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회의원 10석 유지 ‘아슬’, 인구 감소로 3곳 조정 불가피...의회민주주의 '흔들'

[긴급 점검] 국회의원도 수도권 쏠림, 실태와 문제점(3)

2023-04-04     박주현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거제 개편’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인구 감소 지역들은 선거구 획정 조정에 따른 국회의석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가 지역 소멸로 이어져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는 판국에 지역 민의를 대변해 줄 국회의원수 마저 감소하면 지역에 미치는 타격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지역의 이해를 중앙정치에 고루 전달할 균형 잡힌 선거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핵심 과제다. 특히 지역 소멸과 수도권 집중화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선거구 획정에 관한 논의 쟁점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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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초미 관심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이해, 지역의 미래가 얽혀 있다. 선거구 수에 따라 지역 정치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서 전북지역의 지역구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긴장하는 상황이다. 전북지역에서 '전주시병' 지역구는 상한 인구를 초래했지만, 익산시갑,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등 3곳의 지역구는 인구가 부족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북 10석’ 보루 무너질 수도...4월 말 선거구 '윤곽'

전북지역과 같이 인구 감소가 가파른 지역일수록 이처럼 선거구 획정 때마다 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전북은 인구 감소와 국회의원 인구 상·하한선 조정, 선거구제 개편에 따라 현재 전북 10석이라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빠르면 오는 4월 말 22대 총선 선거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어서 전북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마련한 3가지 안 중에서 국회 전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단일안을 채택, 합의 처리하기로 뜻을 내비쳤다.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으로 보이고 있는 지역은 인구 감소로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선거구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이다. 정개특위 결과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는 합의를 통해 3개 선거구제 개정안을 토론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힘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은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1안)’와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를 제시한 상태다. 

민주당의 2개 안 중 1안은 지역구의 경우 전국을 17개 시·도 기반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6~11명을 뽑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비례대표는 2016년 총선 때까지 쓰였던 대로 전국 단위로 지역구와 별도의 정당 투표로 뽑는다. 하지만 이는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절대 유리해 정치 신인의 총선 참여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도시, 농촌 중심 광역단체들 선거구 획정 난항...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율 추이(국회미래연구원 제공)

또 다른 2안은 지역구의 경우 선거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비례대표는 전국 6개 권역에 후보를 나눠 내서 뽑되(권역별) 정당별 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정당 득표율과 일부 연동해 결정하는 방식(준연동형)이다. 이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제외하고 지역구 선출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선 선거구당 3~10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되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에선 선거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또 비례대표 의원은 전국 6개 권역에 후보를 나눠 내서 뽑되(권역별) 정당별 비례 의석수를 비례투표 결과로만 결정하는 방식(병립형)이다. 이 같은 안대로라면 전북을 비롯 전남, 충남, 충북, 경북, 경남 등 중소도시와 농촌중심의 광역단체들이 선거구 획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농·산·어촌에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 국회의원 2대 1 인구 상하선에 따라 도시와 농촌지역의 인구등가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이 외에 다양한 선거법이 대안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선안이 합의점에 이르려면 적지 않은 갈등과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법적 구속력도 아직 없다. 이 때문에 누가 과연 총대를 메고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해묵은 제도 하에서 선거구가 획정되고 선거가 치러질 개연성이 높다.

차제에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인구수 변동으로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획정 기준 불부합 지역선거구 현황’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13만 5,521명~27만 1,042명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인구 상한을 초과한 지역구는 18곳, 인구 하한에 미달한 지역구는 11곳이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익산갑,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등 3곳 선거구 지각변동 불가피

2022년 시도별 합계출산율(통계청 제공)

이 중 전북은 상한 인구수를 초과한 전주병 한 곳, 하한 인구수에 미달한 곳은 익산갑과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등 모두 4개 선거구가 분할·통합 대상이다. 다만 22대 총선 상·하한 인구수가 지난 21대 총선 13만 9,000명~27만 8,000명 기준보다 낮게 조정돼 전북은 선거구 10석 유지에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전북 선거구 조정은 전주병은 일부를 전주갑, 전주을 등으로 옮겨 전주 3곳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산갑은 익산을과의 분할 등을 통해 2곳 선거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제·부안은 군산과 묶어 2개 선거구로 분할되고, 남원·임실·순창은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 중 장수를 떼어내 재조정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막판 정치권 조율이 관건이다. 그러나 인구가 계속 감소 추세인 전북지역 대부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러한 불안한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참정권' 사각지대 방치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 적극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들(왼쪽부터 한병도, 윤준병, 안호영, 김성주)이 3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사진=김성주 의원실 제공)

또 다른 문제는 국회 정개특위와 여야 협상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의 반발과 지역 형평성 등으로 조정 기준이 변할 수 있다. 여기에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의 논의가 진행되면 전북은 선거구 축소로 지역 대표성이 악화할 수 있다. 인구 편차 기준을 절대적으로 반영하면 전북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 축소가 불가피하고, 농어촌 선거권자들의 지역 대표성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의회민주주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전북의 지역 대표성과 정치력이 더욱 약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역들이 참정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