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사' 공개 기간 2개월 연장 뒤 재토론 방침...‘갈등 봉합’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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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박주현 기자

역사왜곡 등 일제 식민사관 논란을 빚은 '전라도 천년사' 공개 기간을 마침내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 큰 갈등의 고비는 넘기게 됐다.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는 11일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온라인을 통한 공개 기간을 오는 7월 9일까지 두 달 더 늘린다고 밝혔다. 

또한 공개 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른 의견과 쟁점에 대한 학술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했지만, 그동안 지속돼 온 저항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해당 기사]

"역사왜곡 심각, 모두 폐기해야”...전북도 주관 ‘전라도 천년사’에 분노한 광주·전남 시민단체·정치권, 전북은 '조용' 왜?

”역사왜곡보다는 폐기가 낫다, 즉각 폐기하라”...'전라도 천년사' 불신·비난 갈수록 '고조’

호남시민단체, 광주·전남 정치권 “역사왜곡·날조, 폐기" 촉구

'전라도 천년사' 총설 집필본 표지(사진=전북도 누리집 갈무리)

앞서 전북도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식민사관과 친일에 관련한 의견을 받았고 그 결과 77건의 이의서가 제출됐다. 이에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에 이어 아예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북은 물론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광주·전남 지방의회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데 이어 전남지역 시장·군수들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진보당 전북도당을 비롯한 광주시·전남도당도 공동성명을 내고 “역사왜곡 보다는 폐기가 낫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우려와 불신은 갈수록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오류와 왜곡된 서술은 우리 전라도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고대사 부분에서 사실 검증이 어려운 일본서기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날조된 사실을 차용했다”며 “전라도 천년사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주된 이유로는 “남원을 기문(己汶), 장수를 반파(伴跛), 강진·해남을 침미다례(忱彌多禮), 구례·순천을 사타(娑陀)라는 임나4현의 지명을 기술한 점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민사관을 따르고 검증되지 않은 '일본서기'와 같은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전라도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점은 심각한 역사왜곡”이라고 강조해 왔다.

동학농민혁명 시초 놓고 정읍-고창 '갈등' 재현

제56회 동학농민혁명기념제가 11일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피어나는 녹두꽃, 자라나는 평화’의 주제로 열렸다.(사진=정읍시 제공)

‘전라도 천년사’는 광주·전남 뿐만 아니라 정읍·고창서도 동학농민혁명 시초를 두고 지역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지역간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놓고도 팽팽히 맞섰던 고창과 정읍 간 갈등의 불씨는 ‘전라도 천년사’의 동학농민혁명 시초 내용을 놓고 다시 거세게 불붙은 형국이 됐다.

‘전라도 천년사’는 무장봉기일인 1894년 3월로 표기했지만, 1월을 시초로 여기는 정읍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결국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오는 7월 9일까지 사서를 공개키로 했다.

편찬위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213명의 전라도 천년사 집필진의 노력과 학술적 성과가 폄훼되고 왜곡되는 현실에 대해 우려와 통탄을 금치 못한다”며 “논리적 비약과 식민사관이라는 국민적 정서를 자극하기보다 정당한 학문적 주장과 토론을 거쳐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국사 교과서와 국사편찬위원회 발간 서적도 '식민사관'이란 말과 같다?”...논란 여지 

편찬위는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편찬위는 또 “언론 매체를 통한 비난이나 성명서 발표를 자제하고 공개사이트의 의견서 접수를 통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서기 지명이나 인명을 사용하면 무조건 '식민사학'이라는 주장은 모든 국사 교과서와 국사편찬위원회 발간 서적도 '식민사관'이라는 말과 같다"고 밝힌 부분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호남권 3개 시·도가 추진한 역사서 편찬 사업이다. 역사와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 213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34권 1만 3,559쪽에 달하는 전라도 오천년사를 담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