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장기적으로 보면 역효과 날 수 있어”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2023-05-15     이영광 기자

지난 7일 기시다 후미호 일본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로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된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되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 동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마음 아프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이 끝나자, 여야의 평가는 언제나 그렇듯 극과 극이었다. 2개월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평가해 보고자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을 만났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일 관계 발전에 장기적으로 역효과 날 요소가 많은 정상회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발전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역효과 날 요소가 많은 회담이었다"고 지적한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 지난 7일 기시다 후미호 일본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총평을 해 주세요.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장면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외교의 원칙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요소들이 많아서 우리 국민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관계 발전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역효과 날 요소가 많은 회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긍정적인 면은 어떤 걸까요?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요.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 시찰단 파견 합의도 잘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갈 텐데 히로시마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기로 약속한 부분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사죄나 반성의 의미는 없어...답답”

- 그럼, 부정적인 부분은 뭘까요?

“각론으로 들어가면 외교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죠. 오염수 시찰단이 구성되고 파견되는 건 좋은데 과연 우리 국민의 불안감 씻어줄 수 있는 해결책이 되겠느냐라고 보면 오히려 오염수 방출하는 수순에서 들러리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 최근 한일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강제 동원 문제인데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마음이 아프다는 유감 표명을 했지만, 개인 차원에 불과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사과나 반성의 의미라기보다는 위로라는 부분에서 매우 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현안은 일본의 전범 기업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 위로하는 기금에 참여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기시다 총리는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해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어요. 이게 강제 동원으로 와서 마음이 아픈 건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가서 해도 환경이 안 좋았던 것에 대해 마음 아프다고 했는지 분명한 건 아니지 않나요?

“저도 그런 말씀에 동의하는데, 큰 틀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제 동원 사실 또 강제 동원의 불법성 이런 것을 인정하는 거하고는 관련 없는 말이에요. 사죄나 반성의 의미는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답답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원이라고 하는 건 일본이라는 국가 정부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차원인데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기 때문에 유감입니다.”

- 왜 그랬을까요?

“아무래도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강제 동원이라고 하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총리 차원에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을 때 이것이 법률적인 책임을 수반해야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했을 겁니다. 아니면 일본의 한국 통치 전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일본 스스로 시인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걱정하지 않았는가 하는 거죠.”

“역대 총리 입장 계승한다는 말은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쾌한 표현”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 기시다 총리는 3월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 계승한다고 했어요, 근데 역대 내각 입장에는 오부치 총리 입장도 있지만 아베 총리 입장도 있는데.

“아주 중요한 말씀이에요.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 그다음에 1998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 그다음에 2005년 고이즈미 담화 그다음에 2010년간 총리 담화 이런 순서로 꾸준하게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왔어요. 그렇게 보여온 것은 한국과 일본의 노력도 있지만 식민지 시대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이 꾸준히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식민지 지배가 국가와 국가 간의 힘의 차이를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진행됐다.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됐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통째로 불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흐름을 타고 2010년도 간 나오토 총리 담화에 보면 1910년 한일 합방 조약은 강제적인 요소가 있었고 폭력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을 한 거예요. 이것도 상당히 진전된 거예요.

그런데 2015년 아베 총리 담화가 있었고, 그 이전에 2013년에 아베 총리 발언이 있어요. 그 발언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게 있어요. 이게 역대 총리의 입장 중에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2013년에 아베 총리의 입장은 그 이전에 여러 가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어떤 유감 표명이라든가 사과나 반성의 입장을 다 무효로 돌리는 거예요. 지금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부와 연장선이에요. 그러니까 역대 총리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말은 사실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쾌한 표현이에요.

그중에서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한 것은 다행인데 무라야마 총리의 반성 발언 부분이라든가 간 나오토 총리의 강제성 또 폭력성 인정한 부분 이 부분을 계승한다는 포함해서 역대 총리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했으면 훨씬 더 긍정적이었을 거예요. 근데 그냥 전반적으로 개선한다고 했으니까 아베 총리의 입장이 포함이 된 거고 아베 총리의 입장은 그 앞에서 발생한 것이 다 무효로 걸리는 발언이에요.”

- 그럼, 사실상 아베 총리 입장 계승한다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보면 일본 정치권의 보수 우익의 특성과 비교해 보면 나름대로 전향적인 태도가 있어요. 일본 정치권에 너무나 보수적이고 우경화돼 있는 상황 속에서 지금 기시다 총리가 발언하는 것 자체가 용기를 내서 발언하는 거예요. 기시다 총리 발언 중에 유감을 표명한 것, 역대 총리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말조차도 일본 정치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판을 받을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너무나 보수 우익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물론 아베 총리가 2013년 이후에 한일 관계 발전의 역사를 매우 훼손한 부분이 시정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에서도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이 돼요.”

- 오류요?

“한일 관계가 한국에서도 국내 정치에 활용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1995년도 11월에 김영삼 대통령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발언으로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 일본 보수 우익이 조직화되는 계기 마련하는 부분이 있고요. 2005년도에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시마네현 독도 편입 관련 다케시마의 날 공포식이 있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이것에 격분해서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공개적으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것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요.

