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뜻과 기원은?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3-07-15     이화구 객원기자

오늘도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데다,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올해 장마가 길 것으로 전망된다니 건강관리 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갑자기 '장마'라는 단어가 순수 우리말인지 아니면 한자인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순 우리말이란 주장도 있고 한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마는 주로 여름철에 여러 날 비가 내리는 날씨가 지속되는 기상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언듯 '장마'라는 단어에서 '장'자가 한자 '긴장(長)'을 연상하여 한자가 아닌가 생각듭니다. 그렇다면 '마'자에 해당하는 적합한 한자가 있는가 하는 겁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니 '마'자는 '물이름 마(溤)'자를 사용하여 ‘장마(長溤)’라고 표현한 걸 봤는데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오란비', '장마'의 옛말

중국어 사전에 ‘長溤(장마)’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이런 단어는 중국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한자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장마’를 ‘매화가 익는 초여름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梅雨(매우)’라고 합니다.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라는 학자가 어린이 학습용으로 한자 3,360자에 한글로 뜻과 음을 달아 만든 '훈몽자회'라는 책자를 찾아보니 장마를 ‘장마임(霖)’ 자와 ‘비우(雨)’’ 자를 합성하여 ‘임우(霖雨)’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말로는 ‘오란비’라고 적고 있습니다.

‘오란비’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장마의 옛말'이라고 나옵니다. 여기서 ‘오란’이란 ‘오래’의 옛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오란비는 ‘오래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합니다. 

'당마, '장매'라고도 불러 

그럼 ‘장마’라는 단어의 어원은 어떻게 된 것인가? 자료를 찾아보니 '장마'는 본디 중세 한국어에서 '댜ᇰ마(댱의 'ㅇ'은 옛이응)'라고 썼으며, 이는 한자어인 長(길 장) 자와 '비(물)'를 뜻하는 고유어 '마'가 합쳐진 합성어라고 합니다.

장마라는 단어에서 비록 ‘장(長)’ 자가 한자의 어원으로 있으나 이미 우리말로 고유어화되었기 때문에 '장마'의 한자어 표기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마는 우리말 방언사전에 보면 지역에 따라 ‘당마’라고 부르기도 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장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