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미국의 중국 견제 '선봉대 역할' 자처...동조 언론들, '중국 때리기·편 가르기' 이용”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지난 8일 싱하이밍 중국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한 관계는 외부 요소의 도전에도 직면했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는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고 국민의힘은 내정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싱하이밍 대사 추방 주장까지 했다. 미국의 도청에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중국 대사의 발언엔 정부와 여당이 융단 폭격 가하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고자 지난 15일 중국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정치학 전공)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북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일본 도호쿠대,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북·중 관계 전문가로 알려졌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싱하이밍, 위안스카이와 비교?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도 않고 적절한 비유 방식도 아니다“
-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 대사가 만났잖아요. 그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가 "중한 관계는 외부 요소의 도전에도 직면했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인데 어떻게 보는지요?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 됐잖아요. 그런데 싱하이밍 대사는 허심탄회하게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재명 대표께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말 그대로 중국 정부가 분석한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허심탄회하게 설명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몇 가지 문장이 자극적이었고, 특히 베팅과 같은 부적절한 용어를 쓰면서 한국 언론과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 '베팅'이란 단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먼저 하지 않았나요?
“2013년 12월 서울에서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중 노선에 대하여 견제하면서 베팅이라는 다소 저속한 용어 쓰면서 현재는 외교 용어로 자리 잡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도박판을 벌이는데 우리에게 상대편에 판돈, 베팅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대국이 상대편에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상당한 약점을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한국 국민으로서 상당한 불쾌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어쨌든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러 나라가 외교적 레토릭으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되고 있어요.”
-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을 땐 아무 말 안 하다 왜 이번에는 발끈한 걸까요?
“동맹국과 그 외 국가와의 차이를 두는 사고가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해요. 그러니까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다소 과도한 요구나 부적절한 말을 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패권국이며 동시에 동맹국이고 역사적으로 우리를 도왔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는 참아도 된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중국 견제의 선봉대 역할을 자처하고 탈중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언론들이 중국 때리기에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 윤석열 대통령은 싱하이밍 대사가 조선 말기 위안스카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부적절했을까요?
“위안스카이는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군사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정치인들을 농락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현대적으로 외국 점령군 사령관이나 연합국 사령관이며 총독을 겸직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중국군은 한국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주둔하지 않고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역사적 무지에 기반한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예요. 허수아비 때리기는 법률가들이 말장난할 때 공격하는 목표를 정하며 사실을 날조하여 왜곡된 모습을 난도질하는 말장난의 잔기술 중에 하나예요.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도 않고 적절한 비유 방식도 아니라고 보였어요.”
- 싱하이밍 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발언해도 되는데 왜 야당 대표 만난 자리에서 했을까요?
“사실 싱하이밍 대사가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 지도자, 혹은 정부 고위급이 되어야 맞겠지요. 이재명 대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에 한 면이지만, 여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왜 이재명 대표인가는 점은 논쟁적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한중 정부 당국 사이에, 중국과 한국 여당 사이에 대화 채널이 막혀있고, 대화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민주당이 유튜브로 생방 하는 점을 이용하여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국민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 선택한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평균 30% 중반대이고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심각하니, 한국 국민에 한국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오판도 작동한 듯싶어요.”
- 제가 듣기로는 싱하이밍 대사가 식사하자고 초청한 걸로 알아요. 식사하는데 유튜브 방송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보신지요?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여당 지도자도 마찬가지고 국가 지도자가 하는 행사는 대부분 녹화도 하고 녹음도 하는 거잖아요. 이재명 대표는 검찰 수사와 관련하여 자기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할 때 일거수일투족을 녹화 녹음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재명 대표로서는 자기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방송을 했다고 봅니다.”
- 이재명 대표가 이용당한 걸까요?
“이번 행사는 공개 회담과 비공개 회담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반도체, 배터리, 단체 관광 등과 같이 윤석열 정부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이재명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홍보를 위하여 공개적으로 중국 측에 요구하는 것 같고, 최근 화해 분위기의 미중관계, 타이완 문제, 북핵 등 심각한 문제는 비공개로 한 것으로 보였어요.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한중관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탈중 노선이 원인이라고 한국 국민에게 직접 보고하는 기회로 이용하였어요.”
-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 발언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 안 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의 15분 정도 발언 이후 한중 사이에 복잡한 문제가 많다라거나 그러고 나서 문제를 푸는 첫 단초로 제시한 게 사드 문제 때부터 불거졌던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재개해달라 등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벼운 이야기를 끝내고 비공개회의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공개회의에서 미중 관계라든가 타이완 문제 그리고 싱 대사가 했던 베팅 발언 등에 대하여 토론했다고 분석돼요.
만약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에게 언성을 높이고 항의했다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국가의 안보보다는 자기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인기 발언을 했다고 하면서 싸움닭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바이든 대통령도 즐겨하는 베팅이라는 외교 용어조차 모르는 무식한 야당 지도자 프레이밍이 덮어씌워지지 않았을까요. 노련한 외교관처럼 비공개로 밀실에서 조율했던, 인기발언을 하며 거칠게 항의했던 허수아비 때리기에 걸려들 것을 알면서, 이재명 대표가 미국대사와 중국대사를 만나서 국익을 지키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모습은 어느 정도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봐요.국민의 눈높이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이상은 된다고 높이 평가해요.”
