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든 교사든 '인권은 모두 소중'...학생 인권 대 교권으로 나누어서 볼 문제 아냐”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1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년 차인 교사는 1학년 담임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고, 교사들은 해당 초등학교에 조화를 보내는 등 애도가 줄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학생인권 조례 때문이라고 주장해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정쟁 소재로 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의 학교 현실이 어떻길래 2년 차 초등학교 교사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이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 24일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2년 차밖에 안 되는 선생님, 극단적 선택 할 수밖에 없었을까...참담하고 슬프고 미안한 마음”
- 19일 2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충격이었는데요. 선배 교사로서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실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전국의 선생님들이 심정이 다 비슷할 것 같아요. 그 교실이 햇빛도 들지 않았더라고요. 그 교실에서 혼자 그 고통을 감당하면서 얼마나 절망감 느꼈겠어요. 그 절망감을 생각하면서 선생님들은 다 가슴이 무너진다고 이야기하셨고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심정을 사실 전국의 모든 교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거든요. 왜냐하면 모든 선생님이 다 겪는 현실이잖아요. 지난 주말에 보신각에서 집회했는데 거의 만 명에 가까운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였어요. 여기에서 돌아가신 선생님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참담한 교육 현실에 대한 분노 감정이 자리를 만들어 냈고요. 한편으로 보면 교사들의 촛불혁명 같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왜 촛불혁명 같다고 생각하셨어요?
“선생님들이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대해서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에 모이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어떤 단체에서 조직 했다기보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힘을 모아서 바꾸어야 되겠고 함께 추모해야 되겠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지난 촛불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처음에 이 뉴스는 어떻게 보셨어요?
“진짜 정말 놀랍죠. 정말 충격적이고요 어떻게 2년 차밖에 안 되는 선생님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마음 때문에 참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들이 다 들었습니다.”
- 여러 말이 많은데 사건의 개요는 어떻게 파악 하세요?
“언론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한데 그런 것을 다 떠나서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잖아요. 그것이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고요. 선생님은 아마 학교라는 공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걸로 봐서 뭔가 고통스러운 학교 현실이나 교육 현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생활지도하는 과정에 무고하게 아동학대 신고 당했을 때 보호장치 하나도 없이 혼자 감당”
- 뭘 말하고 싶었을까요?
“교사라면 누구나 힘들어하는 악성 민원, 정서·행동 장애 등을를 갖고 있는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 어려운 교육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마음 아니었을까 합니다.”
-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 끊은 건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 다른 장소가 아니라 교실에서 그러한 선택을 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선생님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게 한 원인이 학교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정부나 경찰 당국에서 철저하게 조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충 마무리되거나 진실이 은폐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 사건 직후 서이초에는 조화가 쭉 놓여 있고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교사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뭘까요?
“지금 학부모님들이나 지역 주민의 악성 민원들이 있거든요. 근데 이런 데 시달려도 보호 장치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감당해야 해요. 그리고 학생들을 생활지도하는 과정에 무고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보호 장치 하나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학교에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정서 행동 장애 학생들이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학생들에 대한 대응책이나 교육청의 지원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교사들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모든 걸 교사가 다 혼자 감당해야 되는 교육 현실에 대해 수없이 많은 문제 제기도 있어 왔어요. 근데 교육 당국은 이를 무시하거나 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내놓은 대책들이 하나같이 현장에서 쓸모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교육 당국의 방치가 이 사태를 좀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지점에서 선생님들이 분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이 많은 것 같은데.
“갈등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학부모 입장에서 문제 제기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민원들을 처리할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보통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민원이 들어오면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도 있고 매뉴얼도 있거든요. 그런데 학교에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 보니 교사 혼자서 다 감당을 해야 돼요. 그리고 이러한 민원들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한 이후에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통스럽거든요. 한 반에 학생이 25명 있으면 학부모는 한 50여 명이 되잖아요. 교사 혼자서 50여 명의 학부모를 하루 종일 1년 내내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문제의 핵심은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 아닐까요?
“아니요. 그런 부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학부모님들도 문제 제기할 수는 있다고 보는데 이 의견이나 민원들을 교사가 혼자서 다 감당해야 되고 다 책임져야 되는 거죠. 즉 시스템 부재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러면 어떻게 바꿔야 하죠?
