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실패' 이어 국기원도 '뺏길 위기'...무주 태권도원 ‘애물단지’ 전락, 말 뿐인 ‘태권도 성지화’

진단

2023-05-27     박주현 기자
무주 태권도원 부지 전경(사진=무주군 제공)

‘태권도 성지화‘를 이루기 위해 무주군 설천면에 들어선 대규모 부지·시설의 ’태권도원‘이 설립 10년을 앞두고 '무용지물'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세계태권도연맹(WT)본부가 강원도 춘천시로 최종 확정된데 이어 국기원 본원의 경기도 과천시 이전이 본격 추진 중이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립된 태권도원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당초 태권도 관련 유관기관들과 민자 유치 등을 통해 태권도 종주지역은 물론 성지화를 이룩하겠다던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다른 지역들에 밀리거나 외면 받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기사] 

위협 받는 ‘태권도 성지화’, 전북도·무주군 ‘WT 본부’ 이어 ‘국기원’ 마저 빼앗길 '위기'...언제까지 바라만 볼 건가?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춘천시 확정’되기까지 몰랐다?"...전북도·무주군 ‘무능·무책임’ 도마 위, “말로만 태권도 성지화” 비난

과천시의회 "국기원 유치 위해 제안 건의(안) 제출 등 적극 설득...성과 가시화" 

국기원 홈페이지 초기화면(갈무리)

27일 경기도 과천시와 과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전 세계 212개 태권도 회원국의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이전 지역으로 강원도 춘천시가 지난 4월 선정된데 이어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이 거론돼왔던 국기원 본원이 최근 경기도 과천시로 이전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과천시의회는 지난 3월 23일 ‘국기원 과천시 이전 제안 건의안’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과천시 이전 촉구 건의문’ 등을 동시에 채택하는 등 국기원 본원을 방문해 적극적인 이전 설득과 장점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과천시는 물론 과천시태권도협회와 과천시체육회 등도 각종 태권도 관련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국기원 이전에 따른 태권도 관련 산업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태권도문화산업벨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태권도연맹본부의 춘천시 이전에 이어 국기원 마저 과천시로 이전이 본격 추진되면서 지난 20여년 간 줄곧 ‘태권도 성지화’를 외쳐왔던 전북도와 무주군은 성지화는커녕 막대한 예산과 부지를 들여 조성한 태권도원이 애물단지로 둔갑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전북도와 무주군이 거대한 면적의 태권도원 조성 이후 관련 기관 유치에 미온적인 사이에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를 위한 의향서 마저 제출하지 못하는 등 관련 정보에도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전북도와 무주군의 박약한 의지가 만든 결과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문승우 전북도의원 "국기원 이전·태권도원 활성화, 전북도 소극·피동적 일관“ 비판 

전북도의회 전경

문승우 전북도의원은 26일 전북도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태권도원 활성화의 요체가 될 수 있는 국기원 이전은 물 건너간 형국이고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이전도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수포로 돌아갔다"며 전북도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어 " 전북도의회는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태권도원 활성화의 시급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전북도가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면서 "그럼에도 전북도는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태도로 일하는 등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온 결과"라고 질타했다.

또한 "민선 8기 들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문 의원은 "김관영 도지사 취임 이후 지금까지 총 30여 차례의 지시사항이 있었지만 태권도원 활성화에 관한 내용을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도지사가 기업 유치와 국비 확보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각계각층의 인사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태권도원 활성화를 위한 관련 인사 접촉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문 의원은 "이 상태로 몇 년이나 더 지나면 지지부진한 태권도원 성지화나 활성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고착되고 말 것"이라며 "도지사가 절박한 심정으로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강동화 전북도의원 “손 놓고 있는 태권도 국기원 이전 협상, 전북도지사 전력투구해야”

앞서 지난 2월에도 태권도 산실인 국기원 이전을 놓고 전북도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 제기됐다. 강동화 도의원은 2월 2일 열린 제397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국기원 이전 협상 노력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강 의원은 “무주 태권도원은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는데 처음은 태권도 성지 조성과 세계적 관광자원 육성 등 야심찬 포부로 출발했다”면서 “이와 달리 태권도 메카로서의 위상은 고사하고 시설운영 활성화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또 “이런 상황에서 전라북도는 국기원 이전 논의마저 손을 놓고 있다”면서 “전북도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태권도원이 배제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최근 국기원이 서울시와 이전 협약식을 체결하면서 서울시는 물론 인근 수도권 지자체들까지 국기원 유치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1974년 법인으로 설립된 국기원이 현 소재지에서 처음으로 둥지를 옮기려고 하는 것인데 이를 방치할 경우 국기원의 태권도원 이전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도 강 의원은 “전북도 차원에서 태권도 성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서라도 국기원 이전 협상에 다시 박차를 가하도록 김관영 지사가 발 벗고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우윤화 과천시의회 부의장 “국기원 과천시 이전, 태권도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과천시의회 우윤화 부의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천시는 시민들의 스포츠 여가활동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체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라며 “문화, 예술, 관광, 스포츠와 관련 산업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국기원 유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우 부의장은 이어 “‘국기원 과천시 이전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고, 3월 23일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건의안이 채택됐다”며 “그야말로 세계 태권도인들이 쉽게 찾고, 머물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춘 최적의 도시가 과천”이라고 자랑했다.

아울러 우 부의장은 “세계 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은 2억명에 달하는 지구촌 태권도 가족의 중심”이라며 “세계 태권도인들이 매년 태권도와 관련된 행사와 산업, 관광을 위해 국기원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국기원의 지리적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무주군은 태권도 성지와 태권도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세계태권도연맹본부, 국기원 본원, 대한태권도협회 단체 등이 태권도원을 중심으로 결집돼야 한다는 점을 늘 주장해왔다. 

"태권도 성지화 이루겠다더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주민들 우려·실망 

무주 태권도원 경기장 건물 외부 전경(사진=태권도원 제공)

그러더니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이전과 관련해 대상 모집 공고에 참여하지도 않은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역 사회에서 높게 일고 있다. 여기에 국기원 마저 과천시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 된다면 그동안 수십년 공들여 왔던 무주군의 태권도 성지화는 물 건너갈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전 세계 212개 태권도 국가를 대표하고 성지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단체들이 무주로 이전할 것'이라고 공언하던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말이 공언(空言)이 되어 가고 있는 데 대한 주민들의 아쉬움과 실망감이 가장 커 보인다. 

주민들은 “도지사와 군수가 수차례 바뀌었지만 이구동성으로 태권도 성지화는 꼭 이루겠다더니 관련 기관들을 타 지역에 속속 내주어 속이 상한다”면서 "이러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무주군은 태권도 성지화를 목표로 백운산 자락 231만 4,213㎡ 부지에 총 사업비 2,475억원 규모로 2004년 후보지 선정 공모 이후 무려 10년 만인 2014년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권도 박물관과 태권도 전용 경기장, 체험관, 연수원 등 제반 시설을 갖춘 태권도원을 개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