨 버스와 냉수 트럭을 주문하고 수백 명의 봉사진 및 의료진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상황 개선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또 잼버리 참가자 인터뷰를 통해 "언론 취재의 접근이 제한됐다"고도 지적했다. 

<로이터>도 영국과 미국 참가자들의 철수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해당 기사는 "조직위와 한국 정부가 타격을 입었다"며 "새만금 잼버리가 토요일 오후 중단 요청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로이터>는 "폭염으로 행사에 참석한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자 학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날 BBC방송,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영국 주요 언론들은 새만금 야영장에서 철수한 자국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문제점들을 보도했다. 특히 4,500여명의 가장 많은 참가국인 영국의 한 참가자 부모는 BBC 인터뷰에서 “자녀가 수천 파운드(수백만원)를 모아 참여를 준비해 왔다”며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 “잼버리 계속 진행”, 윤 대통령 “관광 프로그램 추가” 지시...새 국면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파행 운영을 빚고 있는 새만금잼버리와 관련 5일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룸에서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잼버리 중지 요청에도 일정대로 대회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또 앞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잼버리에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하면서 새만금잼버리는 전북과 새만금을 널리 알린다는 당최 취지와는 다르게 전국 유명 관광지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6일 새만금잼버리장 예정 'K-팝 콘서트', 11일 전주월드컵경기서 개최하기로 

또한 이번 새만금잼버리 조직위가 자랑해왔던 'K팝 슈퍼 라이브'도 취소된 채 일정이 변경됐다.  6일 오후 8시부터 부안군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 예정이던 'K팝 슈퍼 라이브'는 오는 11일 다른 장소에서 개최된다.

6일 새만금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이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새만금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 인력과 이동 조건 등을 종합한 결과 퇴영식인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슈퍼 라이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서울을 포함한 평창, 경주, 부산 등 각 시·도에 협조를 요청해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알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모든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여야 정치권에선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전 정권’, ‘현 정권’의 책임으로 서로 전가하면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투입된 1,000여억원의 예산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새만금잼버리는 두고두고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