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전주와 프라이부르크...왜?

제언

2023-05-11     김길중 기자

아래 네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사진은 전주의 객리단길, 서학동 예술마을,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의 도로 또는 도로 표지판 등이다.

전주시 객리단길에서 최근에 공사가 완료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의 명칭은 '객사길 보행환경 개선사업'이라고 한다.

위 사진은 전주시 객리단길에서 최근에 공사가 완료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의 정식 명칭은 '객사길 보행환경 개선사업'이다. 2019년부터 추진되고 2021년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었고 애초 계획보다 다소 지연되어 최근 마무리 되고 있다. 전주부성의 흔적을 따라 만드는 흔적길, 감성길, 보행길등의 특화된 세 거리 조성을 통해 보행하기 좋은 길로 만들겠다는게 기본적 취지이다. 아스팔트를 보도블럭으로 교체하고 일방통행으로 개편등이 핵심적 내용을 담겨있다.

아래는 독일에 존재하는 독특한 교통 표지판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른 교통정온구역 시작( StVO 2009.svg)표지판으로 파란색 배경에 사람과 자동차, 아이, 그리고 축구공이 그려져 있다. 번역하기에 따라 방어운전구역 시작 표지판이라고도 하는데 이 구역이 끝나면 이 구역의 해제를 알리는 표지판도 별도로 존재한다.

주택가 골목길에 존재한다고 한다. 표지판에 축구공까지 그려 놓은 것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이 길에서는 아이들이 놀이터 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니 주의 해서 지나가야 한다'라는 것을 운전자에게 환기 시킨다. 당연히 속도 제한이나 주의 의무 사고 발생시의 책임에 관한 사항 등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이 유형은 '표지판 유형 325-1'이라고 부른다.

아래 사진은 이것을 실제 구현하고 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지구 내 실제 사진이다.

독일 프라이 부르크 보봉지구의 주택가 도로의 모습(사진=프라이부르크 시청 홈페이지 캡처). 독일은 거리마다 표지판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를테면 보행자 전용의 도로가 가장 큰 상위 개념이고 자전거는 그 아래에 통행할수 있음을 명시하되 속도 제한 등의 규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어둔다. 이 사진은 보행자와 자동차가 혼용할 수 있지만 325-1의 표지판을 통해 도로의 성격이 명시되어 있다.

마지막 사진은 서학동 예술마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마을재생사업에 포함된 내용이다. 맨 처음의 사진과 비슷해 보이나 다르다. 객리단길의 경우 보도와 차도 구분없이 가게 허용하되 보행자를 중심에 둔다는 개념은 존재 한다. 그리고 실제 보도블럭을 깔았다.

이처럼 서학동 사진은 보도블럭이 아니라 보도블럭 형태가 찍힌 특수 포장이며 아스팔트다. 문제는 마을 재생사업을 하며 보행환경이 개선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정작 인도는 과감하게 끊어버린다.

크게 세 개(객리단길과 보봉, 그리고 서학동)의 길은 얼핏 살피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보봉은 그냥 아스팔트 포장이지만 비교도 안될 만큼 안정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남들이 제시해 놓은 사례들을 살펴 좋은 방향이며, 아이디어라고 베껴가면서 이 수준 이상을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일까? 

도로에서의 우선 순위에 사람들을 둔 철학과 접근을 하는 게 아니라 어설픈 모방을 통한 흉내 내기로 오히려 망가뜨리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서학동을 저렇게 만든 것에 대한 합리적 추론과 대안

​여기를 이렇게 한 이유가 짐작이 간다. 일방통행으로 바꾸면서 차도와 보행자를 분리 해야 한다고 여겨 설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보행환경 개선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식으로 보도블럭 무늬의 포장(보도블럭도 아닌)을 할게 아니라 객리단길처럼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보차혼용도로(보행자 중심도로)'로 만들고 보도의 턱을 없앴어야 한다.

​자동차가 진입 할수 있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정주행 내지 역주행하는 보행자를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통과하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다. 독일식의 표지판까지 없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보행자를 조심하게 만드는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얼핏 볼 때 보행자를 신경쓴 것 처럼 포장했지만 이 역시 철저하게 차를 위주로 설계한 것이다. 오히려 보도블럭이 아닌 특수재질 형태의 마감을 통해 그 의도를 감추기 위한 교묘한 포장으로 인해 (숨은)의도가 오히려 돋보이는 것이다.

추가하는 내용.

건들기 전과 후의 보행 환경은 어느 것이 나을까?

다음 로드뷰 캡처 화면. 2021년 10월 사진.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