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강성희 바람', 잘못된 공천에 대한 민심 이반...호남 유권자들, 민주당 대안으로 진보 정당 지지 늘어나”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

2023-04-10     이영광 기자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지난 5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가 완주군수를 역임한 임정엽 무소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진보당은 2013년 정당 해산 이후 첫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셈이다. 

이번 재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득표율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15%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김경민 후보는 8%를 기록해 아무 연고도 없는 안해욱 후보보다 낮은 득표를 하였다. 국민의힘으로써는 뼈아픈 패배다. 

이번 전주을 재선거에 대해 평가해 보기 위해 지난 7일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의당의 엘리트 정치와 진보당의 바닥 정치, 대비되는 지점”

 "중앙에선 소외당해도 지역에서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진보당에서 진보 정당의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사진=김성회 제공)

- 5일 열린 전주을 국회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었다가 탈당한 무소속 임정엽 후보 등을 누르고 당선되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정의당과 진보당이 분화된 것이 거의 10년 가까운 일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이후 통합진보당의 해산이라는 과정도 있었고요. 지금 이 사람들이 정확히 통합진보당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구 통합진보당 세력을 포함해서 구성된 정당이 정당 후보를 내서 원내에 진출한 점이 일단 특이하다고 보고요. 제가 정의당 정치에서 가장 비판하는 지점은 정체성 정치입니다. 정체성 정치라면 해당 인물이 보여주는 정체성 위주로 정치 풀어가는 걸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여성이라든지 아니면 성 정체성이라든지 청년이라든지. 자신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강조해서 정치하는 형태를 정의당이 최근에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진보당은 지역 기반으로 한 당 조직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했죠. 노동조합과의 연대도 강화하면서 비정규직 노조와의 활동을 되게 활발히 했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강성희 후보 같은 경우도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오래 해왔던 분으로 들었고요. 현재 상태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다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 하는 걸 통해서 정당 정치를 풀어가고 있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좀 특이하게 봤었어요. 그 조직을 살려서 이번 선거를 치렀고 결국 원내 진출까지 한 상태 아닙니까. 그럼, 이 점에서 정의당의 엘리트 정치와 진보당의 바닥 정치와 대비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의당의 엘리트 정치와 진보당의 바닥 정치와 대비되는 지점이 있지 않냐고 하셨는데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정의당은 지난 지방자치 선거에서 매우 초라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광역 비례 2석과 시군구 의원 7석, 원내 6석 정당답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반면 진보당은 울산 동구청장 후보 당선을 비롯해 광역의원석에 기초의원 17석을 만들었습니다. 지역마다 근거를 두고 꾸준하게 활동해 온 결과였습니다. 이런 식의 지역 풀뿌리 조직 강화에 정의당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에 대해서 정의당이 답을 하기 어려운 게 정의당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 정치의 한계점이라고 봅니다. 중앙 언론에서 정의당과 진보당의 언급량을 생각해보면 중앙에선 소외당해도 지역에서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진보당에서 진보 정당의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지역 유권자들, 민주당 대안으로 진보 정당 지지 늘어나고 있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사진=김성회 제공)

- 재선거라 이게 가능했을까요?

“사실 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상태로 호남 지역에서 진보당이 승리하기 쉽진 않았을 건데 순천에서 당선된 김성동 의원의 경우도 그렇고 호남 지역의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대안으로 진보 정당을 지지하거나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는 물론 재·보궐 선거였기 때문인 것은 맞는데 앞으로 호남 정치에서 민주당의 대안으로 진보당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고 기초 광역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을 얼마나 만들어낼지 이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 지역구의 특성이 있지 않을까요? 전주을 같은 경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는데.

“그건 국민의당 후보와 (민주당)의 경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된 적이 있기는 한데요.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임정엽 후보와 진보당 강성희 후보 간의 대결에서 강성희 후보가 8%p 정도 이긴 선거를 만들어 낸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정운천 의원의 경우하고 같다고 볼 수는 없죠.” 

“양강 체제 경쟁하는 곳이 아닌 진보 정당들이 새로운 활로 모색...” 

- 임정엽 후보는 인지도가 있었고 강성희 후보는 없었는데.

“임정엽 후보 같은 경우에는 바로 옆에 있는 완주군의 군수도 오랫동안 했었고 지역 정치에서 상당히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역 조직도 굉장히 탄탄하고 인지도도 높은 상태였는데 이번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또 무소속으로 나오느냐’는 반대 여론도 있었던 것 같고요. 어쨌든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귀책으로 인해서 생긴 선거고 호남 지역 내에서 민주당 외에 다른 대안을 선택하려고 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여전히 5·18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국민의힘의 눈길을 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진보당 후보에 대해서 관심을 주고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의 등장 기대해 볼 만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요.

마찬가지로 호남 지역에서 선거에서는 정의당도 호남 유권자들로부터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양강 체제로 경쟁을 하는 곳이 아닌 호남에서 진보 정당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 저는 이건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의당은 후보도 내지 못해서 의문의 1패 아닌가요?

