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정치권 요동’...민주당 텃밭 민심 ‘불안’, 제2·3 정치세력 등장하나?
뉴스 큐레이터 시선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검찰의 야당 탄압’과 ‘대통령의 정적 제거 폭거’라고 규정하며 거센 반발을 하고 있고, 여권은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라'며 검찰을 자극하는 등 ‘방탄 국회 포기'를 요구하며 맞선 양태다.
이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올 4월 전주시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전북지역은 민주당의 무공천 속에 국민의힘, 진보당, 무소속 후보들의 '다자구도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22대 총선 앞두고 지역 정치권 '긴장'
특히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번 기회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가결 시 민주당의 운명과 다가올 22대 총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법은 곧바로 다음날인 1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에 보냈다고 밝혔다.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다음주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과 관련한 본회의를 오는 27일에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체표동의안은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된 뒤 사흘 뒤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 여부는 오는 27일이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명 이탈표 나오면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법원에 출석해야
현직 국회의원인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국회법상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동의안이 가결되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접수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요건이다. 다만,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한 상황이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169석의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115명과 정의당 6명,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1명이 체포에 동의 표를 던진다면 28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 내 비명계 이탈표 여부가 변수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다수 발생해 28표에 이르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명계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당내 분위기상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북 현역 의원들, 겉으로는 단일대오 투쟁...속내는 내년 총선 더 관심
전북지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다수가 친명계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원안 부결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안호영 수석 대변인(완주·진안·무주·장수)은 16일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계속 싸우겠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이 헌정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수석대변인은 “야당을 무력화하고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려는 전대미문의 폭거”라며 “군사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윤석열 검찰의 만행에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전북 의원들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 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 전북도당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제1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내놓은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며, 명백한 표적 수사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누가 보더라도 보복 기소하려 한다“며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기소로 규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은 내심 불안한 모습이다. 당장 1년 후에 치러질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이번 사태로 분열되거나 이반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시작된 전북 정치권의 강경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주을 재선거 이후 민주당에 대한 민심 향배에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라며 “당장 1년 후 총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데 그 중에는 검찰의 집요한 먼지털이식 표적수사가 전체 국민들의 민심을 돌려 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동남아 출장 중인 김관영 전북지사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기소해서 재판으로 판단하면 될 일을 왜 정쟁의 소용돌이로 만드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의 한 지방의원은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 사활을 걸고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맞서 단일대오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사실 미지수여서 민심의 변화가 어떤 물꼬를 따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스템 공천 강화될 것” vs “제2,3 정치세력 등장 가능성”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초·재선이 많은 전북의 현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대정부·검찰 투쟁에 똘똘 뭉쳐야 최소한 인위적 물갈이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민주당 내 지역 정치권의 시각을 종합하면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 하나는 이 대표가 검찰의 칼날을 비켜 갈 경우 내년 총선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 또 다른 시각은 만일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질 경우 제2, 제3의 정치세력 등장으로 인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대폭 교체와 정치권 판갈이론이 교차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17일부터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맹공에 나섰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권력 사유화와 민주주의 파괴"라며 “‘윤석열 정권 검사 독재 규탄대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정의당은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정의당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야 하고, 불체포특권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당론에 입각해 현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