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시샘하는 꽃샘추위...'오는 봄' 막을 순 없어
이화구의 '생각 줍기'
지난 주부터 날이 따듯해지며 봄이 오는 것 같더니 꽃샘추위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며 찾아온다더니 맞는 말 같습니다. 오후에 산책을 나갔더니 붉은 아기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금세라도 꽃을 피울 태세이니 떠나가는 겨울이 붉고 예쁜 아기 진달래를 시샘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주 정도면 앙증맞게 붉은 꽃망울을 떨어트린 아기 진달래도 진분홍 그리움의 꽃으로 온 산을 곱게 곱게 물들이며 만개할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이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봄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진달래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진달래꽃은 어느 봄꽃보다 정겨운 우리 꽃으로 수 천 년 동안 이 땅을 아름답게 수놓았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최초로 진달래꽃이 등장한 것은 신라시대의 향가와 관련된 문학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라시대 향가 ‘헌화가(獻花歌)’에서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여 가는 동해안 길에서 수로부인이 산기슭 위에 핀 꽃을 꺾어주기를 부탁하자 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꺾어서 바쳤다는 꽃이 진달래였습니다.
그리고 ‘도솔가(兜率歌)’라는 향가에서 보면 하늘에 해가 두 개가 뜨는 일이 벌어지자, 물론 여기서 해는 임금을 상징한다니, 해가 두 개라는 말은 정치권력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천문을 담당하던 신하가 임금에게 “스님으로 하여금 꽃을 뿌리며 정성을 들이게 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간언을 하자,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승려 ‘월명사’에게 축문을 지어 부르게 했다는 이야기에서 스님이 뿌린 꽃도 ‘진달래’였으며, 당시 진달래를 뿌리면서 공덕을 들였던 ‘산화공덕(散花功德)’의 정서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에서는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달래의 가장 오래된 우리말 어원을 살펴보자면 “아으! 동동다리”라는 후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려가요 ‘동동(動動)’에서 'ᄃᆞᆯ욋곶'으로 불리었으며, 조선 중종 때 최세진 선생이 편찬한 ‘훈몽자회’라는 책자에서는 '진ᄃᆞᆯ위'로 되어 있으니 아마도 오래 전부터 ‘진달래꽃’을 비록 한자로는 ‘산척촉(山躑躅)’이라고 표기했을지 몰라도 입으로는 우리의 고유 언어인 ‘진달래’라는 말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사진 중에 특이하게 생긴 노란 꽃은 꽃 이름이 약간 이국적인 ‘히어리’란 꽃인데 원산지가 우리나라 전남 순천으로 송광사 주변에서 시오리(十五里) 마다 이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하여 ‘시어리’가 되었다가 ‘히어리’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요즘에는 전국적으로 보급이 많이 되어 우리 주변에서 봄이면 쉽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오늘 산책길에 보니 개나리도 노란 꽃잎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쯤에 핀다는 자주색 제비꽃도 담벼락 풀섶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며, 손녀 집을 눈앞에 두고 쓰러진 할머니의 넋이 피어난 꽃이란 전설을 전하고 있는 할미꽃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으니 꽃샘추위가 아무리 방해를 해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