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는 기업하기 어려운 곳' 논리, 정부가 제공하다니...또 도진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뉴스 큐레이터 시선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와 국내 일부 언론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련 기사에서 전주시에 위치한 전북혁신도시를 기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다시 매도해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을 떠나 전북혁신도시(전주시)로 이전한 지 6년이 지난 후 인력(기금 관리자)이 부족하다”며 문제점 위주로 보도했다.
블룸버그 "국민연금, 전주 이전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5년 전 월스트리트저널 '의제 파급' 유사
블룸버그는 이날 홈페이지에 관련 기사와 함께 전북혁신도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게재하고 “7,710억 달러의 연기금이 서울을 떠난 후 인력이 부족하다. 서울에서 이주한 지 6년이 지난 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리자가 부족하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A $771 Billion Pension Fund Lacks Staff After Leaving Seoul-Six years after move from capital, NPS short of fund managers, Ministry says number ‘quite insufficient’ versus other funds)
그러자 국내 일부 언론들은 블룸버그통신 기사와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의 말을 혼용해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돈 굴릴 사람이 없어서 국민연금이 걱정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기사 내용들을 보면 5년 전인 2018년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국민연금공단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비하한 내용의 기사가 국내 언론들에 의해 의제 파급되는 과정을 다시 떠오르게 할 정도다.
돈 굴릴 사람마저…내 국민연금 괜찮을까 -한국경제TV
블룸버그 "국민연금, 전주 이전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 -연합뉴스
975조원 규모 국민연금, 1명이 2조원 굴려...전주 이전 후 인재 '뚝' -엔디엔뉴스
블룸버그 보도 이후 위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국내 언론사들은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한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조명했다”면서 공히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펀드매니저 숫자 매우 부족?”
그런데 이 기사의 주된 출처가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를 관할하는 주무 부처, 보건복지부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날 연합뉴스와 한국경제TV는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CEM벤치마킹은 202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필요한 펀드매니저 숫자가 812명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는데, 실제로는 올해 기준 437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펀드매니저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며 “국민연금 펀드매니저 1명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평균 16억 달러(약 2조원)로, 캐나다 국영 펀드의 6배를 넘는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또한 “국민연금 관련 위원회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부족이 투자 실적에도 영향을 끼쳐, 지난해까지 10년간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이 일본·캐나다·노르웨이·네덜란드 등에 못 미쳤다”는 내용과 함께 “반면 국민연금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이전 첫해인 2017년 621조 6,000억원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975조 6,000억원으로 급증한 상태”라고도 전했다.
블룸버그와 이를 받아 쓴 국내 일부 언론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제 핵심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한 이후 자산 규모는 크게 증가함으로써 펀드매니저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커졌다는 내용 외에 CEM벤치마킹과 보건복지부가 주장한 펀드매니저의 부족 현상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다시 시작?
국민연금이 굴리는 자산은 전주로 이전한 이후 훨씬 증가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은 그러나 전체 맥락의 흐름에 어폐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지난 3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화를 이루라는 게 핵심 취지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등을 포함해 검토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서울의 일부 언론들에 보도된 배경과 맥을 함께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가 다시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다른 곳도 아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흘린 내용이 미국의 블룸버그에 의해 보도되고, 그 기사가 국내 언론들에 의해 파급되는 과정은 기금운용본부 이전 직후인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파문과 흡사하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해 여론전" 비판
블룸버그통신과 국내 일부 언론들이 전한 대로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을 떠나 전주로 이전한 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수수방관 한 주무 부처에도 책임이 크다. 그런데 이를 두고 후속 대책은커녕 “국민연금의 지방 이전에 따른 결과”라며 “전주 이전 후 서울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 다수가 퇴사했다”고 언론에 흘리며 국정 목표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분위기 조성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이후 인재가 뚝 끊겼다'는 막무가내식 여론전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방해하려는 여론전이자 음해공작과 다름없다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