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한심하기 그지없는 ‘도시계획’을 공론화 하라

주장

2023-06-01     김길중 기자
▲전주시 백제대로는 어디로 표류하는가?...착공한지 며칠 만에 중단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현장.

전주시와 전주MBC에 드리는 제언

5월 15일 자 전주MBC의 보도 이후 전주시의 도시계획이 코미디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난맥상을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추진과 관련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주요 변곡점을 다시 정리해 보겠다. 

'"출퇴근길 어쩌나"...차로 줄여 자전거도로 개설'이라는 제목의 전주 MBC 보도(5월 15일)를 통해 논란이 시작된다. 이후 MBC는 총 5차례의 관련 보도를 이어간다. 코미디의 시작은 15일 자 보도가 나오자마자 전주시가 관련 실국장급 회의를 통해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기다렸다는듯이 16일 자 보도를 통해 쏟아냈다. 

​이후 전주시의 입장은 오락가락의 전형을 보여준다. ‘재검토’는 어느 순간 ‘백지화’로 둔갑을 하더니 책임지지 못할 언행으로 변죽을 올린다. 이후 <전북의소리>와 KBS전주총국, JTV 등에서도 관련 보도가 나왔다. 필자가 기고한 <전북의소리>에서는 전주MBC 보도의 편파적인 접근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제기했다. KBS전주총국과 JTV는 시민환경단체에서 전주시에 대해 ‘백제대로 개설 추진을 촉구’하는 뉴스를 전했다.

전주MBC도 자사의 보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5월 26일 자 보도를 통해 ‘자전거도로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시각을 함께 다루기도 했다. 코미디의 정점은 이날 기사의 제목에 담겨있다. '논란의 자전거 전용도로..."시민 의견 수렴 한다"'(전주MBC 5월 26일)라고 보도한 이 기사에서는 "사업 전반을 시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많은 홍보를 기울이겠습니다. 잘 협의해서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전주시 대중교통과장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아울러 “당장 재검토를 거론했다가 이제는 말을 아끼는 모습,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를 했지만, 시민 정서와 거리가 있다며 재차 의견 수렴과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고 기자의 멘트를 통해 전주시의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

10여 일 사이에 ‘느닷없는 기사 하나에 다음날 재검토’, ‘재검토를 넘어 백지화’가 촌각을 다투며 오가더니 ‘백지화는 전주MBC의 오보이며 재검토가 전주시의 입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다시 며칠 만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에서 ‘우리의 도시계획이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중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관련한 사실을 취재한 결과 해당 부서에서는 ‘전주MBC 보도 이전에 자체적으로 추진 계획에 관한 정리된 의견 및 상부에 대한 보고와 그에 따른 지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즉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전주MBC의 보도를 촉발점으로 '재검토', '백지화', '재논의' 등이 원칙 없이 오갔다는 이야기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초 사업을 구상하고 논의하는 과정, 그리고 마련된 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전주MBC에서 비판적으로 제기하는 ‘교통영향’과 ‘자전거 주행자의 안전’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소리인가?

백지화까지 이야기되다가 돌연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이야기는 전주시는 첫 논의가 시작된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수렴하고 무엇을 추진해 왔다는 말인가?

관청 주변에서의 용어 사용이 ‘재검토’, ‘백지화’, ‘재논의’, ‘의견수렴’ 사이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이처럼 뒤죽박죽이어도 되는가? 

위와 같은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백제대로에 자전거도로를 놓는지 아닌지와 같은 차원을 넘어설 필요성이 이번 참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KBS 본사의 '선거구제 관련한 국민 공론화 프로그램'에서 찾는 힌트

​KBS는 5월 초에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및 개혁방안’에 관한 국민 공론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공론화 프로그램 참가단’을 사전에 조사된 견해를 출발점으로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발제와 관련한 토론 등을 진행하는 숙의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숙의에 참여했던 참가단들이 1주일 만에 내린 결론은 매우 놀라웠다고 한다.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시민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의 확대와 의원 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의 대반전이 일어났다.(아래 관련 화면 참조)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 결과...숙의 전과 숙의 후 시민들의 판단에 대반전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사진=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우리는 흔히 여론조사가 현재 사람들의 명확한 판단이라는 근거 없는 상식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전주시 백제로 자전거도로 논의에는 ‘기존의 차량 중심의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여러 선진지의 경향’ 등을 참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계획단계에서 검토되었던 교통영향 평가 등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충분한 활용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모조리 배제시켜 놓고 ‘상식적으로 자전거도로를 넣으면 막히나 안 막히나’와 같은 원초적 논의의 결과가 우리가 인식하는 정확한 진단과 현실인식이라 할 수 없다.

이 논의 과정 자체가 작금의 밀리는 도로에서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접근이었는데 그런 논의 자체가 빠진 이야기는 알맹이를 쏙 빼먹고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체계도 질서도 개념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우리 도시계획의 후진성이 드러난 마당이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자전거도로 개설에 관한 찬반입장이 아니라 왜 이리도 못난 지경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바라볼 때이다.

▲전주시 오락가락의 결정판...추진과 재검토, 백지화, 다시 의견수렴 등 10여일 사이에 매우 다른 입장의 번복을 통해 오락가락하고 있다.(사진=전주 MBC 5월 26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도시계획과 공적 미디어의 책임 있는 역할 

전주시는 이번에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보다 좋은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전주MBC도 이 혼란에 일조한 책임을 지어야 하는 측면에서 이 논의의 공간을 보다 책임성 있게 준비하고 임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전주MBC 스스로도 놀랐던 것처럼 대중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적 미디어로서의 책무에 부합하는 길은 단초적 접근이 아니라 입체적인 고려를 통해 지역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본연의 임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송과 지역 내 미디어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드러난 사태에서의 난맥상을 끄집어내고 어떻게 해야 지금의 후진성을 극복할지를 말하지 못한다면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주MBC 보도에 대한 비판에서 다뤘듯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말하는 언론들의 이중주를 대중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여긴다면 매우 큰 오산이라 환기시키고 싶다. 문제가 벌어졌을 때 변죽 울리는 행태가 아니라 예견되는 문제, 확인되는 문제, 극복해 가야할 문제를 짚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

'KBS 선거구제 공론화' 같이는 못해도 자사가 가진 편성권을 통해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자각하고 지역사회 내에서의 공적 미디어의 책임있는 역할을 주문하고자 한다. 지금이야말로 '전주의 도시계획'을 공론화할 때이다. 자전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우 취약하고 한심한 것들로 가득한 우리의 도시계획을 말할 때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