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롯데‘ 눈치보기 12년...우범기 시장 "종합경기장 개발 롯데와 협의?", 시민단체 “낯부끄러운 자화자찬, 불통” 비난
뉴스 큐레이터 시선
"나는 철거왕이다."
"지난 1년은 창조적 파괴의 시간이었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주체인 (주)롯데쇼핑과의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날 우 시장이 제시한 시정 방향에 관한 발언들 중 일부가 구설의 도마 위에 즉각 올랐다. 왜 그럴까?
우범기 전주시장, 무더기 벌목 관련 ”근본적으로 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 시장은 5일 전주시 팔복동 전주첨단벤처단지 혁신창업허브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도시·산업·경제 3대 분야에 7년간 3조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분야별 장기 비전을 통해 전주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설명하면서 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등 오래된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개발 중심의 전주시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우 시장은 ”강한 경제를 만들고 대변혁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운을 뗀 뒤 전주시의 오랜 현안 과제인 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속도감을 피력했다. 특히 종합경기장 개발 과정에서 다시 롯데쇼핑을 끌어 들여 반발을 불렀다.
또한 최근 전주천·삼천천변 버드나무와 오목대 자생목을 무더기로 베어내면서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것과는 달리 우 시장은 이날 "일부 베지 않아야 될 나무를 벴다는 부분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저는 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또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종합경기장 재개발 롯데쇼핑 추진 의사“...2011년부터 나온 ’롯데-종합경기장 개발‘ 지금까지 거론, 왜?
이날 종합경기장 재개발과 관련해서 우 시장은 ”롯데쇼핑이 분명한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한 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현재 벌어진 문제만 해결되면 빠른 행정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동안 전주종합경기장은 송하진 전주시장 시절인 2011년부터 개발 과정에서 롯데와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종합경기장 이전을 민자사업으로 하고, 컨벤션센터 건립 등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공모 절차를 밟아 롯데쇼핑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4년 민선 6기 김승수 전주시장은 취임 하자마자 이 계약을 무시하고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지역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쇼핑몰 입점의 민자사업 대신 전주시 예산사업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 전북도와 전주시 간 갈등의 골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놓고 10년 넘게 롯데의 눈치를 살피며 전주시와 전북도가 줄다리기를 발여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선 8기 출범 1년을 맞은 시점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우 시장은 '전주시 일부에서 취임 이후 1년 동안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행정 절차라는 것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현재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들이 용역이 진행 중이며, 종합경기장의 경우 야구장이 철거되는 등 성과가 있다"고 설명한 뒤 롯데쇼핑과 협의 과정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늦어지고는 있지만 시작은 하고 있는 것이고 바로 '창조적 파괴'를 시작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속도감을 은근히 과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불통 행정의 단면이자 낯부끄러운 자화자친일 뿐 밑그림은 조악하고 부실한 비전일 뿐이다"고 비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혹시나 했던 작은 기대마저 사라지고 우려 더 커져...준비되지 않은 미숙함이 만든 예견된 일“ 평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100만 광역도시 골격 갖추고, 지난 1년간 전주의 대도약 밑그림 그렸고, 가로막던 벽을 허물고, 미래 천년을 위한 크고 단단한 집의 기초를 다졌다‘고 발표했다“며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이다. 지난 1년, 혹시나 했던 작은 기대마저 사라지고 우려는 더 커졌다. 준비되지 않은 미숙함이 만든 예견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주 발전의 벽을 허물겠다며 각종 개발 계획과 규제 완화를 남발해 왔지만, 개발 영역에서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고 밝힌 논평은 ”‘전주의 로또’라던 우시장의 자화자찬 기자회견문 어디에도 예산 확보나 기업유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성과라고 내건 것도 빈약하지만 그마저도 민선 7기 때 진행하던 사업들이 완료된 것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우시장은 시민참여로 결정한 백제대로 자전거 도로 백지화 수순, 야구장 정원의 숲 조성 폐기 등 이미 예산이 상당 부분 집행된 사업들이 원점으로 되돌렸다“며 ”오랜 기간 토론을 통해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었고, 이 계획으로 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통과했던 종합경기장 개발은 사업 변경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주천 버드나무와 오목대 상수리나무로 상징되는 생태도시 정책도 시장의 말 한마디에 잘려나갔다“는 논평은 ”백년대계 도시계획은 시장의 개발 방향과 논리에 따라 춤을 췄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균형 있는 정비,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시장은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해야 기업들이 온다는 천박한 논리를 도시계획에 반영했다. 대한방직 터 개발, 종합경기장 개발 시민의 숙의와 합의로 결정된 방향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과 관련해서도 ”시민 권고안에 따른 계획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를 만나고 부지의 철거 허가를 내주고 철거 기공식에 참여했다“며 ”무리한 속도전은 사고를 불러왔다.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고 맹꽁이 서식지가 훼손되었다. 보여주기식 행사, 개발의 속도에서 빚어진 조급함이 부른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예산 낭비와 환경 훼손 우려되는 자동차 중심 토건 사업 축소하고 기후위기 대응 도시 정책 확대할 것“ 촉구
또한 ”각종 개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도시공원위원회는 관변단체 실무자 1인을 제외하고 전면 교체했다“는 논평은 ”조례에 근거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시청사에서 밀려났고 정원도시 사업에 참여했던 (사)푸른전주 실무자 책임자는 교체됐으며 전주생태하천협의회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도시의 허파인 공원을 어떻게 지키고 산단 대기오염물질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어떻게 지키겠다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더 나아가 ”오죽했으면 시민 불통과 일방 행정은 윤석열 정부를 닮았고, 무능력함은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고, 대놓고 정경유착은 이명박 정부를 뺨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라며 ”정책과 공약의 정체성으로만 보면 민주당 소속인지 국민의 힘 소속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정체성, 환경, 경관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도시계획 규제 완화 전면 재검토하고 국가 탄소중립 목표, 시민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생활권 계획 반영 등 시민과 함께 참여형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할 것“과 ”예산 낭비와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자동차 중심의 낡은 토건 사업은 축소하고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시내버스와 자전거 이용, 걷기에 편리한 도시 정책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과연 우범기 시장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