“그 지역 조직이 준비가 안 돼 있는 정의당의 문제였는데 그건 의문의 1패라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패배한 게 아니라 조금 전에 설명드렸던 대로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의당이 정체성을 중심으로 해서 중앙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형태의 정치에는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실제 지역 정치에는 굉장히 둔감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난번 지방자치 선거에서 정의당이 진보당보다도 당선자가 적었어요. 그럴 만큼 지역 정치에 대해서 등한시했던 것이 드러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거는 의문의 1패는 가만히 있다가 당한 건데 지금 같은 경우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지역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봐야겠죠.”

“김기현 대표 우편향 행보가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려는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영향”

- 국민의힘에서는 김경민 후보를 냈지만 8%밖에 못 얻었어요. 작년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나 전주시장 후보가 10% 넘은 걸 감안하면 뼈아플 거 같은데.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세를 얻어내는 건 지역 정치에서도 그렇지만 대선 등 큰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거든요. 지난 대선은 어쨌든 지역 정치가 완화되고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한 소위 말하는 2030 세대로 새롭게 선을 그어서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이준석 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이런 분들이 역할을 많이 했고 호남의 민심이 사실 누그러진 측면이 있었죠. 최근에 당 대표 선거에서는 대구 출신으로 순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하람 후보의 활약도 돋보였고요.

그러나 그 최종적인 결과로 김기현 지도부가 탄생했고 1등으로 당선된 김재원 최고위원 같은 경우는 대통령의 5.18 공약 사항을 부정하는 발언 해서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는데 그렇게 물의를 일으킨 최고위원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징계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 통해서 호남의 유권자들이 김기현 당 대표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의 국민의힘은 예전 학살자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때의 스탠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지지율이 다시 급전직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은 김기현 대표의 우편향 행보가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려는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영향 미쳤다고 생각하죠.”

- 그럼, 이번 재보선에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발언이 영향 있었을까요?

“정확히 김재원 최고가 그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발언 자체에 대한 영향이라기보다 그런 발언을 대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봐요. ‘달라진 줄 알았는데 김기현 대표로 돌아가니까 이준석 대표나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그 사람들이 나가는 것으로 다 무효가 됐구나. 저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전국 정당으로서 호남의 마음을 얻을 생각이 없구나’라는 생각하게 된 결과 이번 참패가 나타났겠죠.”

- 근데 어차피 여기는 전주인데, 광주하고는 또 다르지 않나요?

“상대적으로 호남 안에서의 민심을 놓고 보면 전북 지역이 전남보다는 훨씬 저는 유동적이라고 보거든요. 정운천 의원의 당선에서도 볼 수 있지만 반드시 민주당이 되어야만 한다고 전북 사람들이 생각은 하지 않는단 말이죠. 그렇게 마음을 열고 다른 정당의 활동도 도와주려고 하는 전주에서조차도 5등을 했다는 건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죠.”

-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 도당 위원장 책임론도 나오던데.

“‘비례대표를 버리고 출마해야지, 왜 출마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졌다’라고 말은 하지만 정운천 의원의 전북 조직은 움직였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최소한 두 자릿수는 얻었어야 했죠. 이번 선거에 정운천 의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일부 인정이 되지만 정운천 때문에 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조직이 도와줬는데도 안 됐다고 한다면 민심의 이반 즉 국민의힘의 이미지 그리고 더군다나 중요하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국민의힘을 외면하게 만들었을 텐데 그 모든 책임을 정운천 한 사람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는 태도 같네요.”

-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대선 때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했던 안해욱 후보의 득표율 같은데.

“경상도 출신의 안해욱 후보가 아무런 지역적 연고도 없이 전주 지역까지 와서 살아남았다는 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친민주당이나 친국민의힘 계열에 비례 후보를 많이 내는 정당들이 생길 거라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개혁적인 시민들이 지역구 투표에서는 민주당을 찍지만, 정당투표에서는 지금과 같은 투표 형태를 보일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고 보고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 정당 금지 조항이 만들어지면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정당 간의 치열한 신당 간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단초를 이번 안해욱 후보의 선전에서 봤습니다.”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으로 상당히 호남지역 민심 이반한 상태”

김성회 소장(사진=CBS노컷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 안해욱 후보 득표율율을 국민의힘에서 신경 쓸 거 같아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층들이 안혜옥 후보를 찍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원래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좋아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10%라고 하더라도 저는 그것 자체가 국민의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봐요.”

- 내년 총선 얘기해 보죠. 전주을 같은 경우 민주당 후보가 나올 텐데 달라질지 아니면 이전과 같을까요?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앞으로 1년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겠는데요. 사실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으로 상당히 호남지역의 민심이 이반한 상태라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다음 선거에서는 정말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해야 할 텐데 그런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지 이것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 전주을 지역위원장이 있으니까 그 사람 유력하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내년 총선에서 개혁 공천은 되게 중요한 의미를 지닐 텐데 공천 혁신에 있어서 호남 지역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민주당이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의 중요한 지역구 중에 하나가 이번 전주을이 될 거로 예측해 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이번 재보궐선거로 인해서 여당 내의 내홍은 더 커졌을 거라고 보고요. 김기현 대표는 출범하자마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과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올 연말까지 김기현 지도부가 버틸 수 있을까요? 저는 이것이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