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현대차 전주공장 '4명 혈액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전북특별자치도, 강원과 차별화 '과제'...글로컬대학 '줄세우기' 우려 큰 이유는?
[연중 기획] '패트롤전북jj' 2023년 6월 8일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전북언론 돋보기-패트롤전북jj' 6월 8일 방송에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 4명 혈액암' 발병, '과거 비슷한 사례' 있어>, <전북특별자치도, 강원과 차별화 과제는?>, <글로컬 대학은 줄세우기 교육 정책?> 등의 이슈를 놓고 진단했다.
이날 방송은 김로연 작가의 기획·섭외와 함윤호 앵커(언론학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사무처장과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언론학 박사)가 패널로 출연해 토론을 펼쳤다. 다음은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이슈들의 주요 토론 내용이다.
#1.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 4명 혈액암' 발병, '과거 비슷한 사례' 있어
함윤호 앵커: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 4명이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일터 환경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 어떤 내용이 보도됐는가?
손주화 처장: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4명이 지난해 연이어 혈액 암에 걸린 것으로 밝혀져 지난 2일 노조가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모두 버스 도장이라는 같은 업무를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조 측은 도장 작업에 사용되는 시너에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며 발암물질 실태조사와 노동자 건강검진을 요구했다. 과거 비슷한 사례도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관련 내용을 지난 5월 30일 KBS전주총국과 전주MBC가 보도했다. 30일 KBS전주총국은 “노동계는 도장 작업 중에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돼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동계 의뢰를 받은 조선대학교 병원 직업병 안심 센터도 암 발생과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라고 보도했다.
함윤호 앵커: 그런데 현재 발병된 노동자들 외에 다른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이 부분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대표: 노조 측이 버스 도장 업무에 사용되는 시너 원액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리터당 22밀리그램(mg) 가량의 벤젠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크다.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장 내 발암물질 사용 실태조사 및 노동자들의 건강검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측은 벤젠 성분이 들어간 물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나서 문제가 심각화다. 회사 측은 오히려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노사 공동으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사업주가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어 직업성 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산재 인정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윤호 앵커: 현재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했는데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것도 관심사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손주화 처장: 2010년 이후 현대자동차 직업성 암 발병이 18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018년까지 접수된 직업성 암 산업재해 신청은 총 1,852건으로 이중 838건(45.2%)가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71건 신청 중 18건의 승인, 기아자동차는 54건 신청 중 16건의 승인을 받았다. 이는 조사 대상 사업장 중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많은 건수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암 발병 산업재해 승인율이 25.3%로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낮다. 그래도 과거부터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전주공장 사례에 대한 지역 언론들의 관심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2. 전북특별자치도, 강원과 차별화 과제는?
함윤호 앵커: 이번에는 전북특별자치도와 관련된 내용이다. 강원도의 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전라북도도 올 하반기 특례 입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와 차별화가 과제다. 어떤 기사들이 나왔는가?
박주현 대표: 오는 11일 강원 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특별법이 제정됐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권한을 담은 강원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원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이달 11일 특별한 지위는 물론 권한과 특례를 모두 갖춘 ‘온전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산림과 농업, 환경, 군사 등 4대 분야 규제 해소와 관련한 특례 정책을 담았다. 하지만 당초 발의 법안 백 37개 가운데 61%인 84개만 반영됐다.
국제학교 지정과 자치 조직권 확보, 수질오염총량제와 외국인 체류지 확대 등은 빠졌지만 강원도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 특례 발굴과정에서 국제학교 유치 특례안을 제출한 시·군은 춘천, 원주, 홍천, 평창, 양양 등 5곳이다. 국제학교 설립 특례는 지난달 강원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막판까지 교육부와 강원도간 치열한 협상이 이어졌으나 최종적으로 국제학교 설립을 비롯한 교육특구 지정 특례가 통째로 제외됐다.
강원도가 국제학교 설립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막대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때문이다. 국제학교 설립 허가 특례를 갖고 있는 제주도는 2011년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설립했다. 4개 국제학교에 4,5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으로 학생 가족들의 연간 지역내 소비액은 2,74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K팝 국제교육도시가 전북형 대표 특례인데다, 고도의 자치권 확보도 특자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라북도의 특례 조항은 230개로 강원보다도 90여 개가 많은 만큼, 논리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전북도 현안인 금융중짐지 지정 등과 관련해서 특례 조항들에 대해 함께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국회 입법을 추진한 강원과 달리 전라북도는 국무조정실 검토를 거쳐 정부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다음 달 13일 국무총리 소속 전북특자도 지원위원회의 첫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 각 부처 간 협의 등 사전 대응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함윤호 앵커: 전북의 특례안에 대해서 현재 정부 부처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관련된 보도를 보면 쉽지 않아보이는데 어떤가?
