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고을 지켜낸 풍수 방비 수호체 '선원사 철불'과 '신계리 마애불'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06)

2023-05-14     김용근 객원기자

고을의 무한한 안녕을 바라는 백성들이 공동체의 염원을 모아 탄생시킨 두 개의 이야기를 한몸에 들인 곳이 있다. 고을의 문화적 수호자가 되게 한 그곳은 남원 선원사 철불과 신계리 마애불이다. 그 두 곳에는 도선국사와 고을의 흥쇠액막이를 풍수로 디자인 해 놓은 동일체의 유전자가 있다.

둘다 고려 초기에 세상에 태어났고 그 탯줄이 도선국사에 이어져 있으며 고을의 비보 호국을 동일체 임무로 가졌다. 남원 고을을 지켜내기 위하여 탄생시킨 두 풍수 방비 무기는 씨줄과 날줄로 튼튼하게 짜여져 한몸으로 고을의 수호자가 되어 왔다.

남원 선원사 철조여래좌상(南原 禪院寺 鐵造如來坐像)은 경기도 하남시 춘궁리에서 출토된 철조 석가여래좌상(보물 제332호)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고려 초기 철조여래상이라고 한다. 도선의 풍수적 비보사상으로 디자인 되어 세상에 나온 선원사는 신라 때 남원의 진압사찰로 남원의 주산 백공산의 지기가 요천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태어 났다고 한다.

그런데 초기 선원사 터의 힘만으로는 약하여 더 큰 방책중 하나로 고려초에 들어 무거운 철불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남원의 주산 백공산보다 더 큰 기를 가진 교룡산의 기를 제압하기 위한 방책으로 신계리 마애불을 함께 세상에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초등학교 때 수업 중에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 하교 후 요천을 건너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학교 바로 옆의 선원사로 가서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등교를 했다. 그 때마다 저녁에는 주지 스님의 방에서 선원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의 기억 중 오늘 꺼내보는 것이 선원사 철불과 신계리 마애불 이야기였다. 

선원사는 남원 고을 지기의 중심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곳에 선원사를 세웠고 옆에 세운 학교 이름을 중앙국민학교로 지은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신계리 마애불 이야기를 들려 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문화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을과 백성을 지켜주는 교룡의 여의주가 죽순 이야기를 품고 부처가 된 신계리 마애불 이야기를 낸 것이 그것이다. 지리산 남원 교룡산에 들어 고을을 지켜주던 수호신이 있다 교룡이다. 교룡은 여의주와 뿔이 없는 미래의 황룡이다.

교룡은 평소에는 백성을 보호하고 적은 물리쳐 고을을 잘 지키지만 여의주를 입에 물면 뿔이 나고 황룡이 되어 승천해 버린다. 그래서 고을 사람들은 교룡이 자손만대로 자신들의 고을을 지켜주기를 바라며 승천하지 못하도록 여의주 바위를 보이지 않도록 땅속에 숨겨야 했다 그 여의주가 전라도 남원 대곡방 신계리에 있었다.

고을 백성들은 그곳에는 대나무를 심지 못하게 했다. 죽순이 땅속에 숨어있는 여의주 바위를 밀어 올리면 용이 보고 입에 넣어 승천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좋은 땅을 찾아 다니던 도선국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잠시 기도를 했다.

도선국사는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서 대나무 지팡이를 꽂아두었다.그 대나무 지팡이는 살아서 번창했고 몇 년 후에는 많은 죽순이 올라오면서 땅속에 숨어 있던 여의주 바위를 밀어 올렸다. 고을 사람들은 황급히 도선국사를 찾아가 대책을 물었고 그 여의주 바위를 반으로 잘라 부처를 모시라는 답을 들었다.

사람들이 그 바위에 부처를 모신후 교룡은 승천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마다 고을을 지켜왔다. 정유년 남원성 전투에서 조선군이 교룡산성에서의 전투를 내세웠던 것도, 동학농민군의 지도자들이 교룡산성에 들어 백성들의 꿈을 실현하려 했던 것도, 교룡이 승천할 때 수많은 물고기들이 따른다는 백성의 용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신계리 마애불 주변에는 지금도 대나무가 없다. 그 마애불에는 해마다 초파일에 죽순을 공양으로 올렸다. 일제 강점기 일제는 정유재란과 동학의 항거체가 존재한 교룡산성에 든 백성의 우월적 신앙체를 훼손하기 위하여 교룡산 앞 봉우리에 금광을 파게 했다. 교룡의 눈을 파내어 그 기운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교룡산 금광 채굴업자는 금이 나오지 않은 그곳을 금나온다고 소문을 냈고 그 대가로 일제로 부터 무주에 광석 채굴권을 얻어냈다고 한다. 고을을 지켜내는 동일체 임무를 지고 같이 태어난 문화적 쌍둥이 선원사 철불과 신계리 마애불은 한몸 고을 수호 공동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