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환자·중도 포기자 '속출', 프로그램 대거 '중단', 뒤늦은 ‘정부 출동·지원’...“현실판 오징어게임” 비난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8-05     박주현 기자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폭염 속에 개막한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 참가자들 중 온열질환자와 벌레물림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가운데 뒤늦게 정부가 현장으로 출동하며 이제야 신속한 지원을 하고 나선 모양새지만 참가자들의 이탈 현상은 막지 못하고 있다. 

4일 새만금잼버리 파행 운영을 예상한 듯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날 오후 새만금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폭염 대응 상황과 편의시설 등을 점검했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높다.

한 총리 “정부 나서 대회 책임 책임지겠다”...뒷북 대응

폭염재난 대책 등 준비 소홀로 지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총리는 이날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새만금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58개국에서 찾아온 청소년과 학부모, 선생님 4만 3,000분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전력을 다하겠다”며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모든 중앙 부처와 다른 지자체들이 합심해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를 지원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적극 소통하면서 남은 일정을 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 참가한 인원은 한 총리가 말한 인원보다 훨씬 적은 3만 9,304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한 총리의 브리핑에 함께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전 세계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최우선으로 챙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지금까지는 지방정부가 (잼버리 대회를)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왔다”고 덧붙였지만 역시 늦은 대응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미 새만금잼버리 참가자들 중에는 3일까지 1,486명이 잼버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들 중 벌레물림 환자가 383명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 발진 250명, 온열 증상 138명 등의 순이었다. 이 외에도 참가자들 중 코로나19 환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5일 오전 0시 기준 영지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모두 70명으로 이 중에는  외국인 65명, 내국인 5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 누적 28명 환자 대비 42명이 늘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감염 환자는 더 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 야영 생활에 큰 문제는 없을 보고 있다"면서 "참가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집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알인한 준비에 이어 부실한 관리까지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사전 준비기간 충분했음에도 뒤늦게 변죽 울리는 꼴...6일 ‘케이팝 페스티벌’ 최대 고비

KBS 8월 4일 뉴스 화면 캡처

무엇보다 폭염 대비가 부족해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본적인 화장실·샤워실 시설이 부족한 데다 비위생 문제까지 불거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판이 확산되고 대회장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가 나서서 진화에 나섰지만 사전 준비와 예방 기간이 충분했음에도 뒤늦게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4일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 69억원을 의결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날 냉방 대형 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하는 냉장·냉동 탑차 무제한 공급을 긴급 지시했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 의해 큼지막하게 보도됐다. 행안부도 3일 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히 지원하는 등 뒤늦은 지원에 그동안 지자체와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하고 대응해 온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온열질환과 벌레물림 환자 외에도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오는 6일 대집회장에서 열릴 예정인 K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케이팝 페스티벌’을 앞두고 또 다시 개영식에서처럼 많은 참가자들 중 탈진과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직위 차원의 대응 메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위생적 화장실·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 안일한 운영 등 '문제' 

게다가 규모가 큰 제6호 태풍 '카눈'이 대회 기간 중인 9일께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란 예보도 나왔다.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5일 가장 많은 참가국인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고, 이미 참가자들의 철수가 이뤄진 가운데 연쇄적인 이탈 도미노 현상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잼버리 기간 중 지역의 주요 관광지와 전통문화를 소개할 예정이었던 전북지역 14개 시·군은 당장 걱정이 크다. 또한 전북도와 조직위가 잼버리 유치 이후 기대하며 자랑했던 수조원의 경제효과는 커녕 국격 실추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만금잼버리가 끝내 파행 국면을 맞은 것은 그동안 수많은 우려와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고집과 독선으로 밀어붙인 전북도와 조직위에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해 프레잼버리 취소 이후 숱한 문제점들이 노출됐지만 안이하게 폭우와 폭염에 대비해 온 데다 대회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끈 일등공신 누구?

그럼에도 스카우트 정신만을 강조하며 무탈할 것으로 자신했던 전북도와 조직위는 결국 많은 온열질환자와 코로노19 감염 확산, 각국 참가자들의 조기 퇴영에 이르기까지 새만금잼버리의 파행을 이끈 일등공신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외에도 이번 새만금잼버리의 파행 운영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잇따랐지만 이를 무시한 여성가족부(여가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폭염 대비책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여가부는 장관부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철저히 달랐던 안일한 대회 운영 탓에 국격을 높일 기회였던 행사가 '나라 망신'의 빌미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높은 이유다.

각종 프로그램 중단, 이탈자 속출...“현실판 오징어게임” 비난

한편 1,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일부 참가자들의 중도 포기 사례가 늘면서 조직위는 결국 클리닉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영내 프로그램 173개 중 170개를 아예 중단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오늘 영내에서는 3가지 프로그램만 운영된다”며 “활동량이 많은 프로그램은 운영 중지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더위를 피해 덩쿨 터널 등에서 하루를 보내는 등 프로그램 취소 사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대원들이 하루 종일 걷고만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위가 세계에 약속했던 '꿈의 잼버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홍보 브로셔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조직위가 홍보한대로라면 화장실은 4,800개로 현재의 10배 이상, 샤워 시설도 5,000개가 마련됐어야 하지만 지금 잼버리 현장 화장실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오물이 곳곳에 묻어 있는 모습 속에서 오죽했으면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6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무색하게 한 대목들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