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한 지각생인가?

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2020-07-17     신정일 객원기자

“옛날에 호생(芦生)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오랫동안 과거 공부를 하다가 과거를 보기 위해 장안(長安)으로 가던 도중에 한단(邯鄲)이라는 찻집에서 선잠을 자게 되었다. 그 짧은 선잠에서 자기가 과거에 급제하여 출세를 거듭한 결과 대신에까지 올라갔다가 벼슬에서 쫓겨난 뒤에 초라한 차림새로 고향에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꿈을 깬 호생은 인생이 본래 그처럼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입신출세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보다 고향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여겨서 그대로 발길을 돌려 고향에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중국의 고사 <한단지몽邯鄲之夢>에 실린 글이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 알고서 사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도를 하게 되고 종국에는 인생이 운명 지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겪게 되는 순서이다.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알 사람 누구랴, 사람들은 중병에 든 환자처럼 일생의 반을 꿈속에서 지내며 어리석은 사람들과 허튼 말을 나누며 사랑이라는 번민에 빠져 괴로워하느니 별로 생각도 못하고 하는 일도 없이 건들건들 놀다가 죽는 것이라 하네.“

플라텐의 <인생 >이라는 시이다.

늦기 전에 알아야 하는데 늦게야 알고 후회하는 인생, 그래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나는 영원한 지각생, 언제나 조금씩 늦고 있구나.” 하고서 한탄을 했다는데,

나는 지금도 매일 늦게야 알고서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글 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