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잉 공화국, 수도권 과잉 정치 방향키, 정치 결정 뻔해...35년 해봤으니 다른 것으로 바꾸자"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
국회가 지난 3월 30일부터 전원위원회를 소집했다.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소집된 전원위 주요 안건은 선거법이다. 21대에서 준연동형제를 적용했으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되어 개정할 수밖에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원 정수 증원 등 세 개안을 올렸으나 국민의힘이 반대해 증원 안 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선거제 개혁을 주장해온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3월 29일 서울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소선거구제, 변화 불가피...비례대표 없애자고 하는 건 시대착오적 주장”
- 30일부터 선거법 개정을 위한 국회 전원위가 열리잖아요. 본격적인 선거법 개정 문제가 다뤄질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국민의힘의 경우 도농복합을 세게 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전향적인 자세라고 봐요. 사실 국힘은 그간 아무것도 안 하겠다거나 혹은 비례대표도 연동형에서 아예 병립형으로 돌리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갖고 있었거든요. 3가지 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토론 시작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합의해 하나로 결정하기로 원내대표 간 합의한 게 있어요. 그래서 일정 부분 기대 혹은 희망을 품어보게 되는데요, 미래세대에 진흙탕 정치 말고, 싸우더라도 종국엔 타협하고 반보씩이라도 전진을 유도하는 정치 제도를 만들면 좋겠어요.”
- 그럼, 병립형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라고 보세요?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만 병립형으로 후퇴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3가지 안 중의 하나는 ‘전국병립형비례+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거든요. 지역을 잘게 쪼갠 소선거구제를 넓혀서 듬성듬성 나누고 4~7명을 한꺼번에 뽑는 거예요. 때문에 소선거구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봐요.”
-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는 비례대표 아예 없애자는 의원도 있잖아요.
“비례대표를 없애자고 하는 건 아주 시대착오적인 주장이에요. 지역을 중심으로 선출되는 의석수가 85%고 비례대표는 15%밖에 안 돼요. 국회의원은 정부를 의회에서 견제하고 600조가 넘는 예산 심의하는 것이 핵심 기능입니다. 국가적 사안에 골몰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런데 표는 작은 소지역 구에서 받다 보니 구의원, 시의원들과 똑같이 등산모임, 경조사 쫓아다니고, 지역 신호등 챙기고 그러는 거거든요. 우리나라가 국회의원을 써먹는 방식 자체가 아주 잘못되고 있는 거죠. 국회의원은 명확히 국가 일을 봐야 하는 자리입니다. 253개의 지역으로 쪼개져서 자기 지역만의 이해관계를 챙기면 공동체 전체를 향해 해야 할 결정을 제대로 못 하게 됩니다.”
수도권 과잉 공화국에 수도권 과잉 정치로 방향키가 맞춰져 있어...문제“
- 아까 국민의힘이 도농복합엔 동의하는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도농복합은 뭔가요?
“농촌은 지금처럼 1인을 뽑고요, 도시는 대선거구제로 해서 3~5인을 뽑도록 하는 거죠. 예컨대 광주광역시는 현재 8명을 뽑는데 지역을 8개로 쪼개 뽑고 있잖아요. 이를 4개씩 총 2개의 선거구로 나누어 4인이 하나의 큰 선거구에서 선출되는 거예요. 자연히 어느 한 당이 독점하던 지역은 그 독점이 깨질 가능성이 생기고, 정당 간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겠죠. 여기에 더해 3당도 당선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텐데, 어느 한 정당이 압도적 승리가 일어날 수 없으니 서로 잘하기 경쟁 또는 타협지점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어요. 도농복합이라는 것도 그렇고 지금의 소선거구제도 그렇고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어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게 되면서 의석이 대폭 늘고 있고, 지방은 줄고 있어요. 지금도 네 개의 시·군지역을 묶어서 1인을 뽑는 지역구도 많은데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면 이게 5개, 6개 계속 늘어나 너무 광범위한 지역을 1인이 마크해야 하니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정치제도가 인구와 인구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도록 세팅돼 있는데 수도권 과잉 공화국에 수도권 과잉 정치로 방향키가 맞춰져 있어요. 수도권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결정은 빤하죠.”
-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신인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던데.
