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알프스'...그냥 '산'이 아니다"
신정일의 ‘뚜르 드 몽블랑 스위스’ 여행기⑤
‘길을 걷는 도사’, ‘길 위의 백과사전’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신정일 씨가 이번엔 먼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여행길에 나섰다. 알프스산맥의 대자연을 걸으며 조그마한 들풀과 꽃 하나도 스쳐 지나지 않고 매일 길 위에서 바라본 모습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정일 씨(길 전도사)가 먼 이국 땅에서 전해온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차례로 묶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보나티 산장'에서 바라본 '설산'과 신비로운 '대자연'
6월 12일.
어딜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산이 알프스다. 알프스가 그냥 알프스가 아니다. '라플리 산장'에서 2,537m에 이르는 '그랑콜 페레'를 거쳐 '보나티'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눈이 하얗게 내려 쌓인 길을 숨이 가쁘게 오르고 또 오른 그 길. 하염없이 걸어 '보나티 산장'에 겨우 도착했다.
2km의 길이 얼마나 악전코투의 길이었는지. 오르고 또 올라 도착한 보나티 산장에서 바라본 눈 덮힌 설산. 정말 아름답다.
하루가 다시 추억이 되는 그 시간에 나는 다시 잠 속에 빠져야 하고 내일은 또 어떤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 상상한다.
6월 13일.
몽블랑의 성지 '보나티 산장'의 아침이 눈부시다. 마치 태초의 모습처럼 신비롭다. 세상의 처음처럼 고요하고 적막하고 찬란한 아침의 보나티에서 잠시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말을 떠올려 본다.
"문명이 진보할수록 사람은 점점 배우가 되어간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호의, 정숙함과 공평무사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에 속지 않는다."
작금의 시대는 칸트가 살았던 당시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는 것 같다.
"고상하다는 것은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 것이다."
'카뮈'의 스승이자 빼어난 산문작가인 '장그르니에'의 말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대자연 앞에서 고상한 흉내를 낸다든지, 제아무리 스스로를 꾸며도 별 의미가 없다. 그저 자연이 가장 아름답고 고상한 주인공일 뿐이다.
아, 내일은 또 어떤 낯선 풍경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 벌써 설렌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