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보다는 폐기가 낫다, 즉각 폐기하라”...'전라도 천년사' 불신·비난 갈수록 '고조'

[뉴스 큐레이션] 2023년 5월 11일(목)

2023-05-11     박주현 기자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에 이어 아예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전북은 물론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광주·전남 지방의회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데 이어 전남지역 시장·군수들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진보당 전북도당을 비롯한 광주시·전남도당도 공동성명을 내고 “역사왜곡 보다는 폐기가 낫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우려와 불신은 갈수록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기사] 

"역사왜곡 심각, 모두 폐기해야”...전북도 주관 ‘전라도 천년사’에 분노한 광주·전남 시민단체·정치권, 전북은 '조용' 왜?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전라도 천년사 즉각 폐기” 촉구

지난달 24일 전남 보성군 다비치콘도에서 민선 8기 제5차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가 열렸다.(사진=보성군 제공)

전남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3개 시도에서 추진한 ‘전라도 천년사’에 역사 오류와 왜곡이 심각하다”며 "최근 사전 공개된 '전라도 천년사' 34권 e-book의 오류와 왜곡된 서술은 전라도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고대사 부분에서 사실 검증이 어려운 '일본서기'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날조된 사실을 차용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특히 “남원을 기문(己汶), 장수를 반파(伴跛), 강진·해남을 침미다례(忱彌多禮), 구례·순천을 사타(娑陀)라는 임나4현의 지명을 기술한 점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민사관을 따르고 검증되지 않은 '일본서기'와 같은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전라도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전라도 천년사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협의회는 ”특정 연구자의 개인적인 주장이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전라도 천년사’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이후의 모든 자료집이나 역사서 발간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을 사용해 우리 역사의 진실만을 담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전남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오는 16일께 전남도의회 등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라도 천년사 폐기 촉구를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진보당 전북도·전남도·광주시당 “왜곡보다는 폐기가 낫다...전라도 자존심에 먹칠 말라”

'전라도 천년사' 총설 집필본 표지(사진=전북도 누리집 갈무리)

이날 진보당 전북도당과 전남도당, 광주시당도 공동성명을 내고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으로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라도 천년사 편찬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진보당은 “방대한 분량의 전라도 천년사를 단 2주의 짧은 공람기간 동안 검증하고 이의신청을 받는다는 것은 애당초 검증 자체가 요식행위였거나 검증의 진정성을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며 “전라도 천년사를 편찬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전라도 천년사를 편찬하는가가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보당은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전라도 천년사’를 전면 재검토할 것”과 “호남권 3개 지자체와 편찬위원회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투명하고 공개적인 검증 절차 계획을 수립한 것”을 촉구했다. 또한 진보당은 “왜곡보다는 폐기가 낫다”며 “전라도 자존심에 먹칠을 말라”고 강조했다. 

“2만 쪽 사서, 단 2주 동안 e북으로 각계 의견 수렴하고 오류 바로잡겠다는 발상 놀라울 따름” 

전라도 천년사 편찬은 34권 1만 3,559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전라도 정명 천년을 맞아 호남권 3개 시·도가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26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식민사관과 친일 관련 논란이 일면서 지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전라도 천년사는 역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는 일본서기의 내용을 차용해 기술하는 등 식민사관을 고스란히 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초고 발표 이후 단 한 번의 공개적인 학술 토론회조차 개최하지 않았다. 전체 34권, 2만 쪽에 이르는 사서를 단 2주 동안 e북으로 공개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도 "전라도 천년사 편찬을 재논의 하거나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세 역사에 오점 남겨선 안 될 일”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500만전라도민연대'가 지난 2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식민사관에 더해 중국 동북공정까지 추정한 '전라도천년사' 34권 전권 폐기, 사업비 공개와 전액 환수를 주장하였다.(사진=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연대 제공)

이러한 목소리는 전북을 비롯한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나왔다. 전북·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500만전라도민연대’는 전북도청에서 2일부터 8일까지 밤샘 농성과 시위를 전개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역사왜곡 부분이 있다면 충분한 기간을 거쳐 논의하고 학계의 정설을 받아들여야 할 것임에도 서적을 서둘러 세상에 내놓으려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3개 광역지자체는 편찬위원회와 학계,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휘둘릴 게 아니고 체계적 검증 절차와 로드맵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무엇보다 역사왜곡 기술이 있다면 이를 철저히 바로잡아 후세 역사에 오점을 남겨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