2012년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결정타예요. 그건 일본과의 외교 갈등의 소재로 독도 문제가 존재하는데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일본의 보수 우익이 국내외 여론을 등에 업고 우경화 활동을 극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어요.”

“IAEA가 최종 보고서 낼 때 안전...한국으로부터 지지 얻느냐 안 얻느냐가 결정적 변수라고 생각 않할 것”

- 기존에 예상은 기시다 총리가 여름쯤 방한할 거였죠. 근데 급하게 1주일 사이에 방한이 이뤄졌어요. 왜일까요?

“미국의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한일관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려면 미국의 외교 정책을 반드시 이해해야 해요.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개선할 때나 악화할 때 언제나 미국이 있어요.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5월 20일쯤에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담 하고 그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 한일 간에 서로 교차 방문하는 게 선행이 돼서 한일 관계 개선이 상당 수준 더 올라간 상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한다면 좋겠다는 권고를 일본에 했을 거로 생각하고요. 한국 입장에서 본다면 지난번 3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갔고 빈 잔에 물을 절반은 한국이 먼저 채웠는데 일본이 성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하는 게 국민들에게 손실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 일부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온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그 문제를 관장하는 IAEA 평가단이 활동하고 있어요. IAEA가 최종 보고서를 낼 때 안전하다고 평가한다면, 일본은 오염수를 방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길 거로 생각하고요. 미국을 포함해서 일부 선진국들은 IAEA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가 있어요. 그러니까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서 지지를 얻느냐 안 얻느냐가 결정적인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사를 묻고 가자는 거 같아요.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릎 꿇으라는 건 자기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까지 말했어요. 국민감정과 안 맞는 말 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전혀 괜찮지 않죠. 외교는 국제적으로 국가 이익을 최대화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고 당연히 국민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해요. 만약 국민적인 지지와 협력이 없다면 외교에 대한 그 모든 것은 무효예요. 정당성이 없는 거예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과거사 문제라고 하는 건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에요. 길게 보면 1875년 일본의 강화도 침략으로부터 시작이 되는 거예요. 어떻게 한 사람의 결단에 의해서 해결이 되겠어요? 150년 된 문제고 다섯 세대가 지나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관련되면서 복잡한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이해하는 게 문제 해결의 제1단계예요. 복잡한 문제를 복잡한 걸로 인식해야 하는데 단순한 거라고 착각하고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언제 일본에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고 했나요? 시시비비를 가려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무릎을 꿇으라는 거예요. 잘못한 게 있으면 무릎을 꿇고, 잘못한 게 없으면 당당하게 대하고 그게 한일 관계의 기본이에요. 무조건 무릎 꿇으라는 게 아니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잘못한 게 있으면 무릎 꿇으라는 것인데, 그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언제나 과거라는 기초 위에서 존재...한일 과거사 '100'중 '10' 정도만 채워져“ 

"일본이 성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하는 게 국민들에게 손실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하는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 윤 대통령의 말은 지금 미래로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서 앞으로 못 갈 거냐는 거고 국민의힘에서는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 한 적 있다는 건데.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미래로 나가지 못하면 그건 문제예요. 근데 과거사를 덮어버리고 앞으로 가면 그건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과 다름없어요. 기초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번에 미국에 가서 70년 전에 우리나라를 위해서 피를 흘린 미국 군인들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한 게 있어요. 우리나라를 위해서 70년 전에 피 뿌린 미국 참전 용사들이 있기 때문에 한미 동맹이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00년 전에 일본에 의해서 주권을 빼앗기고, 부당하게 고문당하고 숨져간 우리 조상님들의 원한과 자주독립을 위한 희생과 헌신은 중요하지 않나요? 조상님들이 흘린 피 덕분에 우리나라가 자주독립을 되찾았고, 번영의 기회를 만났는데, 그 사실을 무시하고 미래로 가자면 미래가 열립니까? 한미 동맹에서는 동맹국 군인들의 과거 헌신을 중시하면서 한일 관계에서는 조상님들의 과거 희생을 외면하자고 하면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미래는 언제나 과거라는 기초 위에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월에 우리가 물컵의 반 잔을 채웠으니, 일본이 반 잔 채울 차례라고 했죠. 반 잔 채웠을까요?

“반 잔이 다 채워진 게 아니고 우리가 백 정도의 물컵을 채웠다고 가정하면 백 정도가 남은 거잖아요. 일본이 이번에 100중에서 10 정도를 줬다고 봐요. 90이 아직도 비워져 있다고 생각해요.”

- 일부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마사고 또 내놓으라고 한 거라고 하던데.

“그렇게도 볼 수 있어요. 지금 독도 문제라든가 오염수 문제라든가 교과서 문제라든가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한 다른 이슈들 위안부 문제 이슈들 또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문제들 이런 것들이 다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 양보하라고 지금 일본 쪽에서 압박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말하자면 물 먹고 더 달라고 하는 거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와서 몇 가지의 긍정적인 장면들이 있었잖아요. 셔틀 외교 복원했고 오염수 문제에 대한 시찰단,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유감 표명,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위령비에 공동참배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걸 점수로 환산하면 100개 중의 10개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거예요. 굉장히 굴욕적이죠.”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