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대리투표·여론조작...전·현직 장수군수 측근들 항소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몸통들은 비껴가" 비난

사건 이슈

2023-05-20     박주현 기자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대리투표 행위로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충격적인 사건의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은 보이지 않고 재판장에는 그들의 선거를 도운 측근들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훈식 장수군수의 친형을 비롯한 전직 군수의 측근 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지만 수사과정에서부터 전·현직 군수들은 제외돼 몸통은 빠지고 깃털만 건드린 수사란 지적을 받아왔다.

대리투표' 장수군수 친형, 징역 1년 2개월·집행유예 2년 '원심 유지'

광주고등법원 전주부 전경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19일 공직선거법(당내경선 자유방해)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훈식 장수군수의 친형 최 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을 주도한 총책 A씨 등 2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점과 선거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한 행위인 점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이 유의미할 정도의 왜곡현상에 이르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형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4월 24일부터 26일 사이에 진행된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최 군수를 당선시키기 위해 고령(71~87세) 유권자 10명으로부터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받아 ARS 권리당원 투표전화에서 불법으로 대리 응답, 민주당 전북도당의 경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휴대전화 청구지 변경 여론조작'...전·현직 장수군수 측근들 2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장수군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5월 12일 장수군청 앞에서 '금권선거 규탄 기자회견'을 실시한데 이어 30일에는 '장수군수 선거 파국 상황'에 관한 성명을 냈다.

이날 같은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장수군수의 여동생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전·현직 장수군수 측근 등 4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도 각각 유지했다.

재판부는 "장수군은 2만여명의 소규모 선거구로서 허위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변경하는 등 범행이 좋지 않다"며 "휴대전화 청구지 변경 뿐 아니라 응답까지 유도함으로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하기 어렵고, 이 같은 범죄행위로 당내 경선이 재실시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점, 사회적 연결관계를 이용해 선거를 왜곡하려는 점에 비춰볼 때 원심의 판단이 적절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B씨 등은 타 지역 선거구민 휴대전화 73대의 요금 청구지 주소를 장수군으로 허위 이전한 뒤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 2회 이상 응답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당내 경선에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기준으로 투표권자를 특정해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구조를 악용, 타 지역에 거주하는 친인척과 지인을 경선 투표에 참여시킨 것으로 봤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경선이 지방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점과 해당 사건들이 지역사회에 미친 충격과 파장 등에 비하면 핵심(몸통)은 제외된 채 주변 인물들만 책임을 지게 된 결과라는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상한 죽음 '의문'...장수군수 돈 선거 의혹 '실체적 진실' 꼭 밝혀야"

장수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5월 30일 발표한 성명 일부(갈무리)

앞서 지난해 '청정지역'으로 널리 소문났던 장수군이 6·1 지방선거기간 내내 '금품·혼탁 선거'로 얼룩진 가운데 지역사회 전체가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장수군수 후보 지지 의사를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던 한 60대 주민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죽음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가 극도로 술렁이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에 참다 못한 장수농민회와 장수YMCA 등 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2 장수 지방선거 시민사회단체 대응기구'가 나섰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인 5월 30일 '장수군수 선거 파국 상황'에 관한 성명을 내고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거론되는 후보와 관련자들의 책임 있는 사죄 및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