“말씀드렸던 민원 처리 시스템도 학교에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동학대와 관련되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될 것 같고요. 각종 교권 침해에 대해서 관리자들이 책임져야죠.”
- 그러나 담임 교사는 학부모와 안 만날 수 없잖아요?
“그럼요. 만날 수는 있죠. 그런데 각종 문제 제기나 이런 것들을 다 교사가 50명의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처리하라는 시스템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동사무소 같은 데에서도 민원이 같은 게 들어오면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도 있고 시스템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선생님들 교육 활동 위축되면 학생들 학습권 침해로 결국 이어지게 돼”
- 문제 중 하나가 아동학대 부분인 것 같아요. 아동학대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코에 걸면 코고리고 귀에 걸면 귀고리인 것 같던데.
“아동 학대법은 원래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를 예방도 하고 사안이 발생하면 일 처리도 하고 지원 필요하면 지원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에요. 그런데 이 법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채로 학교 내에 교육 활동 과정에서 일어난 일까지 적용되면서 현재 학교 내 아동 학대법 관련해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래서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문제 되기도 하고 여태껏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 신고의 대상이 되니까 선생님들이 신고당할까 봐 두렵고요. 자연스럽게 교육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결국 이어지게 되는 거잖아요. 이 법과 학칙에 근거한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아동학대 문제에서 제외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절차가 없다 보니까 신고당하면 동시에 교사는 긴 세월 동안 경찰 조사, 검찰 조사, 학교 업무에서의 배제 수업 배제, 담임 배제 등등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되고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그것을 다시 보상받을 수도 없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왜 없는 거죠?
“이게 2014년부터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안이 발효되었고 최근에 관련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입법을 지금 국회에서 계속 미루고 있어요. 그래서 이 문제들이 계속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만큼 이제는 입법을 빨리 하루속히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금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 당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있을 수 없는 일인데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폭력 휘두르는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자칫해서 폭력 휘두르는 학생을 제지하느라고 팔을 잡았다거나 했을 때 도리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법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없다 보니 오히려 이런 학생들의 폭력에도 선생님들이 대처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더욱 더 심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부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학생인권 조례 때문이란 것 같은데.
“정부는 이 사태의 원인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선생님들의 교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악성 민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도 혼자 감당해야 되잖아요. 모든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민원 처리 시스템이 학교에는 없어요. 그리고 아동학대 신고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법 개정도 늦어지고 있고 교육부 차원의 별다른 대책이 없어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어려움은 교사 혼자 오롯이 감당하고 관리자의 지원이 하나도 없거든요. 이번에 교사들이 자발적인 대규모 집회는 정말 초유의 사태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은 지금까지 누적된 교사들의 생존권의 문제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할 만큼의 열악한 학교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원인도 제대로 모르고 있고 교육과 대책도 제대로 수립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적 상황을 진보교육감 있는 지역 문제로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 학생인권 조례가 6개 시도밖에 없다면서요?
“맞습니다. 학생 인권 조례에 있는 지역은 6개 지역밖에 없고요. 이러한 여러 가지 교권 침해와 관련되는 상황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학생 인권 조례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교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또 하나가 진보 교육감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교권 침해와 관련되는 부분은 진보 교육감 지역이든 보수 교육감 지역이든 학생 인권 조례가 있든 없든 간에 전국적인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전국적으로 선생님들이 생존권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전국적인 상황을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문제로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 인권과 교권이 같이 지킬 방법 있을까요?
“학생이든 교사든 교직원이든 학부모든 모든 사람의 인권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것을 학생 인권 대 교권으로 나누어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모든 사람의 인권도 소중하고 각자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올해처럼 교권 문제가 핵심적으로 부각된 해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교사들이 처해 있는 현실도 정말 어려워졌다는 거고 이러한 현실이 선생님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권이 보다 더 보장되어야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되었단 생각이 들어요.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국민 여론을 받아서 빠른 대책과 수립과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교사로서 학부모님들을 비롯한 국민들께도 정말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교육권이 보장받아야 우리 학생들과 자녀들도 행복해질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마음껏 가르칠 수 있도록 전 사회가 함께 나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