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직권면직, MBC 압수수색, KBS 수신료 분리 징수...“'땡윤뉴스' 만들 셈인가?, 언론 탄압·길들이기" 비난 여론 비등

뉴스 큐레이터 시선

2023-06-07     박주현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직권면직 처분과 MBC 뉴스룸 기자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이어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권의 언론 장악’ 또는 ‘공영방송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정 언론인과 방송사 탄압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현업단체들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 한국은 정권이 바뀌고 불과 1년 사이에 4계단이나 하락했다. 

한국 언론자유지수 1년 사이 4단계 하락 47위...“한국 언론사들, 정치인·정부 관료·대기업 압력에 직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 기자회 자료 제공)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RSF가 지난달 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47위로, 지난해 43위에서 4계단이나 후퇴했다. RSF는 전 세계 180개국의 언론 자유 환경을 평가해 '좋음', '양호함', '문제 있음', '나쁨', '매우 나쁨'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두 번째 단계인 ‘양호함’에 속했다. 

그러나 RSF는 한국의 최근 언론 상황에 대해 "한국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 언론인들이 때때로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군부독재정권시절에나 들어봄직했던 뼈아픈 대목들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직권면직 처분을 내린데 이어 같은 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MBC 뉴스룸 기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집행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방통위원장 기소 후 '직권면직', 대통령 비속어·욕설 파문 보도 MBC 기자 '고발' 이어 '압수수색'까지...”보복·과잉수사“ 비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5월 31일 발표한 성명서(갈무리)

5월 30일 윤 대통령은 임기가 두 달여 남은 한상혁 방통위위원장의 면직을 재가했다. 한 위원장은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권은 취임 직후부터 한 위원장 사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왔다. 

대놓고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했고, 대면 업무보고도 거부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방통위를 1년 내내 수사와 조사를 이어왔다. 그러더니 한 위원장의 후임으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날 경찰은 MBC 뉴스룸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해 언론계의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해당 기자에게 제기된 혐의는 지난해 4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 관련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자가 당시 한 장관 인사청문 관련 자료를 타사 기자 등에게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안임에도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MBC 뉴스룸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과잉수사란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해당 기자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파문을 보도해 온갖 고발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MBC 구성원들은 ”이번 압수영장 집행이 해당 기자와 MBC에 대한 보복 과잉수사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MBC 구성원들은 이에 더해 ”더욱 우려되는 것은 MBC 탄압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권이 뉴스룸 압수수색을 통해 이번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별건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과 경찰은 부당하고 과도한 MBC 뉴스룸 압수수색을 즉각 중단하라. 집권 이후 추락을 멈추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헌법재판소·대법원 모두 통합징수 정당성 인정“ 반발 

KBS 본사 사옥 전경(사진=KBS 제공)

윤석열 정권의 동시다발적인 반언론적 행태는 대통령실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기로 직접 나서면서 저항과 반목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5일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하면서 KBS의 공영방송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KBS는 전사적 대응에 나서고 언론단체들도 가세한 모양새다. KBS는 5일 '뉴스9'에서 “대통령실이 KBS와 EBS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월 2500원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방통위와 산업부에 권고했다”며 “전기요금과 분리해 걷도록 시행령 등 변경안을 마련하라는, 사실상의 지시”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텔레비전 수신료는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됐다. KBS는 그때부터 1TV 광고를 폐지하고 공적 책무를 확대했다”며 “이후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해달라는 소송이 세 차례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모두 통합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은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이라며 “수신료 징수 방법 변경은 선진 민주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공영방송 제도를 대한민국에서 폐지할 것인가의 여부와도 직결되는 지극히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고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이와 관련 KBS경영협회, KBS PD협회, KBS기자협회, KBS전국기자협회, KBS방송그래픽협회, KBS방송기술인협회, KBS아나운서협회, KBS영상제작인협회 등 KBS 내 8개 주요 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2일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한 공동 입장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에 전달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타격 우려…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이들 단체는 “분리 징수가 진행된다면, 수신료는 현재에 비해 69.1%, 약 4,338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신료 감소로 인해 KBS는 공적 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은 일반 기사와 사설 등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KBS가 공영방송 기능을 축소할 것”이라며 “예산이 줄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낮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클래식 라디오방송, 장애인 방송 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수신료 수입이 절반 또는 그 이하로 감소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물론 과거부터 이어진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며 “현행 수신료 징수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공신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분리 징수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수신료 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보수언론 “KBS 방만 경영 개선 위해 필요한 조치”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언론들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KBS의 방만 경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KBS는 국민이 낸 수신료로 공공을 위한 방송을 만들기보다는 자기 배를 불리기에 급급했고 공정과 신뢰라는 기본 책무조차 내팽개쳤다"며 "문 정권 내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좌 편향 보도로 일관했고, 검언유착 의혹 녹취록 허위 보도 등 신뢰할 수 없는 보도도 수없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방만 경영은 극에 달해 2020년 기준 1억원 이상 연봉자의 비율이 46.4%에 이르며, 지난해 사업 손실 90억원, 당기순손실은 118억원에 이른다"며 "무엇보다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는 세계적 흐름이자 국민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통령실, 돈줄 쥐고 공영방송 협박하는 날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강하게 반대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선포"라며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협박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임기가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억지 기소로 날려버리고 일주일이 안 돼 수신료 분리 징수를 앞세워 공영방송 KBS에 협박을 시작했다"며 "기어코 공영방송을 장악해 '땡윤뉴스'를 만들려는 작정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KBS가 1994년부터 30년 동안 TV 수신료를 한전의 전기요금 납부 청구서에 합산해 받는 금액은 방송법에 따라 가구당 월 2,500원으로, 연간 약 6,8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밝혔다. 이 가운데 91%는 KBS에, 3%는 EBS에 배분되고 나머지는 한전이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TV 수신료가 분리 징수로 변경되면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설하고, 방통위원장 면직 처분과 MBC 뉴스룸 압수수색,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 추진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압박해 길들이려는 의도여서는 곤란하다.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간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