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방문 원희룡 장관 “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기상조” 인정..."총선 앞둔 수도권 눈치보기" 비난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7-06     박주현 기자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360여 곳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이 계속 미뤄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수도권 눈치보기’ 또는 ‘당리당략 접근’이란 비난이 드세다. 이런 가운데 주무 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이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이전 지연을 인정함으로써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5일 전북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후 2시 전북도청에서 국가산단 조성 방안과 국토교통 지역 현안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헌율 익산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 등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3월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로 지정된 익산 식품클러스터 2단계 국가산단과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의 성공 조성 방안과 전북의 국토교통 현안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원희룡 장관 “지자체 간 경쟁 치열한 시점에서 ‘시기상조’ 측면 있다” 

5일 전북도청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그런데 이날 원 장관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한 현 시점에서‘시기상조’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상반기 이전 계획은 물거품이 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날 원 장관은 “특정 기관을 두고 20:1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등 지자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 의견 조율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일단 연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상반기 안에 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거 고민에 앞서 지자체와 대화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갈등 관리와 속도를 내는 것을 어떻게 조화를 시킬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재로는 언제까지 미루겠다는 입장보다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답변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앞이 꽉 막혀 있어 저도 정말 괴롭다”고 밝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전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며 유치에 올인하는 형국에서 공공기관 이전 계획 일정에 전면적인 수정을 재차 시사함으로써 실망과 분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23년 하반기엔 이전이 시작되도록 추진하겠다” 지난해 보고

5일 전북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김관영 전북지사와 전북도청에서 국가산단 조성 방안과 국토교통 지역 현안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헌율 익산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 등도 참석했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더욱이 지난해 12월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는 “360개 2차 공공기관의 (지역)이전 추진 기준과 원칙, 방법을 조속히 마련해 빠르면 2023년 하반기엔 이전이 시작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밑그림조차 내놓지 못해 사실상 거짓 보고를 한 셈이 됐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다. 전국 각 지자체마다 유치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방 이전 계획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내년 4월에 치러질 22대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3일 '원희룡 장관의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일정 연기 발언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1년 동안 희망고문만 하더니 일정을 연기한다"며 "자신의 직무유기와 무능을 지자체 간의 과열 유치 경쟁 탓으로 돌리는 원희룡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수도권 승리를 위해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으로 접근” 주장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가 3일 '원희룡 장관의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일정 연기 발언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시민사회단체 입장문 갈무리)

그러면서 단체는 "원 장관의 국회에서의 발언 내용은 그동안 자신이 수차례 강조해온 것과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사실상 주무장관으로서 무능과 직무유기를 스스로 실토한 것일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진력하기는커녕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의 눈치를 보며 수도권 승리를 위해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토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갈지자 행보에 대해 수도권의 표를 의식해 비수도권을 무시한 처사 아니냐는 비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원 장관은 전북의 주요 현안인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에 대해서도 “전북이 광역교통시설 등에 대한 지원을 목말라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면서 “법으로 형평성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 전북에 대해 교통을 확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북도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애매하게 밝혔다. 

이로 인해 전북도는 광역교통시설 지원에서 소외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앙부처에 대한 설득 강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또한 이날 원 장관은 "새만금에 찬란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30여년 동안 정치 논쟁에 휘말려 지지부진을 거듭하며 전북도민들을 희망고문해 온 '새만금 개발'만 외치고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