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 '밑동' 가까이에 꼭 '경계석'을 둘러야 하는지요?"

생활 주변의 민원 현장

2023-05-17     문아경

전주시 서학로에 위치한 전주교육대학교부설초 교문 옆에 전주시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6일 '300년 된 보호수', '200년 된 노거수'라는 팻말이 서 있는 느티나무 밑동 가까이에 돌로 블럭을 쌓은 것을 보았습니다. 

나무에 테두리가 필요하면 두 나무를 둘러서 쌓아도 될 것을 굳이 하나씩 나무 밑동 가까이에 블럭을 깔았고, 시멘트도 흘러 내려 나무 뿌리를 덮으면 숨 쉬기가 힘들어 나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5월 9일 국민신문고에 들어가서 전주시청에 민원을 썼습니다. '직접 가서 공사를 하는 것을 보시고 조치해주시기 바란다'고요. 며칠 후 담당 공무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가서 보았더니 문제가 있어서 돌로 된 블럭은 철거를 했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꼭 필요한 민원을 내는 일을 좀 더 열심히 해야 좋아집니다" 

5월 14일, 다시 그곳을 들러보니 돌 블럭을 철거해서 나무 뿌리가 숨쉬기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5월 15일, 이메일로 다시 답변이 왔습니다.

"보호수 경계석을 철거했다"고요. 돌로 된 블럭을 경계석이라고 부르는군요. 인터넷으로 민원을 넣는 일이 귀찮긴 하지만 말 못하는 느티나무를 대신해서 민원을 넣게 된 것은 가로수시민연대 최진우 대표께서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에게 강의할 때 민원에 대해서 하신 얘기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가로수가 가게의 간판을 가린다고 '베어 달라'는 민원이 90% 라면, 가로수를 지나치게 가지치기를 해서 '닭발 처럼 만드는 강전정'을 나무라는 것 같은 민원은 10%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환경을 위해서 꼭 필요한 민원을 내는 일을 좀 더 열심히 해야 좋아진다는 것이지요. 

/글·사진=문아경(전주시민·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