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의료시스템 이미 붕괴...의대 정원, 어느 게 국민에게 도움 되는지 결정해야”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MBC ‘PD수첩’ 황순규 PD

2023-05-31     이영광 기자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다. 때문에 대학 입시철이 되면 의대 지원이 몰린다. 하지만 최근엔 서울 대치동에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의대반을 운영하는 학원이 생겼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사 부족을 얘기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 

지난 23일 MBC <PD수첩>에서는 ‘의대 블랙홀’ 편이 방송되었다. 초등학생들이 서울 대치동에서 의대반 학원 다니는 모습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의대 광풍과 함께 의대 정원 늘리는 문제에 대해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의대 블랙홀’ 편을 연출한 황순규 PD를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황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의대 있는 대학, 전국에 39개 불과...대학들, 신설 위해 엄청난 노력"

황순규 MBC ‘PD수첩’ PD.(사진=황순규 제공)

- 지난 23일 방송된 MBC <PD수첩> ‘의대 블랙홀’ 편을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방송 다음 날(2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9차 의료현안 협의체를 열어 의대 정원 관련 회의가 열렸습니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였던 351명을 원상 복귀하는 것부터 500명 이상 늘리는 것까지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가 우선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이번 방송 ‘의대 블랙홀’이 부디 국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현명한 결정을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의대 입시 실체와 의료 현장의 실태 심층 취재하셨잖아요.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제가 ‘인구 절벽 1부-우리가 낳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편 방송했잖아요. 사실 이번엔 ‘인구절벽 2부’를 기획하고 취재 중이었어요. ‘인구절벽 1부’가 결혼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면 ‘인구절벽 2부’는 결혼해서 아이 낳아 육아하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아이 키우는데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조사하던 중 요즘 사교육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바로 ‘의대 쏠림’ 현상이었죠. 물론 ‘의대 선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에 보내기 위한 ‘초등 의대반’ 현장은 심각해 보였어요. 그래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아이템 두 개를 한 편으로 한 것이잖아요. 각각 한 편씩 심층 취재해도 될 텐데 두 아이템을 묶은 이유가 있을까요?

“초등 의대반의 사교육 열풍 현장으로도 아이템 할 수 있고,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도 아이템 할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두 개의 아이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이 의사가 되겠다고 아우성을 치죠. 반면, 전국 각지의 의료 현장엔 고액 연봉에도 의사가 부족하고요. 의대 정원은 18년째 묶여있는 상황이 있죠. 상황이 조금씩은 달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작가님께서 고생하셔서 잘 구성해 주신 것 같습니다.”

- 그럼, PD님을 이 이 아이템 하기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저도 이번에 취재 들어가면서 18년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묶여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가장 신기했습니다. 우리가 18년 전과 비교한다면 얼마나 의료 시장이 커졌고, 또 다양한 이유로 병원을 자주 찾고 있는데 의대 정원 수는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어요.”

- 의대 정원 3,058명이라는 게 1년에 의대 합격한 학생인지 아니면 의사고시 합격한 사람인가요

“의과대학 입학하는 학생 숫자겠죠.”

- 우리나라에 대학교가 200대 넘는 것으로 알아요. 물론 의대 있는 대학은 적겠지만요.

“의대가 있는 학교는 전국에 39개가 있습니다.”

- 전국 대학이 200개가 넘는데 의대는 39개 있다고요?

“‘의대 정원 확대하자’라고 하는 것이 기존 39개 의과대학에 정원을 증원하자는 의견과 새로운 의과 대학을 더 늘리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안동대, 창원대, 목포대, 순천대 등은 의대를 신설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의대 신설이 지역의 공공의료 공백을 메꾸고 지역소멸 등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어 각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은 취재했지만, 방송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4년간 N수생으로 의대에 들어온 비율 77%...이 수치, 매우 큰 의미" 

23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의대 블랙홀’의 한 장면(캡처)

- 처음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다양한 의대생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의대 정시로 들어간 친구들 보면 77%가 재수, 삼수, 사수 이상입니다. 77%가 넘는 친구들이 노력과 비용, 시간을 투자해서 의대에 오려고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 친구들을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그 친구들을 섭외하는데 많은 취재 노력을 투입 시켰습니다.”

- 예전에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로 알거든요. 제가 지방이고 문과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의대 가는 친구들 많지 않았어요.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 자체의 힘이 훨씬 더 견고해졌고, 가지고 있는 권한이 막강해지다 보니까최근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있던 의대 열풍을 넘어서 이제는 광풍이라고 표현했는데 의대 쏠림 현상이 지금이 최고의 정점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서울 대치동에 초등 의대반 학원이 있고 거기서는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거잖아요. 이게 맞나요?

