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가 노래한 파리의 우울은 보이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몽블랑 샤모니' 아침

신정일의 ‘뚜르 드 몽블랑 스위스’ 여행기②

2023-06-11     신정일 객원기자

‘길을 걷는 도사’, ‘길 위의 백과사전’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신정일 씨가 이번엔 먼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여행길에 나섰다. 알프스산맥의 대자연을 걸으며 조그마한 들풀과 꽃 하나도 스쳐 지나지 않고 매일 길 위에서 바라본 모습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정일 씨(길 전도사)가 먼 이국 땅에서 전해온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차례로 묶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네바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6월 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덕분에 네 시간이 더 걸려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3시간 30분 후에 떠나는 스위스 제네바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이 땅에 살았던 천재 시인 보들레르가 노래한 파리의 우울은 보이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떠남을 기다리는 길손들만 넘쳐 나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민족의 구성원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떠날 시간을 기다리는 파리 공항의 6월 오후. 대한민국은 밤 열 두시가 넘었다는데 여긴 한낮입니다. 

꿀잠 이루시길 먼 이국에서 기원한 시간은 밤 8시 46분. 파리공항은 백야나 다름없습니다. 항공편은 계속 지연되고 최종은 9시 30분 비행기입니다. 오늘 안에는 가겠지요. 기다림밖에는 달리 길이 없는, 문득 생각나는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백야. 하루 해가 저렇게 환하게 저물어갑니다. 

몽블랑 샤모니에서 만난 낯익은 풍경들 

6월 9일. 몽블랑 샤모니 마을에서 떠오르는 햇살과 지는 새벽 달을 봅니다. 프랑스 샤머니에서 온갖 장승을 봅니다. 

샤머니 시 관계자들이 대한민국 도처에 장승들을 답사하고 장승들을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샤모니 몽블랑 역에서 기차를 타고서 느낀 몽블랑. 그 길을 한 없이 걸으면서 느낀 몽블랑. 설산과 푸르른 산하, 흐르는 강물소리, 폭포 소리, 새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명 여기는 별천지인 것을.(계속)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