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을 마치며...'인간 승리' 주역들 "새로운 도전의 시작입니다"

전국 최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기⑩

2023-05-01     서치식 기자
'손으로 국토 종단'팀의 자랑스러운 휠체어사이클 주자 5명이 임진각에서 땅끝항까지 560여km를 종단하고 종착지 표지석에 섰다.

4월 22일 토요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을 출발한 ‘손으로 국토 종단팀'은 4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23분경 전남 해남군 땅끝항 표지석 앞에 한 명도 낙오 없이 도착했다.

국내에서는 척수장애인들이 최초의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을 해 낸 값진 결과이자 인간 승리의 순간이다.

땅끝항을 20여km를 앞두고 펑크 난 타이어 수리를 위해 근처에서 주워온 돌로 휠체어를 지지하고 빗속에서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막바지 주행을 해야 했다.

바퀴 하나에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체인, 손 페달이 장착된 사이클과 휠체어의 무게에다 주자의 체중까지 손의 힘으로 560여 km를 이동했다. 예상치 못한 사이클 전복 사고와 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주자 하나가 한 구간을 빠진 채 주행한 일도 있었다.

그대로 목적지까지 갔더라면 ‘손으로 국토 종단’은 실패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 팀이 심각한 갈등에 내몰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 일순간에 단합의 계기로 탈바꿈 했고 마치 누군가 미리 전복 사고를 예견하고 준비하고 안배해 놓은 듯한 상황의 연속으로 최초의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이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다. 

휠체어사이클 전복 사고가 전주에서 멀지 않은 김제에서 일어났고, 대체 가능한 휠체어사이클이 준비된 듯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더욱이 사고 다음 날이 날씨와 체력을 감안해 일정을 여유 있게 짠 단 하루의 날이었기에 이 빠지듯 빠졌던 구역을 ‘나 홀로 주행’할 수도 있었다.

일반 사이클 주자 두 명인 전주예수병원 시설과 직원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맥가이버  솜씨로 척척 수리를 해결해내곤 해 종단팀에게 큰 힘이 되었다.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치는 상황을 보며 2005년 끔찍 헸던 사고로 80여일 만에 의식을 회복 했던 필자의 경험이 떠올랐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시절, 하나님의 존재를 믿었다. 이번 휠체어사이클 종주 기간에 대체 사이클을 가지러 가느라 ‘나 홀로 주행’의 주인공이 된 권성환 씨에게 그런 필자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도 격한 공감을 표했다.

마지막 숙박지인 전남 영암군에 진입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손으로 국토 종단팀'

마지막 숙박지인 전남 영암에 들어서기 직전에 만난 고갯길에서는 자칫하면 인사 사고가 날 뻔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 손으로 나란히 주행하며 나머지 손으로 휠체어사이클 주자의 어깨를 미는 이른바 ‘어깨 밀기’는 멈추지 않았았다. 휠체어사이클 주자를 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함께 이동하며 밀어주기에 양 주자가 숙달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마지막 날, 휠체어사이클 펑크 수리가 지체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와중에도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하는 김준형 센터장.

전주-나주간 라이딩도 함께 한 이종윤(51, 전주 예수병원 시설과) 씨는 국토종단 내내 도움이 필요한 주자를 한 눈에 알아보고 휠체어사이클 주자를 척척 돕던 노련한 사이클 주자다. 그런 그가 가장 조심하던 휠체어 바퀴에 자전거 앞바퀴가 충돌하자 사고를 직감하고 옆 차선에서 따라오던 육중한 시내버스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리며 애썼다고 한다.

그렇게 넘어진 그씨 헬멧 뒷부분이 육중한 버스의 뒷바퀴에 부딪치며 헬멧 쓴 머리가 바퀴에 튕겨 천만다행으로 도로 바깥으로 밀려 나오며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소속 직원이 두 명이나 일반 사이클 주자로 참가한 전주예수병원 시설과 과장이 사이클로 종윤 씨의 뒤를 따르다가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하니 얼마나 아연실색 했겠는가? 

각종 안마기구를 챙겨와 전문가 포즈로 틈틈이 주자의 피로를 풀어주던 사이클 국가 대표 출신의 주부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승합차를 가져와 이동을 도우며 우중분투가 벌어진 마지막 날에는 차가운 몸을 녹일 수 있는 국산차를 준비해 비에 젖은 주자들을 돕기도 하고 빨래를 걷어 빨래방을 찾아 건조까지 해 일일이 나눠주는 수고로 몸이 불편한 라이더들을 세세하게 살펴 감동을 주기도 했다.

마지막 100m 내리막을 질주하는 '손으로 국토 종단팀'. 이 내리막길 끝에 목적지인 땅끝항이 있다.

18년간 골인 지점을 앞에 둔 마라토너의 마음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재활해 온 필자가 ‘손으로 국토 종단’을 함께 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80여 일 만에 불러 일으키고, 지난한 세월 내 손을 잡아 이끄신 하나님이 함께 해 이룬 또 하나의 기적에 합심 협력한 17명의 팀원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전국 최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기>를 마친다.

'560여 km를 달려온 '손으로 국토 종단팀'이 마지막 목적지인 땅끝항에 마침내 도착했다.

끝으로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팀과 함께 한 필자는 만 18년간 스스로를 엄하게 몰아가며 준비해온 하프마라톤에 본격 준비해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 시즌Ⅱ'로 인사드릴 것을 무겁게 약속드린다. 

/서치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