“거꾸로 신인이 들어가기가 쉬울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당에서 비슷한 사람으로 다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타겟 층을 정해 다채로운 팀 공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존 소선거구는 그 지역에서의 자원과 역량을 가장 많이 가진 1인으로 공천해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50대 60대 전문직 남성이죠. 반면 대선거구로 가게 되면 다양한 색깔과 어젠다를 포섭하기 위해 노·장·청, 여성, 다양한 직업군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 증원, 예산 동결 전제로 논의할 수 있어”
- 그럼, 중대선거구제도 해볼 만한 건가요?
“소선거구는 나쁘고 대선거구는 좋다라고만 말할 순 없어요. 어느 제도나 완벽한 것은 없고, 장단점이 있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지금의 소선거구는 우리가 개발 발전 시대에 지역 간의 경쟁과 보편화를 위해 경쟁하며 지금의 수준을 이루는 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이제부터 우리가 맞을 미래는 국가 전체, 공동체 전체를 향해 양보를 요구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자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초고령사회의 진척으로 과거에 짜 놓은 복지제도는 지속 가능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연금제도 역시 종국엔 깨지게 되어 있고, 의료체계는 지방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나라를 작은 선거구로 쪼개 우리 지역을 대변하게 하는 것이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겁니다. 이대로는 괜찮은 미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순 없죠.
소선거구로 35년을 해봤어요. 이기기 위해 상대방에 진흙 던지는 정치는 해도 국민 삶을 더 낫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싸우는 건 점차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죠. 해야 할 개혁과제도 계속 뒤로 미루고요. 대선거구제는 어느 일방의 독점체제를 허락하지 않도록 하는 특징이 있어요. 까치밥을 남겨주는 제도죠. 집권해도 일방적으로 하면 다음에 정권 넘어가면 다시 다 뒤집게 되어 있어요. 사회의 안정성에도 상당한 파국을 주는 것이 현재의 정치문화입니다. 금도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국민들의 이해관계와는 상관 없이 정치인들끼리의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조차도 완벽하진 않지만 35년 해봤으니, 다른 것으로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 국회 전원위에 세 개 안이 올라왔잖아요. 원래 50명 증원하자는 안이 있었는데 국민의힘이 반발해서 증원을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이 더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대 감정에 대해 이해합니다. 그러나 슈퍼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누군가의 사적 이익으로 흘러 들어가진 않는지를 감시하는 것이 현재의 의원 수로 쉽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오히려 특권은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거기에 세비 등 국회에 들어가는 예산을 동결한다는 전제가 깔리면 연봉삭감, 보좌진 수 축소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논의해볼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26일 여야 청년 정치인으로 꾸려진 초당적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국회의원의 세비와 정수를 국민이 참여하는 제3기구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네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이것도 같은 선상에서 굉장한 특권이에요. 그래서 이를 객관화시켜야 한다고 봐요. 자기 월급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문제는 감산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따로 둬서 다뤄야 한다고 보고, 같은 구조에서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예요. 선거제도 수정 권한이 예를 들면 자기를 뽑는 시험을 자기가 출제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별도의 기구로 넘기라고 하는 게 기본 골자예요.”
“세상 바꿔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이고 계속 연대하고 시도하며 변화 외쳐가야”
- 근데 국민 대표성이 없지 않나요?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아서 대표성이 있지만 제3의 기구는 국민이 뽑은 게 아니잖아요.
“결정 위임하는 것을 결정하면 돼요. 이해관계자라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도 않고 객관적인 결정을 거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고, 제3의 기구에서 결정된 것을 따르는 것으로 정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선거제도는 선거가 있기 1년 이전에 완비하라는 법의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면 4.10일까지 이를 완료해야만 합니다. 주어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사실상의 불법 국회가 되는 겁니다. 더더욱 권한을 내려놓고 국민 공론조사 위원회로 논의를 넘겨 거기서 결정되는 것을 국회가 따라야 합니다.”
- 국민 가운데는 선거구제 개편이 내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 같은데.
“모든 사안마다 사실은 그런 점들이 있죠. 그래서 실제로 정치도 나하고 관계없어 투표도 안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희의 영향력이 미천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꿔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계속 연대하고 시도하며 변화를 외쳐가는 거죠.”
