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 수사‘ 책임자였던 윤석열 대통령, '언론 장악' 현실로...'MB 스타일'일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자 ’언론 장악‘ 우려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임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시키고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 장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내정설이 알려지며 더욱 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출범 이후 언론계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MBC 사장을 지내고 현재 뉴스타파에서 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최승호 PD를 지난 21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방송 장악 수사 책임자였던 대통령, 이동관 씨 장관급 대외협력 특보 기용 이어 독립성 요구되는 방송통신위원장 지명...맞지 않는 얘기”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의 언론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 장악을 거의 이명박 정부 스타일로 할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원래 검사 시절 이명박 정부 때 일어났던 일을 수사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러한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검사가 방송 장악이라는 게 얼마나 나쁜 건지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대통령 후보 시절 갑자기 ‘언론 노조가 민주당의 홍위병 같은 존재다’고 하면서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 ‘세뇌한다’는 표현까지 썼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 이해가 안 가는 게 자기가 검사 시절에 기소했던 거잖아요. 그럼 어느 정도 언론 장악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일 텐데 왜 그럴까요?

“그러니까 더 큰 문제죠. 김재철 씨를 서울중앙지검에서 당시 구속영장 신청했는데 실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주장한 내용 보니까 ‘김재철 전 사장을 구속해야 청와대 이동관 씨하고 어떻게 공모해서 MBC를 장악했는지 밝힐 수 있다’고 했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당시 검찰이 ‘김재철 전 사장이 청와대 근처에서 밥값을 낸 사례가 90여 회가 있다’라는 증거도 제출하고, ‘김재철 씨의 전 운전기사가 청와대 관계자하고 일상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등의 주장을 했는데 이게 다 이동관 씨와 관련된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그 당시 검찰은 이동관 씨의 방송 장악에 대한 역할을 범죄라고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수사 굉장히 열심히 했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물론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됐어요. 기각된 뒤에 그쪽으로 수사가 뻗어나가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동관 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당히 이건 범죄라는 인식 충분히 갖고 있었다고 생각이 돼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대통령이 장관급 대외협력특보로 기용하고 또 굉장히 독립성이 요구되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다는 건 정말 맞지 않는 얘기죠.”

“대통령이 국가의 중요한 기구인 KBS·EBS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어 버리는 걸 한다는 발상 자체, 이해하기 어려워”

- 2008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어때요?

“2008년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공영방송 때문에 정권을 빼앗겼다‘ 하는 인식으로 공영방송 완전히 갈아엎으려고 상당한 준비 해서 들어와서 착착 실행시킨 과정이었다고 생각 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과정이 언론계에서 미디어법 통과를 통해서 종편 허가해 주면서 공영방송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형태로 발전됐거든요.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는 갑자기 정권 잡았잖아요. 본인 스스로가 언론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있다기보다 정치적인 유불리로 단순하게 판단하고, MB 시대에 기술 닦았던 그 사람들을 데려다가 쉽게 쉽게 판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 다루는 것을 보면 너무 거칠고, KBS뿐만 아니라 EBS까지도 망가뜨리는 건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대통령이 국가의 중요한 기구라고 할 수 있는 KBS와 EBS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어 버리는 걸 한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죠.”

- 수신료 분리 징수 꺼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KBS 입을 틀어막으려는 거겠죠. 하지만 KBS가 그렇게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많이 했던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픈 거죠.”

- 수신료 문제를 건드린 게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보도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글쎄요. 어느 한 보도라기보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이동관 씨를 비롯한 MB 시절 권력이 공영방송 장악 할 수 있도록 하수인 노릇 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KBS, MBC 경영진들이 빨리 쫓겨나면 자기네들이 들어오거나 혹은 자기네들과 색깔 맞는 사람들이 공영방송 장악하도록 하려고 호시탐탐 지금 노리고 있다랄까요? 그런 상황이죠.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계속 영향을 주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언론 노조가 홍위병이라는 극단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거고요. 공영방송의 종사자들 자체를 굉장히 범죄자나 홍위병 시 하는 시각이니까 무조건 사장 바꾸고 굴종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야당도 잘해야 되는데 지금 야당이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잖아요. 그래서 언론과도 가깝게 지내겠다고 출근길 문답도 받았죠. 그러나 어느새 사라지고 불통 이미지만 있는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어떻게 운영하고 통치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검사 시절 언론을 이용하는 것만 배웠고 자기에게 유리한 언론만 언론이고 하는 굉장히 얄팍한 언론관 속에 머물러 있는 거죠.

사실 청와대 버리고 나온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소위 도어스태핑을 했잖아요. 정말 국민과 소통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어스태핑을 자기의 정치 스타일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끝내서는 안 됐던 거였죠. 근데 자기한테 아픈 질문을 한다고 그렇게 쉽게 중단 해버린 그 순간,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을 자기 스스로 더 이상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 PD님이 2014년에 저와 인터뷰할 때 '이렇게 가면 박근혜 대통령 실패할 걸 100% 확신한다'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야당도 잘해야 되거든요. 야당도 잘해야 되는데 지금 야당이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쨌든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겠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어쨌든 이런 식으로 방송과 언론을 장악해서 자기네가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식으로 하면 제가 볼 때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 역사적인 평가는 아마 거의 이명박급이 되지 않을까 해요. 어떻게 보면 이명박 씨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경우에는 정말 얼떨결이 대통령이 돼서 모든 걸 임기응변으로, 내키는 대로 전문가들의 토론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해버리는 후과는 저는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지금 수능도 보면, 수능에 대해서 갑자기...얼마나 자신이 안다고 그러죠?”

