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국 SVB 주식 10만주 ‘휴지조각’ 되나?...지방은행 연쇄 파산시 700억 손실 우려 ‘초긴장’

[뉴스 큐레이션] 2023년 3월 15일

2023-03-15     박주현 기자

서울 재이전설로 연일 뒤숭숭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파산 사태를 맞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모회사 SVB 그룹에 투자해 약 300억원 가량이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2·제3의 미국 지방은행 파산 여파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국민연금공단이 초긴장 상태다.  

국민연금공단은 “아직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발 국내 투자 손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새여서 직격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 SVB금융그룹 주식 3,624억 투자…해외 종목 중 150번째 많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국내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SVB 그룹 지분 10만 795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탁운용 분은 제외한 직접운용 규모다. 그런데 SVB 주가는 지난 9일 기준 106.04달러까지 급락한 뒤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SVB 폐쇄를 결정하면서 주가는 하루 새 267달러에서 급락했다.

국민연금공단은 SVB가 속한 SVB 금융그룹에 3,800여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주식 투자 종목을 보면 SVB 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2021년 말 기준 3,624억원이다. 채권은 240여억원으로 공시된 투자액은 약 3,800억여원에 달한다. 

앞서 국민연금이 공시한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SVB 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3,624억원(지분율 0.7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화 10억원 미만 종목은 생략한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3,298개 종목 가운데 150번째로 많은 금액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분을 25만 2,427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 같은 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77만달러(404억원)에 이른 규모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부동산 대출에 많이 노출된 중소 지역은행 중 하나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파산 가능성이 큰 은행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은행의 주가는 이틀 간 약 30%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SVB 파산 여파로 연이어 폐쇄 소식이 전해진 시그니처은행 지분도 지난 2021년 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홈페이지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 주식의 보유 평가액은 직접·위탁 운용을 모두 포함해 62억원으로 당시 시세 기준으로 약 1만 4,000여주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 SVB 그룹 투자 현재까지 약 300억원 손실 추정”

연합뉴스TV 3월 13일 방송 화면(캡처)

따라서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이미 SVB 그룹에 투자해 약 3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제2·제3의 미국 지방은행 파산 시 400억원 가량의 추가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퍼스트리퍼블릭 지분을 지난해 말 기준 약 4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시 외에 투자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직접 및 위탁 포함 보유 지분은 2021년 말 대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SBV 파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통화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역대 최저인 -8.22%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 결산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890조 4,000억원으로 전년(948조 7,000억원) 대비 58조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수익률을 자산별로 보면 국내 주식 –22.76%, 해외 주식 –12.34%, 국내 채권 –5.56%, 해외 채권 –4.91%, 대체 투자 8.94%로 나타났다. 부동산 등을 포함한 대체 투자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였고 주식 투자 손실이 특히 컸다.

해외 주식 많은 국민연금,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수 있을지 관심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제고를 위해 해외 주식 비중을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는 2027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은 14%로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은 2027년까지 40.3%로 높이는 내용의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240조 9,000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 부분에 대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현지의 SVB 관련 주주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사업 기반 약화 등에 대해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은 점을 내세워 불특정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제24조에는 ‘기금은 기금이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또는 그 임직원 등 의 법령 및 관련 규정의 위반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