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 ‘전주 이전 반대’ 발언 파문...2차 공공기관 이전 '찬물', 전북도는 무얼 했나?

진단

2023-07-17     박주현 기자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최근 회사 창립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IC의 전주시 이전 논의에 대해 '인력 유출이 우려되고, 전주로 내려가서 시너지를 낼 만한 부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이 계속 미뤄지면서 전국 지자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전 대상 기관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 없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진승호 사장 “전주로 이전한다면 인력 상당수가 빠져나갈까 걱정...손님도 많이 오는데...”

13일 한국투자공사(KIC) 창립 18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주시 이전'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진승호 사장.(사진=KIC 제공)

게다가 전북도는 지난 3월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 유치 추진단'을 출범시킨 뒤 중점 유치 기관으로 KIC와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을 선정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실무 협의 등 유치 노력의 부재 현상을 드러낸 꼴이어서 '금융중심지 지정'을 말로만 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KIC 진 사장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창립 18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IC 전주시 이전 논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전주에서 KIC를 유치하려는 이유나 배경 등에 대해선 이해가 된다”면서도 “전주시 이전을 통해 (지방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의견을 달리한다”고 운을 뗐다. 

진 사장은 이어 “전주로 이전한다면 인력 상당수가 빠져나갈까 걱정”이라며 “해외 출장도 잦고 손님도 많이 오는데 전주로 가면 여러 가지 소모되는 비용이 많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하면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며 “KIC는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만약 KIC가 전주로 가면 인력이 상당히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논리와 흡사...주목

13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KIC) 창립 18주년 기자간담회 모습.(사진=KIC 제공)

또한 그는 “KIC는 100%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기관이며 인력이 300명 정도에 그친다”며 “KIC도 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해외 출장도 많이 가야 한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KIC를 이전하는 게 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서 지난 3월 서울 재이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제기됐던 논리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인력 확보 어려움과 해외 출장, 클라이언트 방문이 잦은 점 등을 진 사장이 반대 이유로 내세운 것은 전북혁신도시에 이미 이전해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논란에 다시 불씨를 던지는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경숙 의원 “진승호 사장, 정부의 약속 믿고 기다렸던 180만 전북도민 우롱하는 작태” 

이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유일하게 발끈하고 나섰다. 양 의원은 14일 성명을 내고 “진승호 사장이 정부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던 180만 전북도민을 우롱하는 작태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양 의원은 앞서 지난 5월 25일 KIC 본사를 서울에서 전주시로 이전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KIC의 사무소 소재지는 정관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정관에서는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양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이미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근거리로 이전하면 자산운용 중심 금융특화 도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양 의원은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이어 국내 2위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공사의 전주 이전을 통해 전북의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전북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뜻을 모아 한국투자공사 본점의 전북 전주시 이전을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김윤덕, 김의겸,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 김정호, 박영순, 서삼석, 양정숙, 이수진, 정필모 의원(무순)이 함께 했다.

“전북도·지역 정치권 이런 상황 오도록 그동안 무얼 했나?”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는 앞서 지난 3월 전북금융중심지 지정과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 유치 추진단'을 출범시킨 뒤 중점 유치 기관으로 KIC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작 KIC 수장의 이 같은 돌출발언으로 금융중심지 지정 노력은 물론 2차 공공기관 전북 이전 계획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특히 이러한 발언이 나오기까지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많은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사실상 물거품되는 마당에 전주 이전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힐 때 까지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무얼 했느냐”, “도지사는 앉아서 바라만 보느냐”는 목소리가 도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진 사장의 전주시 이전 반대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정치인은 ‘KIC 전주 이전법’을 발의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더욱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KIC는 국내 유일의 국부 펀드로 정부에서 위탁 받은 외화를 해외에 투자한다. 지난 2005년 10억 달러의 운용자산으로 출발해 현재 운용 규모는 1,800억 달러(약 230조원) 규모에 달한다. 설립 이후 KIC가 투자를 통해 창출한 수익은 약 700억 달러(약 90조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