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보도에 대한 반론: '전주시 기린대로 BRT추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할까?
주장
전주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와 기린대로 BRT 구축 배경은?
두 개의 사건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필자가 쓰는 관점은 ‘자전거 도로 개설’이나 ‘BRT 구축’에 관한 입장이 아니라 둘 사이를 밀접하게 연관시켜 해석하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중심에 둔 글임을 미리 밝힌다. 좀 더 명확하게 이에 관한 설명을 하자면 필자의 입장은 ‘백제대로에 자전거도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만다’가 아니다. 아울러 ‘기린대로 BRT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의 관점이 아니다.
두 사안을 포함해 전주시의 교통계획과 도시계획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시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방치되고 은폐되고 있음에 관한 환기를 하고자 한다. 세금 수십억이 공중으로 날아가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어물쩡, 무계획과 오락가락을 통해 입는 시민들의 손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이를 위해 먼저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재검토’ 과정에 이르기까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다.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과 별개로 백제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 논의는 사실 충분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바람길 숲 사업과 맞물려 이야기가 시작된 백제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 추진은 2020년경부터 이뤄졌다. 지금에 와서 다른 소리로 희석시키고 있지만 당시의 핵심적 주장은 ‘5차로와 4차로가 섞여 있는 백제대로에 차로의 혼선으로 인한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통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예측 값을 바탕으로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다’가 당시 계획을 입안한 전주시 교통당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전주 MBC보도를 통해 하룻만에 재검토 및 백지화까지 운운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사업의 계획수립 및 심의와 예산 투입 결정에 참여한 시의회 등의 노고에 대한 마땅한 헤아림은 차치하고라도 이 사업에는 이미 45억 원가량의 총예산 중 2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었다. 40%가 넘게 지출된 사업이다.
만일 이 사업이 이 상태대로 중단된다면 ‘문제없이 추진될 계획’이라고 강변하여 진행되어 왔고 공중으로 사라질 23억 원(또는 그 이상)의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45억 원이 몽땅 투입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세금 낭비를 줄인 것이 다행이니 상이라도 주어야 하는 문제일까? 비단 이런 문제만 그런 것은 아니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주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추진과정상의 중단 또는 백지화’되는 시책 사업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반드시 존재한다.
계획을 어떻게 세웠길래 중반을 훌쩍 넘은 상태까지 와서 하다 말고 시민의견을 수렴한다는 말인가? ‘이 길이 아닌가 봐?’라며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지 않는가?
언론들의 관련 보도 태도, 그리고 언론의 사명과 역할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에 관한 지역 언론들의 보도 태도와 역할에서의 책임도 매우 크다. 관련한 추진 계획을 처음부터 다뤄왔다.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토대로 대개는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짚고 넘어갈 지점들에 대한 지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개의 보도는 긍정적으로 사업추진배경을 소개하고 넘어왔다. 그때는 그런 문제의식이 들지 않다가 갑자기 생겨난 문제의식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일까?
이에 관해서는 지난주부터 쏟아내고 있는 ‘기린대로 BRT 추진’ 계획을 소개하는 보도에서도 일제히 반복하고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보도는 시에서 배포하고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천편일률적으로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사들의 제목만 옮겨 보겠다.
“기린대로 BRT로 확 바꿔 대중교통 속도”(전북중앙신문), “전주시, 412억 규모 기린대로 BRT 구축 본격화… 개발계획 고시”(뉴시스 통신), “기린대로 BRT 구축 본격”(새전북신문), “전주 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BRT) 고시…2025년 준공 목표”(KBS 전주), “전주 기린대로에 버스중앙차로 생긴다⋯내년 착공”(전북일보), 전주시 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본격화(전주일보)
보도 자료에 바탕 한 기사들인지라 언론마다 큰 차이가 없이 ‘교통혁신과 대중교통망 확충이 기대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돋보이는 지적 보도도 나와
이번 기사에서 홀로 돋보이는 기사는 전주MBC의 기사이다. “전주시 '중앙버스차로' 추진...막대한 예산, 불편 논란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사업 소개와 함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북대 장태연 교수의 ‘BRT는 광역교통망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며 ‘도시 내부의 버스노선 확충 등이 더 필요성이 높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기자의 멘트를 덧붙인다.
하지만 기린대로에만 412억 원의 사업비가 드는 대규모 사업인 데다 기존 승용차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보니 우려도 나옵니다. 전주시 용역 결과를 보면, 버스의 평균 통행 시간은 기존 33분 40초에서 29분 50초로 고작 4분 40초 단축됩니다. 전용 차로를 확대한다고 해서 기존 승용차 운전자들이 시내버스로 옮겨갈 것이라는 건 막연한 기대라는 해석입니다. 전주시 교통 문제의 핵심은 출퇴근길 타 시군을 오가는 구간의 교통 체증인데,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전주MBC 허현호 기자의 리포트 중)
응당 나와야 할 지적이다.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홍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의 것들이 다뤄져서 소개되어야 마땅하다. 이를테면 ‘차로를 버스에게 주고 좌회전이 금지되면서 P턴을 해야 하는 불편함과 변화’등에 대해 충분히 판단하고 시민들이 동의해 줄 수 있는 사안인지에 관한 입체적 소개가 필요하다. 전주MBC의 기사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기사도 이런 점들을 다루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기린대로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 중단과 향후 운명은?
아울러 기린대로 BRT추진은 10년 이상 추진되어 온 ‘자전거 전용차로 추진’과 상충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올해 금암동에서 한벽교까지 마무리 공사를 통해 완료하게 되어 있던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이 BRT 설계진행과 함께 중단된 상태다. 이에 관한 확인차 BRT 사업을 담당하는 백미영 버스정책과장과의 통화에서는 "올 초부터 자전거 주무부서인 대중교통과와의 협의를 통해 매우 적은 구간에서 문제가 남아있으나 상충되지 않는다는 결론의 협의를 마친 상태입니다"라고 설명해왔다. 이에 관한 대중교통과 이영섭 과장은 "협의는 마쳤고 BRT실시설계가 나와봐야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라며'대중교통본부에서는 그 이후의 방향과 과정을 정리한 입장은 없는지'에 관한 필자의 질문에 "그 이후의 추진여부는 향후 검토하겠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혀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시민들과의 공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전주MBC기사에서 문지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그냥 설렁설렁하는 공론화 과정으로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고요. 이 BRT라고 하는 문턱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대중교통의 중요한 점을 보면서 공론화 과정을 잘 들어가면.."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실시설계까지 마치고도 시민들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해 추진되지 못한 타 도시의 사례들이 많다. 가까이 전주에서의 경전철 추진이 좌초된 경우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실시설계를 추진한다고 하겠다면서 밝히는 공론의 과정은 또 다른 요식행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순서가 잘못되었다. 충분하게 무르익은 논의의 과정을 통해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조금 더디지만 순서에 맞게 풀어 가야 한다.
실시설계와 추진계획 발표가 아니라 '공론화'가 먼저 '순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재검토와 기린대로 BRT 추진계획 발표에서 데자뷔 되지 않는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얼마나 반복해야 무계획으로 일관된 이 도시계획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까?
공론 없이 이뤄지는 사업추진은 늘 좌초되고 만다. 나중에 가서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공중으로의 세금낭비에 대한 책임추궁 대신에 일이 진척되기 전에 순서에 맞게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그 중요한 책임이 언론에 있음을 간과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한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