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돌리고, 밤에 불러내 폭행하고...조합장 선거 과열·혼탁, ‘불법·사고’ 속출

[뉴스 큐레이션] 2023년 2월 4일

2023-02-04     박주현 기자

오는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지역마다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며 온갖 비리와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조합장 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경찰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기부 행위와 폭력 등이 전북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3일 전북선거관리위원회(전북선관위) 등에 따르면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의 대표를 선출하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김제지역 한 축협 조합원에 배달된 홍어가 완주군 등 다른 지역에도 배달됐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선관위와 수사기관이 사실 관계 조사에 나섰다. 

특히 대량 구입된 홍어를 택배가 아닌 지인들이 직접 차량을 통해 조합원 등에게 조직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당국의 단속망을 피해 배달이 이뤄지고 있어서 실질적인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홍어 받은 분 자수하세요”…단속·수사 비웃는 축협조합장 선거

KBS전주총국 2월 3일 뉴스 화면(캡처)

이에 김제지역 한우 경매시장 등에는 전주김제완주축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홍어를 받았다면 자수하라‘는 안내문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다. KBS전주총국은 3일 관련 보도에서 전북선관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홍어를 받았다고 자수를 한 사람이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자수 권유 안내문과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전주김제완주축협의 한 조합원은 홍어 전달과 관련해 "많이 들었다“며 ”누가 받았네, 먹었네하며 홍어가 오는 대로 막걸리 사다가 서로 먹어버렸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전북선관위는 오는 15일까지 특별 자수 기간을 설정하고 자수를 유도하고 있다. 

이 때까지 홍어를 받은 사실을 신고하면 과태료를 피할 수 있지만 끝까지 숨겼다가 적발되면 받은 금품의 10배에서 많게는 50배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15만원어치 홍어 받으면 최고 750만원 물 수도“ 

이날 KBS전주총국은 해당 기사에서 ”자수한 조합원이 밝힌 홍어 무게는 4.6kg로 요즘 서해산 홍어값으로 따져 15만원어치를 받았다고 한다면 최고 750만원까지 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북선관위는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 받은 사람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되, 자수한 사람에게는 과태료 부과 면제를 적극 적용해 신고·제보를 유도하고 신고자에게는 최고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기부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후보자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 받은 선거인인 조합원 및 그 가족 등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제공 받은 가액의 10~50배)할 방침이다. 

마을 80대 노인 무차별 폭행 남성, 알고보니 농협 이사 출마 앞둔 전직 파출소장

전주MBC 2월 1일 뉴스 화면(캡처)

한편 정읍의 한 농촌마을에서는 농협 이사 선거와 관련해 전직 파출소장 출신인 60대 남성이 80대 노인 2명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 파장이 크다. 지난 2일 정읍경찰서는 전직 경찰 간부 김모 씨(62)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날(1일) 전주MBC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1일 오후 8시경 정읍 산외면의 모처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김씨는 마을 노인 A씨(83)를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척추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차에 태운 채 현장에서 20km가량 떨어진 저수지로 끌고 가는 등 3시간 넘게 어두운 밤길을 다니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지역에서는 농협 이사 선거(9일)를 앞두고 있었다. 

'전직 파출소장, 노인 폭행 사건' 언론 보도 '파장'...경찰 '수수방관' 비난 

전주MBC는 1일부터 3일까지 관련 보도를 연속 이어갔다. 방송의 보도를 종합하면, 정읍 산외면의 한 마을에 사는 83세의 송 모씨는 지난 11일 저녁 8시쯤 같은 면에 살던 전직 파출소장에게 폭행을 당해 뇌혈관이 터지는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다른 80대 노인 역시 구타를 당한 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며, 3시간 넘게 차에 끌려다니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그런데 문제의 인물은 바로 이 지역 파출소 3곳의 소장을 역임했던 62세 김모 씨였다. 농협 이사 출마를 계획했던 김씨는 그동안 출마하지 않겠다던 80대 노인들이 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에 격분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전주MBC는 ”폭행 발생 3주가 지난 뒤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자 정읍경찰서는 그제야 피해자 조사에 나섰다“는 3일 기사에서 ”경찰은 오는 3월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촌에서 선거 관련 불법 행위가 없는지 엄단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농협 이사에 출마한다는 전직 파출소장의 무차별 폭행에 좁디좁은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는데 고소장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경찰의 해명에 제 식구 감싸기냐, 무능이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굴 예쁘니 술 마시자"...농협 조합장 성희롱 논란까지

전주MBC 2월 3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는 이날 또 다른 기사에서 ”정읍의 한 농협 고위 간부가 동료 직원에게 수시로 막말을 해 대기 발령된데 이어 이 농협 조합장까지도 여직원의 외모를 평가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고, 문제가 제기되자 물밑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를 해 주목을 끌었다. 

기사는 ”정읍 황토현농협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A씨가 지난해 7월 전 직원 회식이 있었는데 2차 술자리에서 조합장이 한 말에 모멸감을 느꼈다“며 ”A씨는 얼굴이 예쁘니 3차 술자리에 같이 가자고 조합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피해 직원 A씨는 "조합장이 ‘예쁜 여직원들이랑 술 한 잔 더 하고 가야겠다’고 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직원 3명을 지목하였고, 한 여직원한테는 ‘너는 못 생겼으니깐 빠져’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합장 김모 씨는 취재진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전화로 사실이 아니라는 말만 전해왔다”는 기사는 “측근을 통해 피해 직원과 접촉해 '오는 3월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문제 제기를 멈춰달라'며 회유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이런 일을 최근에야 알게 된 해당 농협 조합원 대책위원회는 다음 주에 조합장의 성희롱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지역 단위별로 선출되는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장에게는 4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등 권한과 특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조합장 되면 어떤 특혜 주어지기에? 

임기 동안 조합장은 조합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교육지원사업 등 조합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업무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직원들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조합장 선거를 치르는 농협의 경우 전국 조합장들이 책임지는 금융자산은 700조원이 넘으며, 조합장 평균 연봉은 1억 1,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 감사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합장들은 임기 내내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는 말이 조합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올 정도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