“실용 외교 추구하는 세계 속에서 왜 윤석열 정부만 냉전 논리에 빠져있느냐고 중국 정부가 항의”
- 문제 제기 안 한 게 그나마 나은 건가요?
“국가지도자로 절제 있는 모습을 보였고, 문제 제기를 안 한 게 아니라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비공개 회담에서 전환하는 미중관계와 타이완 문제 또 북핵 문제 등은 토론이 됐다고 분석돼요.”
- 싱 대사가 야당 대표 앉혀놓고 15분 발언한 건 외교상 이례적이란 지적이던데.
“이례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에, 싱 대사의 발언 원고를 먼저 제출하는 게 관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막히고 특히 정부 간 대화가 안 되고 있으니, 한국국민 설득 방안으로 민주당의 유튜브 생방송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힌 길을 뚫었을 때, 성공하면 창조적 해법이라고 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례적 꼼수라고 해요. 한중관계에 막힌 체증을 뚫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 싱 대사는 한·중 관계 악화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라고 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이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하면 중국 견제 분위기가 정점이었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인도 태평양구상에서 인도가 이탈하여 중러에 접근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도 중국과 무역량을 증가시키며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잖아요. 물론 프랑스 마커롱 대통령, 독일 슐츠 총리도 베이징을 방문하여 에어버스 수백배를 판매했어요.
2023년 5월 G7 회의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완화)으로 전환하며 중국과의 위험을 회피하며 적극적 교류를 해법을 모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 경제 규모가 크고 국력이 있는 국가 중에서 윤석열 정부만이 반중 선봉대 혹은 탈중노선을 하고 있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세계 속에서 왜 윤석열 정부만이 냉전 논리에 빠져있느냐고 중국 정부가 항의하는 것으로 분석이 돼요. 그래서 탈중국 등을 발언에 포함한 것으로 분석돼요.”
- 정부 여당은 싱 대사 발언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초치하자 중국도 맞대응했는데 어떻게 보신지요?
“우리 외교부가 싱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조치한 것으로 국격에 맞는 외교 행위라고 평가돼요. 그리고 중국 외교부는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경고(회동을 약속하고 만나, 웨젠, 約見)를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맞불 조치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조치보다 낮은 수준의 경고로 상황관리를 하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체면도 차리면서 대한 유화책을 내놓으며 더 이상의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돼요.”
-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싱하이밍을 추방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현실적으로 외교사적으로 이 정도 발언으로 대사를 추방한 사례는 없고, 그분들은 국가안보와 국익은 안중에도 없고 언론에 한 번 출연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발언으로 보였어요.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내부 공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발언과 아이디어들이 도출되고 있어요.”
“허수아비와 같은 허상 만들어 외교 안보의 '무능' 덮으려는 전략적 노림수...일부 언론들, 정확한 취재보다 편 가르기 보도”
- 사실 미국이 도청한 것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중국에 이렇게 하는 것도 어이없는 것 아닌가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국가안보보다 온통 정권 재창출이라는 정권 안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조선시대에 명·청이나 일제강점기 일제에 머리 조아리고 앉아서 입 다물고 있다고, 만만한 상대한 상대가 나타나니 혼쭐을 내자고 하는 모리배들 같아요. 그런데 중국은 현재 G2이고 우리나라의 제1의 무역상대국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 한·중 관계가 안 좋잖아요. 이번 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천안문 성루에서 열병식 참관이나 사드 배치와 같이 한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키는 사건은 아니라고 봐요. 여당의 대사 추방과 같은 해법이 아닌 해법이 제안되는 과정에서도, 일단 외교부가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중국 당과 정부의 공식 의견 전달이었기 때문에 중국 측은 싱 대사를 적극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고, 중국외교부에서 싱 대사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요. 양국 관계의 구조적 측면을 훼손한다기보다는 각 행위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해프닝 정도의 이벤트로 정리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이번 사건은 싱하이밍 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대표하여 허심탄회하게 한중관계에 대하여 진단과 처방을 했습니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경쟁적 공존에 합의했고, 어느 분야는 경쟁을, 어느 분야는 협력을 하고 있고, 이러한 글로벌 질서하에 독일, 일본, 프랑스, 인도 등 주요국가들은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편가르기 정치, 편가르기 외교를 하면서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발언이 있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싱 대사가 오히려 한국어를 잘하면서 한국어로 말을 하면서 한국민의 감정을 건드린 측면이 있어요. 이에 대하여 이재명 대표가 국익이라는 원칙하에 상당한 외교적 유연성을 가지고 중국 측에다가 단체 관광객 방한 등 해법을 제시했고, 싱 대사의 과격한 발언과 타이완 문제 등 민감한 문제는 비공개로 토론했어요. 매우 단순하고 내실있는 회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싱하이밍 대사가 말한 몇 가지 과격한 발언을 빌미로 해가지고 이것을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보여집니다. 외교부의 적절한 조치로 문제가 수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이 본인들이 했던 외교적 실패라든가 외교적 무능을 희석시키기 위하여, 이번 문제에서 허수아비와 같은 허상을 만들어서 외교 안보의 무능을 덮으려는 전략적 노림수가 보이고, 일부 언론들이 정확한 취재보다는 편 가르기 보도를 하는 것으로 보여져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