“‘초등 의대반’이라고 해서 간판 달고 성행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수학을 대부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의대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은 사실 예전부터도 상위권에 있는 친구들이었고 그 친구들은 국어, 영어, 과학 등 기본적으로 다 1등급을 받는 훌륭한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변별력이 강한 어려운 수학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고 내신이 없는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빨리 선행 해서 고등학교 수학을 반복 해야 해요.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는 커리큘럼 짜놓고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 초등학생 때는 꿈이 자주 바뀌고 자기에게 맞는 게 뭔지 찾아가야 할 나이인데 의대 준비한다는 게 씁쓸하던데.

“맞아요. 초등학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부총장님도 씁쓸함을 넘어 너무 안타까워하시고 너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하셨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에는 본인의 적성을 찾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면서 나의 진로를 찾아가는 시간인데, 의사라고 직업이 정해지고 거기에 맞게 그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보니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 및 탄압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 N수생들의 의대생이 많은 것 같아요. 의사가 되려는 게 돈 많이 벌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의사는 생명을 다루니까 사명감이 있어야는데 돈 때문에 의사 되는 게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데 모든 의대생이 사명감 없이 갔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저희가 만나본 N수 해서 의대로 간 친구들의 솔직한 답변도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이었어요. 최근 4년간 N수생으로 의대에 들어온 비율이 77%예요. 저는 이 수치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대에 가려는 학생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에요. 공대나 다른 곳에 들어가 있던 친구들이 대학 와서 공부 해보고 조금 더 눈을 넓히면서 보니 의사만 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기 점수 1~2점 차이로 의대를 못 갔는데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래서 N수생들이 77%나 차지하고 있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 산청 의료원의 경우 연봉 3억 6천을 준다고 해도 내과 의사 못 구한다던데 왜 안 올까요?

“산청이 물론 지방 도시이기는 합니다만, 내과는 필수 진료 과목이잖아요. 1년 넘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방의 의료공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겠다고 해서 취재 했었고 내과 전문의 채용에 월 3천만 원, 연봉 3억 6천만 원의 조건으로 5차례 재공고가 나왔습니다. 결국 방송 직전 1년 2개월 만에 한 분을 채용했고 6월 12일부터 진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내과 전문의가 구해졌다고 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지방의 필수 진료 과목이 1년 넘게 공백이었다는 사실은 문제죠.”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공백이나 필수 인력을 해결할 수 없어" 

23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의대 블랙홀’의 한 장면(캡처)

- 인천의료원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잘 이해 안 가던데.

“수도권에 위치하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인천의료원도 1년 2개월째 신장내과 의사를 못 구하고 있다는 것이 저도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혈액투석기 35대가 의사가 없어 멈춰 있는 모습을 직접 볼 때 너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저희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인천의료원뿐만 아니라 대구, 청주, 충주, 천안, 포항, 군산의료원 등 시 단위의 규모가 큰 의료원들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절반 이상이 의사가 없어 휴진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님은 절대적으로 ‘의사 수 부족’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숫자가 많아지면 결국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계셨습니다.”

-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될까요? 지금도 돈 되는 과로만 몰리고 소아청소년과 등은 안 가려고 하잖아요.

“맞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논리가 바로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논리예요.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숫자가 늘어나면 쏠림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라는 거죠. 저는 의사협회의 논리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대 정원 확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해서 18년째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은 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동시에 의사협회가 얘기하는 배치의 문제, 환경과 시스템을 같이 고민해야겠죠. 의사 수가 어느 정도 있어야 그러한 배치의 문제도 고민할 수 있는 거죠. 다시 말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필요 조건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의사협회는 왜 의대 정원 증원 반대하는 거죠?

“첫 번째가 방금 말씀하신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공백이나 필수 인력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거죠. 두 번째 대한민국 인구는 자연 감소추세에 있어서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고 늘리면 나중에 의사 과잉이 될 것이다라는 거죠.

그러나 일각에서 ‘인구는 줄고 있지만 고령화가 훨씬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 의사 수 부족으로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의사 숫자가 어느 정도 있어야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도 생길 것이고, 그러한 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메꿔질 거다’라고 말씀하시는 의사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미 지역은 의료시스템 붕괴되고 있는 현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의대 블랙홀’ 편 취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게 직업의 자유라는 게 있잖아요. 의사들도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시기, 지역을 선택할 자유가 분명히 있죠. 그렇지만 이걸 거꾸로 생각해 보면 ‘특정 자격이나 직업에 진입할 정원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라는 건 국가가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 수요 분석해서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펼치는 정책의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우리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가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라는 것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일 겁니다. 그 정원수를 전체 국민의 도움이 될 적정선 판단해서 정하는 것이지 이게 한쪽의 주장만 받아들여 ‘18년 동안 묶여 있다’라는 부분은 취재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의사들의 권익을 대신하는 대한의사협회 쪽에서는 충분히 그런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이 명확하다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저희에게 보내온 답변을 보면 ‘필수 의료인력 부족과 고령화 등 의대 정원 확대는 꼭 필요하다’라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민만을 생각하며 결정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활발하게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여러 가지 의제를 놓고 회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역은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도 잘 아실 거예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 프로그램 댓글에 나타난 시청자분들의 여론이 잘 전달되어 6월 초에 있을 회의에서는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