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역동농법 증폭제...새로운 '농법' 정착 알리는 기쁜 소식"
백승종의 서평
<<김준권의 생명역동농법 증폭제>>(김준권, 푸른씨앗, 2023)
이 책의 저자 김준권 선생과 부인 원혜덕 선생을 여러 차례 뵌 적이 있다. 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아마 10년도 조금 넘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김 선생님은 우리나라 유기 농업 단체인 '정농회'의 회장이셨다. 나중에는, 김 선생님 부부가 작가이신 박정규 교수님과 함께 운영하는 ‘포천교육문화 사회적 협동조합’의 초대를 받아서 두어 차례 포천으로 강연을 간 적도 있다. 김준권, 원혜덕 두 선생님께서 경영하시는 '평화나무농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기 농업 현장이다. 2016년에는 대산농촌문화상(농촌발전상)을 받을 정도로 정평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농장의 뿌리는, 원혜덕 선생님의 선친이신 원경선 선생께서 만든 '풀무원 농장'이다. 앞에 기록한 '정농회'도 실은 원경선 선생께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 농부 단체였다. 시민 누구나가 다 아는 식품 회사 “풀무원”이란 것도, 원경선 선생님의 '풀무원 농장'에서 딴 것이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유기 농업의 역사는 '풀무원'에서 시작해 '평화나무농장'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요약해도 틀린 말이 아닐 줄로 안다.
김준권 선생님은 우리나라 유기 농업의 제2세대를 이끈 분이요.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생명역동농법'을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한다는 사실이다. 1992년에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온 프랑스 농부인 필로 드니에게서 처음으로 이 농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자 김 선생님은 '생명역동농업실천연구회'를 창립하였다. 이 연구회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포천의 '평화나무농장'에서 모임을 열고 '생명역동농법'의 토착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왔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김준권의 생명역동농법 증폭제>>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의 평범한 역사가이고, '농법'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김 선생님의 설명을 읽어보면, 이 책 또한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선생님이 동지들과 함께 연구하는 '생명역동농법'은, 그 핵심이 ‘증폭제’를 만들어 실제 농사에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에 김 선생님과 여러 회원이 증폭제를 만들고 또 만들어, 농사에 써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증폭제 실록>이다. 새로운 농법의 역사책이자 안내서이다.
김준권 선생님의 고백에 따르면, 포천의 '평화나무농장'은 본래 토질이 매우 척박했다. 그러나 해마다 유기물의 투입량을 꾸준히 늘린 결과 토양이 점차 개선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소똥 증폭제'를 비롯해 다양한 증폭제를 땅에 넣자 지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은 어떤 작물을 심어도 잘 자라는 기름진 땅이 되었다.”
김준권 선생님은 “생명역동농법”의 효능을 자신이 실제로 체험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선생님 한 사람의 경험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많은 회원이 공통적으로 체험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차적으로, 유기 농업에 종사하는 이 땅의 농부들에게 복된 소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나라 농업의 역사에도 새로운 '농법'의 정착을 알리는 기쁜 소식이 되리라 믿는다. 또, 날마다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찾으려 애쓰는 시민들에게도 좋은 농산품을 선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참으로, 여러 면에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일독을 권한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