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상실’ 전북도 정무 라인 교체·정비 초읽기, ‘음주 사고’ 김광수 정무수석 사퇴 의사..."측근·보은인사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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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 사고를 낸 김광수 전북도 정무수석이 경찰의 입건 조사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혀 가뜩이나 존재감 상실로 싸늘한 시선을 받아온 전북도 정무 라인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김 수석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공인으로서 도민들과 도정에 누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국립의전원 문제 등 도정 현안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전북 발전에 일조하고 싶었지만 이 시점에서 접는 게 옳을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수석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지만 어디에 있든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살겠다"고 덧붙여 전북도 정무수석 사퇴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도 사실상 접은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임기 만료 1주일 앞두고 음주 사고 후 사퇴...아쉬움 많이 남아
김 수석은 전날 0시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다가 접촉 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김 수석은 2018년 국회의원 당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명시한 일명 '윤창호법' 공동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전주시의원과 전북도의회 의장, 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민선 8기 전북도정 출범 이후 지난해 7월 12일 정무수석(개방형 임기제 2급)으로 임명된 김 수석의 임기는 내달 초까지다. 전북도 정무수석은 민선 8기를 맞아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2급 상당의 자리로 국회, 전북도의회 등과 소통창구 역할을 하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그동안 정무 라인의 역할 미흡과 존재감 상실이란 지적까지 받아온 마당에 음주운전 사고까지 이어져 자진 사퇴가 아니었어도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초기 넘치는 도정 의욕과는 달리 ‘정무 라인이 실종됐다’는 따가운 비판은 너무 빨리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협치와 실용주의'를 앞세워 '새로운 전북을 만들겠다'며 기용한 정무 라인 인사들이 임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겉도는 모습에 도정 안팎에서 불만이 고조되어 왔다.
2·3급 정무직, 큰 기대와 달리 너무 빨리 찾아온 '존재감 미흡'
특히 지난해 7월 김 지사는 김광수 전 국회의원을 정무특보(개방형 임기제 2급·현재 정무수석)로 전격 임명해 주목을 끌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도의회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등 정무 라인의 존재감이 너무 빨리 무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5일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북도의 정무적 소통 라인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김 정무수석 임명과 관련해 비공식적이지만 전북도의회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고백하면서 “그래서인지 김 정무수석이 전북도의회를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지적해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민선 8기 전북도정 여야 협치'의 상징으로 지난해 7월 29일 박성태 전 국민의힘 전주시병 당협협의회 운영위원장(개방형 임기제 3급)이 정책협력관으로 임명됐지만 1년 동안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박 정책협력관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의혹을 받아 감사를 받는가 하면 “여당과의 협치를 통해 예산, 정책과 연결해서 전북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도의회 “도지사는 협치를 말하고 있는데 정무 라인은 붕괴” 질타
오죽했으면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11월 9일 전북도 정무수석과 정책협력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북도의 정무 라인이 붕괴했다"고 질타했다. 당시 도의회 운영위원회 서난이 의원(전주 9)은 전북도 정책협력관을 상대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협치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책협력관의 전반적인 활동이 국민의힘 활동인데 너무 편협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병도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위원장도 "전북개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청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김 지사가 소통과 협치를 말하고 있는데 도청 정무 라인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또 다른 도의원은 "전북도의장 출신인 김광수 정무수석이 후배 의원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굉장히 껄끄러워한다"며 "사실상 전북도청의 정무 라인인 붕괴했고 개선 여지도 희박해 보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북도 정무 라인 인사 하마평 '무성'..."유명무실한 정무 라인, 없는 게 낫다"
이밖에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물 건너가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전북도 정무 라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지사 체제 이후 전북도 산하 기관장들의 인사청문회에서 파열음이 자주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민선 8기 전북도정이 이제 1년 지난 시점에서 정무 라인의 물갈이 또는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벌써부터 정무 라인 인사에 김 지사의 선거 캠프 또는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측근·보은인사로 유명무실한 정무 라인을 유지할 바에는 없애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동시에 섞여 나오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