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더탐사' 17번째 압수수색, 대표이사 2차례 구속영장 기각...“언론탄압, 언론자유 침해” 우려 고조

언론계 이슈

2023-04-24     박주현 기자

경찰이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에 대해 17번째 압수수색을 벌인데 대해 언론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검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데 이어 연이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비판 언론에 재갈물리기’란 비난과 함께 국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더탐사>,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 한동훈 장관 관용 차량 미행·자택 방문, 윤 대통령·한 장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등 줄줄이 수사 

'시민언론 더탐사'가 22일 밝힌 입장문 일부(더탐사 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 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는 “22일 새벽 경찰이 <더탐사>에 대해 17번째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더탐사> 측은 ‘언론사 재갈물리기용’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22일과 23일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수사 차원이며 최영민 공동대표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더탐사 압수수색은 무려 17번째라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끈다.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 외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관용 차량 미행, 한 장관 자택 방문, 윤석열 대통령·한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등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은 <더탐사> 강진구 공동대표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더탐사>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

'미디어오늘' 4월 23일 기사(미디어오늘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 <더탐사>는 22일 ‘언론사 재갈물리기용 압수수색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오늘 새벽 <더탐사> 대표이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7번째 압수수색”이라며 “압수수색 이유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하룻밤에 159명이 한꺼번에 숨진 대형 참사의 원인 규명보다 여전히 희생자 명단 공개에 집착하며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이다”고 밝힌 <더탐사>는 “언론사가 제보를 받고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보도 과정에서 설령 법을 위반하는 일이 있더라도 법원은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더탐사>는 “경찰이 작고 영세한 인터넷언론인 <시민언론 더탐사>를 유독 주시하고 있는 것은 현 정권 실세의 불편한 심기를 의식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더탐사>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고통을 보여줘야’한다고 지목 당한 언론이고, 한동훈 장관의 경우, ‘정치깡패’라고 부당하게 규정당했으며, 영부인 김건희 씨는 이미 대선 전에 사라져야 할 언론사라며 저주를 퍼부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영장 집행·청구한 경찰·검찰 모두 한동훈 법무부장관 영향력 아래” 

더 나아가 “영장을 집행한 경찰, 영장을 청구한 검찰 모두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더탐사>는 “언론사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은 이미 지난해에도 문제가 됐으며, 미국 정부의 인권보고서에 <더탐사> 사례가 언급된 바 있다”며 “사법부 마저 검찰 공화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더탐사> 대표이사인 최영민 감독이 회사에서 야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던 중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집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으로는 가짜 뉴스 퇴치를 외치며, 뒤로는 언론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격을 해치는 언론탄압용 압수수색의 칼춤을 이제 멈추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스>는 22일 ‘경찰, 더탐사 17번째 압수수색’이란 제목으로, <미디어오늘>은 23일 ‘경찰 17번째 압수수색에 더탐사 “언론사 재갈물리기용”’이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에서 우려를 표했다. 

“<더탐사> 대표 잇단 구속영장 청구...무리” 

한편 검찰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더탐사>의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2일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등과 함께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폭력행위등처벌법상(공동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9월 <더탐사> 기자에게 퇴근하는 한 장관을 자동차로 추적하도록 한 혐의로 경찰에 의해 지난해 12월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에 언론계는 물론 일부 법조계 안팎에서도 “<더탐사>에 대한 잦은 압수수색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무리다"며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