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리뇨 습격’ 시작?...벌써 곳곳 ‘역대급 폭우’ 기록, '더 강하고 더 큰 피해' 대비해야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7-16     박주현 기자

본격적인 여름도 오기 전인 지난 6월부터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더니 최근 역대급 폭우로 전국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3∼5월) 전국 평균 기온이 13.5도로 전국 단위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50년 만에 가장 따뜻했다. 이어 한 달 만에 폭염이 바로 찾아왔다. 

그러더니 최근 지속되는 장맛비는 강한 태풍에 버금가는 위력을 떨치며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번 폭우는 지난주부터 내리기 시작해 다음주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 때문에 전국 대부분 지역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호우주의보와 경보가 번갈아가며 발효되고,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려졌다.

군산, 하루 429.48mm 이상 폭우 기록...1968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 

14일 군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정동 금호2단지 앞 도로가 침수됐다.(사진=군산시 제공)

전북지역은 지난 14일 하루 동안 내린 강수량이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됐을 정도다. 특히 이날 군산은 429.48㎜로 지역관측이 시작된 196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전주(251.5㎜)와 부안(194.5㎜)도 기상관측 사상 7월에 내린 비만 두고 봤을 때 일일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으로 꼽혔다. 이밖에 장수(163.3㎜)와 정읍(149.7㎜)은 역대 7월 중 2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이 집계한 지난 13일 0시부터 16일 오전 4시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가장 많은 지역이 충남, 충북, 전북, 경북, 제주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 중에는 40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진 지역이 11군데나 된다. 대부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들이다.

최근 ‘3일 장맛비’ 누적 강수량 400mm 이상 전국 11곳

그중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충남지역으로 정산 569mm, 공주 510mm, 세종 484.9mm, 계룡 452mm, 부여 440.1mm 등 400mm 이상 비가 내린 지역이 5곳이나 됐다. 충북은 청주 471mm, 백운 414.5mm, 괴산 404mm 등으로 400mm 이상 지역이 3군데로 나타났다. 

이어 전북지역은 익산 498.5mm, 군산 478.3mm, 완주 372.6mm, 김제 328mm, 전주 313.5mm 등으로 역대 7월 중 강수량 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경북지역은 문경 483mm, 영주 358mm, 봉화 356mm로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제주(삼각봉)도 343mm의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서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일 올여름(7∼9월)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90%로 예상했다. 2015∼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내 기상청 역시 지난달 발표한 3개월 기상 전망에서 엘니뇨 발달의 영향으로 6∼8월은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리뇨’이어 ‘슈퍼 엘리뇨’까지 예고...막대한 피해 우려

15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구조보트를 이용해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엘니뇨와 라니뇨는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와 중첩되면서 전 지구적인 고온, 가뭄, 홍수, 폭설 등 이상기후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엘리뇨보다 훨씬 강한 슈퍼 엘니뇨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슈퍼 엘니뇨란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 엘니뇨 때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세기 들어 이상기후 현상과 함께 나타나는 슈퍼 엘니뇨는 지난 1982년과 1983년 처음 발생해 11조 7,000억원의 경제적인 손실과 2,0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케 했다. 이로부터 15년 후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 때에는 막대한 경제 손실과 함께 2만 3,000여명이 희생됐다. 국내에서도 남부지역에 300㎜ 이상 집중호우가 내려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에도 폭염과 재산·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슈퍼 엘리뇨가 더 이상 10년 이상의 긴 주기가 아닌 7~8년으로 좁혀졌다. 그 위력 또한 더욱 강해졌다는 게 기상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이상기온과 비례해 더욱 거대해진 슈퍼 엘리뇨는 폭염 뿐만 아니라 강한 폭우까지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해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이례적 폭우 곳곳서 발생...경제 '위협'

진안군 정천면 도로에서 13일 오전 5시 40분쯤 바위와 토사 등이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이미 올들어 미국 남부 텍사스, 중국 베이징, 남미 에콰도르 등지에서 이상 고온 및 가뭄이 발생하면서 슈퍼 엘리뇨의 징후를 보였다. 각국에서 무더위와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3시간 만에 18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고, 인도 북부에서는 40여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해 최소 37명이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외에도 중국,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이례적 폭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슈퍼 엘니뇨가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 기상전문가인 반기성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은 지난 6월 27일 열린 ‘서울경제TV 금융혁신포럼’에서 ‘기후위기와 금융’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를 통해 “기후변화로 엘니뇨는 더 강해지고 잦아질 것이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 '엘리뇨-슈퍼 엘리뇨 대책' 마련해야

새만금잼버리 야영장 부지 전경(1개월 전 자료사진)

이날 반 소장은 “슈퍼 엘니뇨 발생 시 5년간 경제성장이 둔화돼 세계 경제에 최대 5조 7,000억 달러의 피해를 줄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엘리뇨가 이미 90% 가까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슈퍼 엘리뇨가 시작됐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역대급 폭우와 폭염을 단순한 기후 변화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만 바라볼 때가 아니다. 엘리뇨와 슈퍼 엘리뇨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나가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