손주화 처장: 강원도의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전북도의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새전북신문의 보도 중에는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 부처와 협의한 결과 특례조항이 담긴 조문 242개 중 143개(59%)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동의할지 말지를 놓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조문도 80개(33%)에 달했다”며 “반대로 즉각 수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조문은 단 19개(8%)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과도한 권한 이양 요구에 따른 거부감, 타 지방과의 형평성 시비 우려 등 그 이유도 여러 가지이며, 그만큼 특별법 개정 작업, 즉 특례안 법제화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 셈”이라고 예고했다. 강원도의 경우 61%만 통과한 것과 관련해 많은 분석들이 나오지만 시민사회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재정지원 분야다.
경제 가치가 중요한데 경제 지원조항 등에 있어서 강원도의 경우 균특세 지원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북특별자치도 추진 과정에서는 재정에 관한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또 과도한 특례 권한 이양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조정과 입장의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함윤호 앵커: 이름만 특별자치도일 뿐 특별할 게 없는 것 아닌지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
박주현 대표: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시행과 정착을 위해서는 다른 지자체들과의 차별화, 행정·재정적 특례의 구체성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지난 3월 27일 현장 리포트 보고서에서 특별자치시·도 간 연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특별자치 실현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논의, 근본적 제도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북은 제주(2006년), 세종(2012년), 강원(2022년)에 이어 4번째로 특별자치시·도 지위를 획득한다”며 “특별자치도는 일반 시·도에 부여된 권한과는 달리 법적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 특수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국회 통과과정에서 타 지자체와의 차별성, 구체적 지역발전 방안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명확한 비전 제시, 이양 국가사무 및 행·재정특례 구체화, 비전과 특례 간 연계성 마련 등은 앞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전북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다며 지역 소멸 위기와 인구 유출, 경쟁력 저하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 출범 예정인 전북특별자치도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보고서는 “4곳인 현재 특별자치시·도 외에 경기도와 충청북도 역시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어 난립으로 인한 지역간 경쟁 심화와 특례 추진 동력 약화, 지원금 축소 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전북특별자치도 추진 배경이 된 '지역소멸 위기'와 '낮은 경제력 지수'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 경쟁력 제고 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3. 글로컬 대학은 줄세우기 교육 정책?
함윤호 앵커: 이차전지 지정 등을 놓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방안으로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이 신청 마감과 함께 이달 말을 목표로 예비지정대학' 선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어떤가?
박주현 대표: 교육부가 실시하는 글로컬대학사업은 지역발전전략 연계 특화분야 세계적 대학으로 전국에서 10개 내외를 선정해 5년 간 1개 학교 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입학정원 감소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대학은 글로컬대학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도내에서도 9개 대학이 신청했다.
올해 10곳을 시작으로 모두 30곳의 지방대를 선정해 한 대학 당 1,000억원을 차등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 신청이 지난달 31일 마감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북대, 군산대, 전주대-예수대-비전대(공동), 원광대-원광보건대(공동), 우석대, 호원대 등 9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사업에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이번 공모에서 전국에 걸쳐 108개 대학이 신청을 했고, 이달말 15곳을 선정할 예정인데,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경우가 모두 27개 대학, 13건이나 된다.
함윤호 앵커: 그런데 한편에선 혁신을 통한 개혁이 아닌 결국은 '지방대 구조조정'을 위한 통합 아니냐는 우려의 보도들이 많다. 이유는?
손주화 처장: '지방대 살생부'라는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이번 사업에 지방대의 3분의 2가 지원했을 정도다. 탈락시 위기감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이번 사업과 관련해서 “교육부의 지방대 살리기 프로젝트이고 살생부가 아니다”라는 해명을 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함윤호 앵커: 정부는 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한 여러 추가 대책들을 예고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지역 대학들의 생존경쟁과 줄세우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도권과의 경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데, 어떻게 보는지?
박주현 대표: ‘글로컬대학 30’사업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일각에선 대학들의 무한 경쟁을 정부가 조장하며 서열화를 극대화하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탈락한 대학들의 고사 우려부터 일방적인 통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불안감이 높다.
교육부는 지속가능한 대학을 선별하겠다고 나섰지만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 정책에 따른 대학 통합·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교수연대회의)는 지난 4월 18일 ‘교육부의 사회적 공론화 무시한 글로컬대학 사업 졸속추진 규탄 교수연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 정책 철회 및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실현을 위한 교수·연구자선언문’ 발표와 함께 '글로컬대학사업 등 윤석열 정부의 졸속 고등교육정책'을 규탄했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글로컬대학’이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대학을 한 줄로 세워 학생들이 몰리는 극소수 대학만 남기는 방식은 행정편의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우리 대학이 인재 공급과 연구역량 강화, 민주시민양성을 통해 국가의 균형발전에 기여해 온 지역 공동체의 경제, 문화, 사회의 중심이라는 점을 철저히 무시하는 몰상식한 처사”라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에서 탈락한 대학들에 미치는 악영향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