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신입생 없는 학교 급증 '대책 막막'...전남, '지역사회 공동 대응' 위기 돌파 '실효' 대조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3)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30년을 맞는 지금 각 지역마다 날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물론 지역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선뜻 해결 방안이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극심해 외국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 공장, 회사에 이어 심지어 지역 대학들도 외국인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한때 200만명에서 190만명에 이어 180만명으로 인구 감소의 내리막길을 치닫아 온 전북은 지역 소멸의 가장 심각한 중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을 통해 인구 감소 실태와 원인을 조명하는 한편 다른 지자체들의 인구·청년 정책 등을 살펴보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전북, 신입생 ‘0명’ 학교 23곳”
“인구 줄면서 학교도 점점 사라진다.”
2023년 새해 벽두부터 전북지역 교육현장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들이다. 학교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된다는 뉴스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인구 감소로 신음하는 전북지역에 올해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무려 23곳에 달해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북, 신입생 0명 학교 23곳, 10명 미만 학교 27곳...갈수록 심화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중 2023학년도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23개교며, 초등학교는 20개교, 중학교는 3개교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군산·김제 각 4개교, 고창·부안 각 3개교, 진안·순창·임실 각 2개교, 익산·남원·무주 각 1개교이다. 또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도 초등학교·중학교 각 13개교, 고등학교 1개교 등 27개교다. 지역별로 보면 부안 6개교, 군산 5개교, 남원, 임실 4개교, 김제·남원·무주·순창 각 2개교에 해당한다.
이들 학교는 면 및 도서지역에 대체로 위치해 있지만, 올해는 시지역의 동 단위 초등학교도 나타나 학령인구 감소 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전북지역 학생수 감소도 가파르다. 10년 전 학생은 25만 180명이었으나 2020년에 20만명을 넘지 못한 19만 6,466명, 2022년에는 18만 8,639명으로 집계됐다. 10년간 학생은 6만1,541명이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전체의 24.6%가 감소한 것이다. 학교급으로 보면 초등학생(13.1%, 1만 3,0820명)보다 중학생(30.5% 2만 1,524명), 고등학생(35.2% 2만 6,197)이 더 많이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오는 2027년에는 학생 수가 현재 18만 8,639명에서 3만 1,618명(16.8%)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학생수 10명 미만인 초·중·고의 소규모 학교는 27개교에서 57개교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북지역 전체 767개 학교의 5.7%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기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더 늘고 있다"면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과밀지역 학교 신설과 구도심 통합운영학교 등 학령 인구 대응 정책을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늘어나려면 지역 인구도 함께 늘어나야하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학교도 살아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남,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 10% 육박...2023년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 46곳
인근 전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지역 농어촌학교의 신입생 감소와 교원 인사의 지역 불균형으로 인해 농어촌 교육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휴·폐교된 전남지역 초등학교 28개교를 제외한 468개교 중 2023년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46개교로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신입생이 1명인 학교도 16개교나 되며, 이들 모두 농어촌지역에 있는 학교다. 신입생이 없는 농어촌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3년간 경력 교사의 배치 비율은 목포, 순천, 나주, 광양, 여수, 무안 6개 지역이 전남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경력 교사 배치가 도시로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남 유·초·중·고 학생 수는 2017년 22만 8,000명에서 2022년 19만 9,000명으로 12.6%나 감소했으며, 출산율 감소로 볼 때 이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 위기가 그대로 교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학교 운영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위해 전남도와 교육청이 함께하는 논의 기구 구성을 적극 검토하고 나설 정도다. 또한 농어촌지역의 교육 불평등 심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원 인사 대책도 마련 중이다.
전남도·시·군, 전남교육청 등 '지역사회 공동 대응'...농산어촌 유학정책 '실효'
이와 함께 전남지역에서는 “더 늦기 전에 도 및 시·군과 교육청, 도의회와 지역사회 교육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교육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도의회 박형대 의원(진보당, 장흥1)은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학교 운영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남도와 교육청·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논의기구 구성도 검토해야 하고, 농어촌지역의 교육 불평등 심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원 인사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교가 수십년 만에 휴교되는 등 전남지역 교육환경이 열악해 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교육청은 대응방안으로 농산어촌학교 유학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최근 지역의 강점인 자연친화적 생태환경과 작은 학교의 특성을 살린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시작해 올해 3년째를 맞고 있는 '전남농산어촌 유학정책'은 단기형과 장기형, 가족체류형, 농가홈스테이 등으로 다양화해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수도권 등에서 농산어촌 지역의 학교로 전 가족이 이주해 3년 이상 생활하는 정주형 장기유학일 경우 경비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유관기관과 지자체·범부처 협력에 기반한 체계적인 지원 대책에 나섰다.
전남도교육청, 농산어촌 유학정책 강화로 '위기 돌파'
전남교육청은 전남도와 중앙부처 공모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시·군 지자체 등에는 농산어촌유학 활성화 조례 제정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농산어촌 유학정책 참가자의 가장 큰 고충이 주거여건 인점을 고려해 빈집 리모델링, 주택·생활 편의시설 확충 관리 등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과도 협력해 '농촌유학센터 지정 및 운영비 지원' '가족 체류형 주택 확보' '팜스테이 연계 체험활동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교육공동체 네트워크 등과 협력해 특색이 담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도록 강사진도 확보할 계획이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여파는 중·고교로 이어져 수십년 만에 본교가 휴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도심의 학생들이 전남지역의 학교에서 일정기간 지낼 수 있는 농산어촌 유학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전남지역의 농산어촌 유학정책 첫해 82명이던 유학생은 지난해 304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 70% 이상이 유학 기간을 연장했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 문을 닫는데 급급한 전북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는 사례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