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안방서 2연패 '탈출'...성적 부진에 '응원 보이콧', '대표·감독 동반 사퇴' 요구 이어져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2023-04-10     김병직 기자

4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전주성).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6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시즌 전 예상과는 달리 초반 부진에 빠진 두 팀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승리를 통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태에서 전북이 결과를 가져왔다. 부상에서 돌아온 아마노 준의 결승골과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린 하파 실바의 득점으로 전북이 인천에 2:0 승리를 거두었다.  

전북, 인천에 2:0 승리...부진 탈출 '시동' 

결승골의 주인공 '아마노 준'(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5라운드까지 홈팀 전북은 1승 1무 3패 승점 4점으로 8위, 원정팀 인천은 1승 2무 2패 승점 5점으로 7위에 위치해 있었다. 전북은 인천과의 최근 10경기에서 5승 4무 1패로 우세했지만 올해 홈에서의 연이은 졸전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알짜 선수들을 영입하며 울산과 전북의 우승 경쟁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되던 인천도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두 팀 다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북은 박진섭 김건웅 구자룡을 3백으로 세웠다. 먼저 수비라인을 튼튼히 해서 인천의 빠른 공세를 막아낸 뒤 골을 노리겠다는 김상식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정우재와 김문환이 좌우 날개, 아마노 준과 류재문이 중앙을 지키고 공격 일선에는 이민혁 한교원 구스타보가 나섰다. 구스타보는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김정훈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조성환 인천 감독도 3백을 들고 나왔다. 전주성으로 원정을 떠나온 상대팀 감독들이 주로 꺼내드는 전형이다. 델브리지 김동민 오반석이 3백을 구성하고, 김도혁 신진호 문지환 김준엽이 중원에 위치했다. 김민석 에르난데스 홍시후가 공격을 이끌었다. 골문은 이태희가 지켰다.

첫 슈팅은 전반 40분 전북 류재문의 발끝에서 나왔다. 아마노 준이 추가 시간 종료 직전 두 번째 슈팅을 날렸다. 반면 인천은 전반에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인천의 조성환 감독이 전반 42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석과 홍시후가 나가고 발이 빠른 제르소와 송시우가 들어왔다. 득점 없이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전북이 일선 공격수들을 교체했다. 송민규 이동준 하파 실바가 들어오고 한교원 이민혁 구스타보가 빠졌다. 전북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인천이 제르소의 빠른 발과 델브리지의 높은 헤더를 앞세워 전북 진영에서 연이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쐐기골을 터트린 '하파 실바'가 팬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 12분에 아마노 준의 발끝에서 전북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번 시즌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아마노 준의 시즌 첫 골이었다. 후반 31분 인천이 김도혁과 문지환을 빼고 정동윤과 음포쿠를 들여보냈다.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통해 반드시 승점을 획득하겠다는 조성환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다. 36분 전북은 정우재를 빼고 맹성웅을 들여보냈다.

후반 43분 아마노 준의 패스를 건네받은 하파 실바가 전북의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실바의 K리그 데뷔골이자 전북 외국인 선수들의 시즌 첫 골이기도 했다. 인천은 수비수 델브리지가 자신의 진영으로 내려가지 않고 전북 문전에 머무르며 골을 노렸지만 득점을 하진 못했다. 

이날 결승골과 1도움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끈 아마노 준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그간 이기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했고 앞으로 연승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전북 이적 뒤 미진했는데 오늘 득점으로 팀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의 사퇴 요구에도 대표와 감독 요지부동...갈등 계속될 듯

대표 이사와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북 현대 팬들(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표와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전북은 최근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전주성 북쪽 홈 서포터 석에는 허병길 대표와 김상식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걸개가 경기 전부터 가득 내걸렸다. 서포터들은 지난 홈경기 때처럼 이날도 침묵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선수들은 홈구장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90분 경기를 뛰어야 했다. 대신 원정 응원차 방문한 인천 팬들의 함성이 전주성을 가득 채웠다. 

전북의 현재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하고 뛰는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전북은 이날 승점 3점을 따내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득점과 승리에도 불구하고 “김상식 나가 허병길 나가”를 외치는 분노한 팬심이 응원의 함성을 대신했다. 뒤늦은 허병길 대표 이사의 사과문 발표에도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팬들은 감독과 구단의 소통 부재를 지적한다. 또 ‘닥치고 공격’으로 대변되는 ‘전북다운 축구’의 실종을 비판한다. 무엇보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서 고만고만한 팀으로 만드는 ‘김상식 감독의 특별한 재주’를 성토하고 있다. 라이벌이자 우승 경쟁 상대인 울산 현대가 개막 후 6연승을 내달리며 승점 18점으로 멀찍이 앞서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전북 팬들의 심정이 좋을 리 없다.

사태 해결을 위한 전북 현대 구단과 김상식 감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8,697명의 관중이 전주성을 찾았다.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