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철거공사 갈수록 '가관...‘불법' 수사 피하니 ‘맹꽁이 서식지’ 대거 발견, "정밀조사 필요"

진단

2023-06-03     박주현 기자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주시의회 한승우 의원은 "최근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내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추가로 발견됐다"며 "시급한 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토지주인 (주)자광의 '불법 철거공사' 논란 이후 잇따른 변수 등장으로 갈수록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특히 착공 신고를 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한 개발업체에 대해 조사와 수사를 벌인 전주시 완산구청과 완산경찰서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처 보호대책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외국인 노동자 사망 사고와 불법 착공 논란이 제기됐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공사의 착공 신고 미이행과 관련 ㈜자광과 전은수 대표에 대한 완산구청의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의 고발 사건’에 대해 경찰은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관대한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6월에 철거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멸종위기종 보호대책'의 복병이 다시 등장하면서 공사가 미뤄지게 됐다.

"멸종위기종 맹꽁이, 옛 대한방직 터 곳곳 서식...정밀조사·보호대책 마련 후 착공 허가 결정해야”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9일 옛 대한방직 부지 경계 청음조사로 확인한 맹꽁이 서식지. 사진 1번, 7번, 8번이 올해 새로 확인된 맹꽁이 서식지.(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앞서 완산구청은 지난해 12월 착공 신고를 하지 않고 공장 건물을 해체한 사실을 확인해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소유주인 ㈜자광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철거공사 시작부터 제기돼 온 멸종위기종이면서 야생동식물Ⅱ급인 맹꽁이 보호대책 문제가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다시 첨예하게 불거졌다. 

3일 환경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완산구청은 당초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예상 서식지가 아니었던 옛 대한방직 터 서측 부지 절반에 조건부로 부분 착공을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해당 지역에도 맹꽁이 서식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밀조사 및 철거공사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완산구는 앞서 지난 3월 6일부터 4월 17일까지 법정보호종(맹꽁이) 조사용역 보고서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맹꽁이가 출몰하는 6월부터 8월에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특히 장마철에는 주 3회 이상 집중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시행사인 (주)자광이 오는 8월까지 진행할 예정인 맹꽁이 서식 정밀조사 결과와 함께 보호 대책 등을 검토한 뒤 착공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완산구는 공사 중단 요청과 함께 야생동식물Ⅱ급인 맹꽁이 보호를 위해 ‘옛 대한방직 부지 폐공장 철거에 따른 법종보호종(맹꽁이) 조사 용역 보고서 및 처리계획’ 등의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최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주시의회 한승우 의원은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달 29일 밤 청음조사를 실시한 결과, 완산구청이 맹꽁이 서식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서측 부지를 포함해 8곳에서 맹꽁이 울음소리가 관측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따라서 완산구청이 검토하고 있는 조건부 철거공사 허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욱이 앞서 환경단체 등은 “그동안 시행사 측 반대로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임시 주차장 조성 등 두 차례 공사로 이미 서식지가 훼손된 만큼 민관 공동조사와 상시 모니터링체계 구축”을 완산구청에 요구해 왔었다.

㈜자광 “맹꽁이 현장조사는 못 해”...환경단체·시의원 “투명한 조사와 상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체계 갖춰야”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전경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이 옛 대한방직 터 주변의 울타리 구간에서 청음조사를 통해 발견한 8개 지점 중에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곳이 있는가 하면 환경단체 등이 현장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시행사인 ㈜자광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 등 때문에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에 울음소리 등을 통해 확인된 맹꽁이 서식처로는 철거공사 부지의 동쪽 4곳과 서쪽 2곳, 남쪽과 북쪽 각 1곳 등으로 모두 8개 지점이다. 따라서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시의원은 “맹꽁이 서식지 실태조사와 보호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공동조사단을 꾸리고, 투명한 조사와 상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지 내 전체에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기 때문에 8월 말까지는 전체 정밀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부지 특성과 보존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 공사 재개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아침 완산구 삼천동 거마공원 맹꽁이놀이터에서 짝짓기 중인 맹꽁이와 수면 위에 알이 펼쳐진 것으로 미뤄볼 때 대한방직 부지 내에서도 짝짓기와 산란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중·하순, 장마 기간에 들어 비가 잦아지고 부화한 올챙이가 성체로 자랄 수 있는 습지 조건이 유지된다면 짝을 찾기 위한 수컷의 울음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완산구청 측은 ”㈜자광이 진행 중인 맹꽁이 서식지 관련 조사 용역 등을 주목하고 있다“며 "맹꽁이 조사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뭐라고 정확히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착공 신고 전 이행 사항인 '맹꽁이 서식 실태조사·처리계획' 제출 않고 철거 강행...‘물의’

전주시 완산구청은 지난해 11월 7일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토지주인 (주)자광 측에서 신청한 '건축물 해체 허가' 신청에 대해 두 가지 조건을 착공 신고 전에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또한 ㈜자광이 착공 신고 전 불법 공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도 완산구청 관계자는 "이의신청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라면서도 "경찰이 결정을 내린 만큼 불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지난해 11월 울타리 설치와 12월 임시 주차장 조성 등 두 차례 공사로 맹꽁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서식지 추가 훼손 방지대책과 보존계획 수립을 요청함에 따라 완산구청은 철거공사 개시 조건으로 착공 신고 전 ‘양서류동물(맹꽁이) 보호 및 서식지 이주계획’에 의한 서식지 확인 및 처리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토지주인 (주)자광은 착공 신고 전 이행 사항인 맹꽁이 서식 실태조사와 처리계획 제출 등을 하지 않고 철거공사를 강행해 거센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철거 지연'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