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터 철거 재개 ‘눈앞’, 개발 이익 환수는 2년째 '제자리'...개발업체에 끌려가는 전주시, 왜?

뉴스 초점

2023-05-23     박주현 기자

노동자 사망 사고와 불법 착공 논란으로 중단됐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 공사가 다시 재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 이익 환수 비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전주시가 지나치게 개발업체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22일 전주시 완산구 등에 따르면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건축물 해체공사 허가와 관련된 승인 및 처리를 위한 막바지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구청인 완산구는 제반 준비가 완료될 경우, 이달 중으로 건축물 해체 착공 신고를 승인·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공사는 지난해 12월 21일 착공식을 가진 뒤 철거가 시작됐으나 착공 신고 미이행 등 불법적인 절차와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같은 달 29일부터 현재까지 약 5개월 동안 철거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추락방지 안전망·안전발판 등 설치하지 않아 외국인 근로자 사망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전경.

특히 지난해 12월 29일 옛 대한방직 부지 내에서 석면 가림막을 설치하던 40대 태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데 대해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4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철거업체 안전관리자와 현장소장 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안전조치 이행 여부 점검·관리를 게을리하고, 근로자 추락방지 안전망과 안전발판 등을 설치하지 않아 외국인 근로자를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조건부 철거 허가를 무시한 ㈜자광의 무리한 불법 철거 강행과 양서류 동물(맹꽁이) 보호 및 서식지 이주 계획에 의한 서식지 확인 및 처리계획 미제출 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철거공사가 그동안 중단돼 왔다.

“건축물 해체공사 허가 승인 위해 마무리 절차 중”...법종보호종 처리 문제 아직 남아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공사 현장(사진=전주시 완산구 제공)

게다가 완산구는 지난 3월 6일부터 4월 17일까지 법정보호종(맹꽁이) 조사용역 보고서에 대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맹꽁이가 출몰하는 6월부터 8월에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특히 장마철에는 주 3회 이상 집중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완산구는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건축물 해체공사 관련 업체에 해체공사 허가에 필요한 자료들을 요구하는 등 멸종위기종이면서 야생동식물Ⅱ급인 맹꽁이 보호를 위해 ‘옛 대한방직 부지 폐공장 철거에 따른 법종보호종(맹꽁이) 조사 용역 보고서 및 처리계획’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완산구가 옛 대한방직 건축물 해체공사 허가와 관련된 승인을 위해 마무리 행정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건축물 철거작업 중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와 맹꽁이 보호 문제 등으로 잠정 중단됐던 옛 대한방직 터 건축물 철거공사가 이달 안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및 환경 전문가들은 전주시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엇갈린 견해와 주장을 제시할 개연성이 높다. 특히 법종보호종(맹꽁이) 보호 대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핵심 쟁점인 개발 이익 환수 비율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 

전주MBC 5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현재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23만 565㎡로, 폐 공장건물 면적 7만 5,694㎡에 건물 19동(주3, 부16)이 남아있다. 여기에 전주시는 해당 부지 절반에 대해 조건부로 착공 신고를 받아주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는 소식과 함께 정작 핵심 쟁점인 개발 이익 환수 비율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보도가 나와 더욱 주목을 끈다. 

전주MBC는 22일 관련 기사에서 “지난해 말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옛 대한방직 공장 철거 현장이 당초 조건부 허가에 따르면 올 여름에나 가능한 맹꽁이 서식지 확인과 처리계획 제출 전에는 착공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주무 부서인 완산구청이 예상 서식지를 제외한 서측 부지 절반에 먼저 철거 착공 신고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태경 전주시 완산구청 건축민원팀장은 이날 방송과 인터뷰에서 "석면 때문에 빨리 건물을 해체해야 된다“면서 ”주민들 의견도 있고, 사업자도 빨리 해체를 하고자 하는 의견들이 있었어 전문가 의견을 받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사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철거 건물 외부에 시스템 비계를 설치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며 ”조건부 허가를 비껴가며 또다시 철거를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가운데 개발사업의 핵심 쟁점인 개발 이익 환수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광 측은 전주시에 ‘계획 이득 환수 비율이 높으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해 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며 ”이익 환수 비율을 정하기 위해 작년부터 '사전협상 지침'을 마련 중인 전주시 역시 1년 넘게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공론화위원회 "용도변경 시 토지 40% 개발 이득으로 환수할 것" 권고...2년 지나

전주시청 전경(사진=전주시 제공)

앞서 옛 대한방직 부지 관련 시민공론화위원회(시민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020년 5월 28일 옛 대한방직 부지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론화의 시동을 걸었다. 그 후 시민공론화위원회는 1년 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위한 용도 변경에 따른 특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용도변경 시 토지의 40%를 개발 이득으로 환수할 것을 2021년 4월 권고했다. 

이와 함께 시민공론화위원회는 용도지역 상향과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이득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지침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토지와 현금, 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전주시는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등 타 지역 협상지침 사례 등을 참고해 옛 대한방직 부지 용도 변경에 따른 개발 이익 환수를 위한 내부 협상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힐 뿐 뚜렷한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특혜성 논란이 가라 않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전주시가 추진한 서부신시시가지 개발사업에서 제척돼 '알박기' 논란이 일기 시작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2017년 1,980억원에 터를 매입한 ㈜자광이 도유지 일부와 시유지를 포함한 23만 565㎡ 부지에 공동 주택 3,000세대와 복합 쇼핑몰, 430m 높이 타워, 호텔 등을 짓겠다며 총 2조 5,000억원 규모 대형 개발 계획을 전주시에 제안했지만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아 '수용 불가' 결정을 받은 상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