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 떠난 전북 현대, 서울과 99번째 ‘전설 매치’...선제골 지키지 못하고 아쉬운 1:1 무승부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2023-05-06     김병직 기자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이 결국 팀을 떠났다. 전북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감독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전했고 구단이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또 “선수단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며, 김두현 수석 코치(41)가 임시로 감독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에게 손편지 남기고 퇴장한 김상식 감독, 당분간 김두현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

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상식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5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또 감독으로 ‘전북 왕조’의 영광을 함께 했던 김 감독은 팬들에게 전하는 손편지를 남기고 전북과의 작별을 고했다. 손편지에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기에 감독직을 내려놓게 되었다. 한 명의 팬으로 멀리서나마 전북 현대와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분간 김두현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의 자격으로 전북의 경기를 지휘하게 된다. 

어린이날인 5일 낮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99번째 ‘전설매치’가 펼쳐졌다. 전북과 서울의 이름을 딴 ‘전설매치’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그간 전북의 압도적 우세가 유지돼 왔다. 지난 10경기에서 전북은 서울을 상대로 7승 3무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은 경기 시작 전까지 서울이 승점 19로 리그 2위에, 전북은 승점 10으로 10위에 위치한 상태였다.

서울과 전북 모두 3-4-3 전형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서울은 임상협 황의조 나상호를 공격 1선에, 이태석 기성용 팔로세비치 김진야를 중원과 날개에 배치했다. 김주성 오스마르 이한범이 수비라인을 구성하고 골문은 백종범이 지켰다.

구스타보 벼락 선제골, 박동진 동점골...‘전설매치’ 1:1 무승부

벼락 선제골의 주인공 구스타보(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문선민 구스타보 아마노 준이 공격을 이끌고 박창우 최철순이 좌우 날개로, 이수빈 백승호가 중원에 위치했다. 구자룡 박진섭 정태욱이 수비진으로, 김정훈이 골키퍼로 나섰다. 주전급 상당수가 부상과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선발진이었다. 조규성 이동준 김진수 송민규 등은 부상으로, 홍정호 김문환은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고 11초 만에 서울의 공을 가로챈 구스타보가 벼락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본인의 시즌 마수걸이 골이자 K리그 역대 최단 시간 골과 타이 기록이었다. 전반 27분 임상협이 골을 넣었지만 VAR 판독 끝에 임상협의 손에 공이 맞은 것이 확인돼 취소됐다.

39분 전북의 아마노 준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안드레 루이스가 들어왔다. 전북에 악재가 더해졌다. 서울이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하고 전북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맞섰다. 전반 서울은 8개의 슈팅을, 전북은 2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전북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이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서울은 오스마르를 빼고 박동진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5분 구스타보가 들것에 실려 나가고 하파 실바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32분, 박동진의 동점골이 터졌다. 나상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박동진이 펄쩍 뛰어오르며 머리로 골을 만들었다.

동점골 이후에도 서울이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윌리안 박수일 일류첸코를 차례로 들여보냈다. 44분 나상호의 슛이 옆그물을 때리기도 했다. 전북은 뒤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결국 양 팀은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1:1로 경기를 마쳤다.

전북 팬들 "조속한 후임 감독 선임과 새 대표 이사 체제로 반등 계기 마련하길" 기원 

이날 3만 7,000여 명이 들어찬 경기장에 그간 응원을 보이콧하던 전북 팬들의 함성이 다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팬들은 경기 내내 “최강 전북”, “녹색의 전사여 전진하라”를 비롯한 응원가와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김상식 감독은 떠났지만 전북의 팬들은 아직 구단의 쇄신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전북 응원석에는 경기 시작 전에 허병길 대표 이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여러 장 내걸렸다. 팬들은 전북 현대의 위상에 걸맞는 후임 감독이 조속히 선임되고 새 경영자가 부임해 구단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FC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 팀들과의 원정 3연전에 나선 전북은 오는 10일 수원, 14일 인천과 경기를 치르게 된다. 선수들의 줄부상과 감독 공백이라는 악조건 속에 전북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행히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