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국회 선거제 개혁’, 20년 만의 ‘전원위’ 백가쟁명으로 끝...국회 출입기자 96.2% “선거제 개편 필요” 주목
[뉴스 큐레이션] 2023년 4월 14일
'자기 얘기'만 하다 끝난 전원위, 합의안 만들어질까
전원위, 4일간 난상 발언···선거제 개편 방향 ‘빈손’
‘선거제 개혁’ 전원위 마지막 토론…여야 입장 차 확인
'선거제 개편' 전원위 토론 대장정 마친 국회, 합의안 도출 '숙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열려 큰 기대를 모았으나 백가쟁명식 토론 끝에 결국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지적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나흘간 100명 ‘선거제 개편' 전원위 토론 대장정...합의안 도출은 '미지수’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원위 4차 토론을 끝으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선거제 개편 토론회는 나흘간 모두 100명의 국회의원이 발언대에 나서 각자의 주장(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 입장차만 분명히 하고 국민들이 공감하고 눈높이에 맞는 합의안 도출은 무위로 끝나고 말아 실망을 안겨 주었다.
모처럼 성사된 전원위에 대한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의 공은 다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로 넘어가게 돼 오는 18일부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총 3차례의 공론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국회 정개특위로 시선이 쏠리게 됐다.
선거제 개편을 놓고 나흘간 벌인 전원위 토론에서 국민의힘인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의원 정수 축소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제시한 의원수 감축안에 반대하는 대신 비례대표제 의석수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지역구 선거 방식을 두고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오히려 소수 정당 출신 의원들의 발언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용혜인 의원 “무슨 근거로 비례대표 줄이거나 폐지한다는 것이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원위 마지막 날인 13일 “전원위는 실패했다”고 전제한 뒤 “오랜 기간 숙의를 거쳐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상수로 놓은 채 병립형 비례제 회귀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를 급속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특히 "'의원 정수 줄이자, 비례대표 줄이자, 폐지하자'고 말씀하시는 분들, 몇 표나 받으셨길래 그러시는지 확인해 보았다"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4만 8,933표, 조경태 의원 5만 9,045표, 윤상현 의원 4만 6,463표다. '지역구 의원이 진짜 의원'이라는 의원님들께서 지난 총선에서 받은 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만 표 남짓 받아 당선한 지역구 의원님들께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50만명의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냐?"고 따져 물었다.
강성희 의원 “병립형 비례대표제 매우 퇴행적...개방형 권역별 대선거구제 도입해야”
지난 5일 전주을 재선거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국회 데뷔 무대나 다름 없는 이날 “국민의 정치 불신을 악용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이나 이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매우 퇴행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대안으로 ‘개방형 권역별 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 제도는 ‘양당의, 양당을 위한, 양당만을 위한’ 선거제도로 다당제를 가로막아온 장애물로, 소선거구제 폐지가 선거제도 개혁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의석수 확대가 없는 상황에서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 진입장벽만 높이는 개악이 될 것”이라며 “현행 300석을 유지하면서도 ‘민심이 온전히 반영되는 다당제’를 실현하는 선거제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개방형 권역별 대선거구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17개 광역시·도를 권역으로 묶어 10명 내외를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강 의원은 “지역구를 현행처럼 후보에게만 찍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후보를 모두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해당 정당의 의석수를 먼저 확정한 후, 각 정당 당선자는 후보자별 득표순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리고 설명했다.
정개특위 마련 3가지 선거제도 개선안 중 합의안 나올 가능성
이날 전원위 토론이 마무리됐지만 선거제 개편 방향과 합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전원위 소위를 구성해 전원위 발언에 등장한 선거제 개편 구상을 정돈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성 여부와 방식은 미정이다. 더구나 총선 1년 전으로 정해둔 '선거구 획정'이 법정 시한을 이미 넘겨 시급한 현안임에도 팽팽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전원위 토론에 참여한 의원들은 대체로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개편의 방법을 두고는 백가쟁명식 설전을 벌여 대안과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이번 전원위 토론은 지난달 국회 정개특위가 마련한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세 가지 결의안인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골자로 하되 개별 의원들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선거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3가지 안에 대한 개선(합의)안 찾기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원위는 의견 수렴을 위해 현재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개특위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숙의 과정을 위한 '공론조사' 사업 수행 업체(한국리서치 컨소시엄)를 선정하고 4월 중 본격적인 조사 일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18일부터 선거구제 개편 관련 3차례의 공론조사 착수
이와 함께 정개특위는 4월 18일부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총 3차례의 공론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차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5월 중에는 권역별·성별·연령별로 비례 모집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2차·3차에 걸친 숙의 공론조사에 돌입한다는 것.
모두 500명으로 구성되는 시민참여단은 5월 한 달 동안 자료집·영상자료 등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 정보를 사전에 제공 받고, 온라인 화상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패널토의·전문가 질의응답·분임토의 등으로 구성된 1일 차 숙의 과정과 2일 차 재숙의 과정을 통해 2차 · 3차 조사에 응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 국민공론조사는 한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기대와 주목이 커지고 있다"며 "국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출입기자, 95% 이상 '선거제 개편 필요' 응답…농산어촌 경우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 77.3% 찬성
한편 이번 전원위와 맞물려 국회의장실은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국회의 선거제도 심사과정을 취재해 온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 1,150명을 대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웹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결과 응답자 609명(응답룰 52.96%) 중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96.2%로 높게 나타났다. 이 중 ‘선거제 개편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56.5%, ‘대체로 필요하다’는 응답이 39.7%로 나타나 언론인들 상당수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선거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자들 중 '정치 양극화 해소'가 67.5%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 다양성 반영(49.9%), 정책 경쟁(46.5%) 순이었다. 반면 비례성 강화(23.0%), 대표성 강화(13.1%)는 이보다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구체적 선거제 개편 방향으로는 중·대선거구제 선호 비율이 60.6%로 가장 많았으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30.0%, 대선거구제는 9.4% 순이었다. 특히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산어촌과 소도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을 찬성하는 응답이 77.3%로 높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