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살리자” 줄서기 추태, 이상직 민주당도당위원장 단독 출마하던 날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 뉴스 톺아보기] 2020년 7월 28일(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재무관이었던 토머스 그레셤이 내놓은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뜻을 지닌 경제용어가 새삼 떠오르는 아침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이런 말들이 허다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통용되고 있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쫓아낸다’는 의미이지만 ‘포기하면 결국 악화에게 우리 사회를 내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료의 가치가 큰 것은 사라지고, 작거나 문제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잘 유통되는 좋지 않은 현상이 일상에서 자주 목격된다.
7월 28일 화요일, 전북지역 언론들은 전날 발생한 두 건의 정치의제를 대대적으로 다루며 흥분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이상직 단독 출마’
‘전북도의회, 이스타항공 적극 해결 촉구 잇따라’
‘정부, 전북도 이스타항공 살리기 나서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단독 출마소식과 동시에 전북도의회발 ‘이스타항공 살리기 촉구’ 목소리를 비중 있게, 공통적으로 다루었다.
이스타항공에 대해 많은 의혹을 제기했던 방송들도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에 단독 출마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며 ‘새로운 변수’로 주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특정 정치인을 슈퍼 여당의 지역위원장직에 단독 후보 방식으로 추대, 합의 또는 결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시민들의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는 많은 지역언론들의 지면과 영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전주MBC가 그나마 “이상직 의원이 민주당 도당위원장에 단독으로 출마해 파장이 예상된다”는 기사와 함께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향토기업을 자처했던 이스타 항공이 군산-제주간 노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따른 도민피해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도의회 의원들의 발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도했다.
방송은 기사에서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항공사 착륙료 명목으로 지난 4년간 12억 원을, 이에 더해 2018년부터는 손실보전금이라며 4억 6천만 원을 지원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이스타 항공 살리기에 모든 도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나와 논란을 더 키웠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갑자기 신상발언을 신청한 박용근 의원은 전라북도 등 자치단체와 기업, 그리고 모든 도민들이 나서 이스타 항공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다 거부당한 박 의원이 민주당 도당위원장으로 이상직 의원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돌연 친 이스타 발언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들 중에서는 전민일보가 이날 1면에 ‘이상직, 민주도당위원장 단독후보 등록 논란’이란 제목과 함께 비판의 소리를 유일하게 전달해 시선을 끌었다.
신문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선거에 이상직 의원이 단독 출마한 가운데 이스타항공과 관련, 다양한 의혹과 문제점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 의원의 이번 도당위원장 출마가 ‘서울에서 압력이 있었나’라는 추측이 있는 가운데, 김성주 의원이 양보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돌았다”고 썼다.
그러나 이 신문 역시 3면에선 전북도의회에서 전날 릴레이처럼 이어진 ‘이스타항공 대책마련 촉구’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하필 이상직 의원이 민주당도당위원장에 단독 출마하던 날 민주당 일색인 전북도의회 의원들은 ‘이스타항공 파산 위기로 1,600명 실직 공포, 지역경제 살리기 위한 정부의 해결방안 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이스타항공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용근·김정수 도의원이 ‘이스타항공 대책마련 촉구’ 발언으로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역언론과 지방의회의 극성스런 이스타항공 살리기 차원의 보도와 발언에 대해 “‘눈치 보기’를 넘어 ‘줄서기’로 돌아선 행태”라는 따가운 비판과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인수협상의 난항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이스타항공과 반 년 가까운 체불임금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1,600여 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을 팽개치고 자녀 등 일가와 측근들을 경영일선에 참여시키고 본인은 선거와 정치에 몰두하고 있는 창업주 이상직 의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더구나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에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드러난 창업주와 일가에 대한 편법증여 및 탈루의혹 등이 명확히 규명되거나 해명되지 않았고, 지난 총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이 의원의 선거법 위반 논란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선거철만 되면 텃밭처럼 여기며 표심에 공을 들이는 민주당이 전북지역 최고 책임자에 가뜩이나 세간의 많은 의혹과 구설수에 휘말린 정치인의 단독 출마를 묵인 또는 추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 직원들과 조종사노동조합원들이 그동안 민주당 중앙당과 전북도당에 이스타항공 장기 체불사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조사와 대책은 고사하고 당사자를 전북도당위원장으로 확정한다면 저항과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아무리 정치적 논리와 절차의 하자 없음을 강조하지만 정치든 경제든 악화에게 우리 사회를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7월 28일(화)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의 관련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전북도, 항공대책 주먹구구” -2면
민주 도당위원장, 이상직 단독 출마 -3면
[사설]전북도민의 하늘길 막혀서는 안된다 -15면
전북도민일보
"군산공항 제주노선 속히 재개해야" -1면
민주당 도당위원장에 이상직 단독 출마 -1면
이스타항공 사태 정부 해결 촉구 잇따라 -3면
‘원팀’ 김성주 통근 결단… 선출까진 진통 -3면
[사설] 전북의 하늘길 끊겨선 안된다 -13면
전라일보
이상직 의원,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추대 -3면
새전북신문
"정부는 더이상 이스타항공 파국 외면하지 말라" -2면
"군산 하늘길 다시 열어라" -2면
민주 도당위원장 이상직 단독 출마 -3면
[사설]정부, 전북도 이스타항공 살리기 나서라 -10면
전북중앙신문
與도당위원장 후보 이상직 단독 등록 -3면
조동용도의원 "군산-제주 항공편 중단 대책을" -3면
전민일보
이상직, 민주도당위원장 단독후보 등록 논란 -1면
“군산-제주 하늘길 셧다운… 전북도 수수방관” -3면
전북도의회, 이스타항공 대책마련 촉구 발언 이어져 -3면
KBS 전주방송
민주당 도당위원장 이상직 출마…이스타 ‘변수’
대한항공도 발 빼나…전북 하늘길 ‘먹구름’
전주MBC
"도민피해 수십억" VS "모두 나서 살려야"
민주당 도당위원장 이상직 접수
JTV
"도민 불편 수십억...제주노선 재개 힘써야"
제주항공 '군산-제주 취항 신청' 논란
민주당 도당위원장에 이상직 의원 단독 등록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