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총체적 안전대책·운영관리 ‘비상’ 속 언론 '취재 제한'까지?...'안전불감증·폐쇄성' 자초 논란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새만금잼버리)'가 시작 전부터 안전시설 미비로 내내 구설에 오르더니 개막부터 운영 미숙을 드러내며 가관인 양태다. 전 세계 150여개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입영하자마자 온열질환을 잇따라 호소하는 등 개영식에서는 8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집단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소동이 벌어졌음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고도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는 '중환자는 없다'는 논리로 경미한 사안으로 여기며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 불안감을 되레 고조시키고 있다.
잼버리조직위 ‘델타 구역’ 취재 제한...당초 약속과 달라 ‘비난·의구심’
시작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 감염환자까지 나온데 대해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며 운영 미숙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직위는 당초 언론에 허용했던 취재 장소인 새만금잼버리 야영장 중 ‘델타 구역'을 통제해 의구심은 물론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주최 측은 개막을 앞두고 '자유롭게 취재해도 된다'고 해놓고 연일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개영식 바로 다음날인 이날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해당 구역에서는 화장실 관리가 엉망이어서 악취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불편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곳이자,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조치다.
대회 조직위는 "앞으로 델타 구역에 들어가려면 취재 시간을 정해서 스카우트 운영요원(IST)과 동행하라"고 취재진에게 공지했다. 이는 개막 당일 조직위가 내놨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빈축을 살만 하다. 국내 행사도 아니고 조직위의 주장대로라면 무려 전 세계 150개가 넘는 국가에서 4만 3,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 행사다.
실제 참가 인원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의구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어찌된 영문인지 비판 보도가 몇 군데 언론사에서 나갔다고 취재를 금세 제한하다니 동네 행사도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가뜩이나 이번 새만금잼버리는 시기와 장소 선정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음이 잇따라 지적돼 왔다. 강한 폭우와 긴 폭염이 겹치는 시기에다 아직 미완성인 새만금 한 가운데 농지 용도로 사용될 갯벌 부지를 선정해 비만 오면 물웅덩이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온열환자 줄 잇는데도 미온적 태도...’잼버리=생존 훈련‘으로 착각?
다행이 아직 많은 비는 오지 않고 있지만 올들어 가장 뜨거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잼버리대회 시작부터 폭염특보가 연일 도내 전역에 발효 중이다. 이에 온열환자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세계 잼버리가 극한 상황에서 '생존 훈련'을 하는 것으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전북을 알릴 수 있는 천혜의 장소들이 많이 있음에도 굳이 뜨거운 장소를 선정한 것부터 잘못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잼버리(Jamboree)'는 본래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라는 뜻을 지닌 북아메리카 인디언 언어인 '시바아리(Shivaree)'에서 유래됐다. 1920년 제1회 잼버리를 시작으로 현재 103년에 이르는 긴 역사를 지닌 잼버리가 어쩌면 올해 '최악의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의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애 한 번도 겪지 못했던 팬데믹이라는 시련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즐거움의 '힐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에 모처럼 치러지는 전 세계적인 행사가 환자들이 속출하는 행사로 각인된다면 힘들여 성공시킨 세계 잼버리 유치는 하나마나한 것이나 다름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국제 행사, '프레잼버리' 취소 때부터 ‘불안' 징후
더구나 올해 세계 잼버리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국내에서 개최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 행사이다. 한국의 저력과 위상은 물론 전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본 잼버리대회 1년 전 치렀어야 할 프레잼버리를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조직위가 취소할 때부터 불안한 징후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취소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 잼버리 유치 이후 5년 동안 시설 준비가 미흡했던 요인이 더 크다.
조금만 비가 오면 '진창'이 돼버리는 잼버리 야영장과 숙영시설 배수문제는 개막 직전까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라는 주제로 열리는 새만금잼버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세계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키우기 위한 행사다. 정치적인 행사가 아니다. 그런데 장소와 시기가 너무나 정치적이란 지적이 높다. 왜 그럴까. 누구보다 주최 측은 잘 알 것이다.
“장소·시기 선정 이해하기 어려워...정치적 이용” 비난
장소 선정 시 다른 지역의 대규모 야영장과 무주태권도원 등 전 세계에 전북을 알릴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장소가 많았음에도 왜 굳이 나무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청소년들을 풀어놓을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장 비가 많이 오거나 뜨거운 시기, 태풍이 잘 발달하는 8월을 고집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계속 나온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지만 현 시대가 직면한 기후 변화, 환경 문제, 평화 등의 이슈를 놓고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질 중요한 행사를 너무 가볍게 여기며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닌가 하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반성과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도 1주일 넘게 남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최대한 안전하게 우리 청소년들이 즐기다 가도록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더 이상 감출 이유도 없다.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이며, 온열질환자며, 또 중도 포기하고 귀국하거나 귀가한 인원들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취재 공간도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국제 행사답게 개방적으로, 자유롭게 운영해야 한다.
주최 측 안이한 대응·폐쇄적 운영 시스템, 이대론 안 돼
조직위는 개막 브리핑에서 "델타 구역 입장은 가능하냐?"는 취재진 질의에 "막지 않는다"고 답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허술한 시설로 인한 참가자 불편 등에 관한 비판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자 취재 지원 방침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이라면 이제라도 취소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소통을 더욱 강화하길 바란다.
그래야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를 안전사고 등을 미리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언론사들 사이에는 가장 기초적인 잼버리 참가국과 참가자 수조차 들쭉날쭉 서로 다르다. 온열질환자 및 코로나19 감염자 정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헷갈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주최 측의 안이한 대책과 관리, 폐쇄적 운영 시스템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