- 조국 장관 입시 비리를 수사해서 전문가라잖아요(웃음).

“그러니까 그게 참 정말 이게 모든 현상이 굉장히 얄팍해요. 임기응변이고 수능을 갖다가 어려운 너무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하는 교과서에서 밖에서 굉장히 어려운 킬러 문항 같은 걸 못 내게 하겠다고 그러는데 그러면 EBS를 저렇게 약화시키는 짓은 안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오히려 EBS를 그러면 더 강화시켜서 그런 학생들이 EBS 방송 통해서 좀 더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해야죠. KBS 지금 수신료 분리 징수하면 EBS까지 굉장히 타격을 받는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모순이 되는 일인데도 그런 것에 대해서 충분한 인식이 없이 하니까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 MBC와 마찰이 두드려졌던 것 같아요. 대선 때 김건희 녹취록 공개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글쎄요. 그게 언제부터 시작이 됐다는 거까지 알 수가 없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서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굉장히 후보 시절부터 자기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고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어요. 뉴스타파가 김건희 씨 주가 조작 문제에 대해서 보도했을 때 다 팩트잖아요, 사실인데도 뉴스타파를 일개 인터넷 언론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마치 가짜 뉴스인 것처럼 폄하 하는 스타일의 언론관을 갖고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권력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론이 권력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언론의 역할 한다고 볼 수가 없죠. 근데 다른 언론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가운데 예를 들어서 MBC가 비판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표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그것도 결국 MBC가 제일 먼저 보도했을 뿐이지 모든 언론이 다 보도한 얘기죠. 그렇다고 MBC 보도를 인용하거나 베낀 것도 아니고 다 나름대로 바이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언론도 보도한 거잖아요. 그런데 MBC만 유독 한 놈만 팬다는 식으로 계속 MBC를 악마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5월엔 MBC 뉴스룸 압수수색도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그러니까 그 기자가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를 누군가에게 전했다는 거죠. 기자가 그런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전달할 수도 있죠. 근데 그거 자체를 범죄시해서 기자를 압수수색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물며 MBC를 압수수색하려고 한다? 이 정권이 검찰 정권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 5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TV조선 재승인 문제로 면직시켰잖아요. 한 위원장이 면직 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판사가 나름의 판단을 했겠지만 저는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이 정도 사유로 면직시켜도 되느냐에 대한 판단이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전례를 만들면 앞으로 방통위원장을 어느 정권이나 트집잡아 면직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방통위원이 3명밖에 안 남았는데 이 중 여권 위원 2명으로 방송장악을 위한 조치를 착착하겠다는 거잖아요. 앞으로 참 걱정스럽고 그런 사태에 대한 판사의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 한 위원장을 면직시킨 것에 대해 변상욱 전 CBS 대기자는 총선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죠. 총선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변곡점이잖아요. 총선에서 만약에 국민의힘이 지게 되면 윤석열 정권의 힘은 급속도로 빠진다고 봐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총선에 이겨야 되는데, 총선에 이기려면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이러는 거겠죠.”

“윤석열 대통령 이미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던 국민들도 이명박 시절이 확 돌아오면서 굉장히 부정적일 것”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통위원장에 내정될 거라는 설이 있죠. 대통령실은 확인을 안 해주는데, 의도는 뭘까요?

“어떤 면에서 보면 이동관이라는 카드가 너무 심한 카드잖아요. 아마 이동관 씨를 그대로 꽂으면 상당한 정도의 반작용이 있을 거예요. 아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던 국민들도 옛날에 이명박 시절이 확 돌아오면서 굉장히 부정적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켜야 되겠다고 판단했던 건데 지금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반발이 심하니까 간 보고 있나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생각할 때 결국 밀어붙이지 않겠느냐는 생각 해요.”

- 이동관 전 수석 아들 학교 폭력 문제가 논란이죠. 그러나 이 전 수석이 MB정부에서 했던 언론 장악이 더 문제잖아요. 학폭을 내세우는 것이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이동관 씨가 아마 학폭 문제는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기가 해결을 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들고나와서 이야기를 지금 이것만 문제인데 이거 해결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데요. 사실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MB 때 이동관 씨가 했던 역할이죠. 제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때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잘 수사를 제대로 했었으면 이동관 씨는 감옥에 갔어야 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 했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 이동관 씨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이 안 내려졌을 뿐이지 이동관 씨가 그 당시에 했던 역할이라는 거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잖아요. 근데 그걸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마치 없던 일처럼 말한다? 그건 말이 안 되고 최근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에서 나온 문건들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런 이런 요청을 했다‘고 기록된 문건들만 보더라도 당시 이동관 씨가 했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방송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공영방송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아마 이명박 정부 때 이동관 씨가 만들어 놨던 그 단계와 순서대로 공영방송 장악하려고 하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게 한 번 했던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짓을 다시 한번 하려고 할 텐데요. 내가 생각할 때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도 얼마나 큰 저항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할 때는 오히려 그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역사에 정말 남는 뭔가를 하겠다면 야당과 대화 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제대로 바꾸자고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민주당도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끼면서 오래 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