- 민주당 얘기를 해보죠. 지난 22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고 민주당은 당무위를 열어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만약에 당헌 80조를 작동시키지 않았었더라면 저는 엄청난 문제제기 했을 것 같아요. 물론 조금 서두른 느낌은 있지만 당일에 80조를 작동시켜 당무위에서 결정한 자체는 좋다고 봅니다. 다만 당의 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랬을 것으롤 이해되는 측면이 있죠. 당무위를 하루 이틀 뒤에 열어 조금이라도 숙고하는 모양새를 보여줬었더라면이란 아쉬움은 있습니다.”
- 2월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했는데 부결되었죠, 그러나 찬성표가 많이 나온 건 어떻게 보셨어요?
“지금 검찰의 체포동의안의 영장 내용이 너무나 허술하게 짜여 있었어요. 기존에 428억이 뇌물이라고 검찰에서 언론플레이를 했고, 그 관련 기사만 1천 건이 넘게 풀렸어요. 그런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이재명 대표는 뇌물을 먹은 부패 정치인이라는 인상이 들잖아요. 그런데 내용엔 뇌물 얘기는 온데간데없어져 버렸어요. 그럼에도 가결 또는 기권표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당에 심각한 신뢰 손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는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해서 부족한 부분 메꿔 나가야”
- 민주당 지지자들은 색출작업이나 수박 깨기 행사 등을 하는데.
“민주당은 문을 넓혀 사람들을 들어오라고 했지만, 집의 크기는 넓히지 않은 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어요. 밀도가 높아지니 짜증 지수도 높아지고, 다른 의견에 대한 포용이나 이해의 수준이 높아지기 어렵죠. 지지자들의 행동이 옳은 것도 아니지만 이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제라도 진지하게 집을 넓히는 작업에 착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해소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의견수렴, 당의 의사결정을 여전히 국회의원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지지자들은 사후평가를 하거나 필요에 의해 동원되는 정도의 수동적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야 해요. 온라인상에서의 의사결정 참여프로세스와 지역/광역/중앙으로 상시 의사결정과 의제 설정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 회의가 오프라인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달 27일에 당직 개편했잖아요. 당 내홍이 가라앉을까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당직 개편을 요구한다? 논점이탈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분열보다는 화합하며 뭉쳐서 위기를 돌파하자는 측면에서는 평가할 측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인선 되신 분들 보니까 전당대회 예선에서 당 대표 후보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던 김민석 의원 중용했고, 미래 이슈에 대한 관심, 정책감도 좋으신 분이에요. 한병도 의원 등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인사 같아요. 검찰의 수사도 무리하고, 기소도 억지 기소인데 대표에 대한 사법 이슈는 개인뿐 아니라 당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되어 있어요. 검찰 역시 이재명 개인이라기보단 민주당 전체를 풍랑에 빠트리려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일치단결해 잘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현존하는 국민 삶의 위기라고 하는 건 초고령화 문제, 기후 위기 문제, 도시화로 인해서 지방은 축소되고 있고 산업의 대전환과 노동력 문제도 있어요. 생산의 문제는 이미 지방을 덮치고 있고, 추후엔 소비파트로 문제가 넓어질 겁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지금처럼 교육받으면 미래 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는가 등 많은 질문이 켜켜이 쌓여 가는 문제예요. 정치가 사실 이걸로 밤새워 토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제대로 바꿔보자는 것이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개수는 많아지고 우리 사회가 이를 완충하고 조율해서 타협안 만들고 수용하는 사회로 변화시켜가야 합니다. 100% 관철시키고 싶지만, 저쪽의 주장 때문에 결국 50% 정도를 수용하더라도 서로가 반 발짝씩이라도 나갈 수 있는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정치 체계가 저는 절실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정치가 변화되지 못하면 우리가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국민들의 삶을 지킬 수가 없다고 하는 측면에서 정말 정치인들의 엄청난 역사적 책무 책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 지금 한일 회담이나 외교 문제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많은 실정들을 저지르고 있어요. 국내에서 연금, 노동 문제 등 스스로 걸려 넘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일본과의 만남에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기고 와버려서 향후의 관계에서도 안정적 미래를 설계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져 버렸어요. 이런 거는 초당적으로 같이 여야가 협심해서 제대로 된 국가적 대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저는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해서 부족한 부분들 서로 메꿔가면서 제대로 된 나라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