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와 조선 유학자의 '꿈' 차이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3-01-31     이화구 객원기자

인간은 생존을 위해 잠이 필요하고 잠을 자다보면 꿈을 꾸게 되는데 꿈도 잠을 자기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재충전할 기회를 가지지만 우리 정신은 쉬지 않고 있답니다.

자는 사람의 뇌파를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자는 동안 뇌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꿈에 대한 연구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간접적 보고만을 근거로 하여 정신에서 일어나는 꿈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정확한 측정과 객관적 관측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리고 ‘꿈’하면 최고의 전문가로 서양의 심리학자이며 의사였던 ‘지그문트 프로이드’를 연상할 겁니다. 그분은 꿈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해서 꿈이 생성되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꿈을 해석하는 방법과 사례, 꿈의 왜곡 현상, 꿈의 작동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과 심도 있는 이론, 꿈이 형성될 때 작용하는 정신 과정 등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삶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해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의 어느 유학자(김대현 선생)가 쓴 ‘술몽쇄언(述夢瑣言)’이라는 “꿈을 서술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란 의미를 담은 책자를 보면 꿈에 대해서는 서양의 심리학자 프로이드보다 한 수 위이며 상당히 형이상학적입니다.

이 책자를 보면 인생이란 꿈일 뿐이라며,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상황도 사물도 행위도 깨고 나면 한낱 환상(幻像)일 뿐이며, 꿈은 참(眞)이 아니라는 겁니다. 참으로 꿈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자고 깨는 것은 작은 꿈이요, 태어나고 죽는 꿈은 큰 꿈”일 뿐이며, 사람이 “장수를 한다는 것은 긴 꿈이요, 요절한다는 것은 짧은 꿈”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꿈속에서 어떤 때는 아주 긴 세월의 꿈을 꾸고, 어떤 때는 아주 짧은 꿈을 꾸지만, 깨고 나면 그 긴 세월과 짧은 순간도 다 환각일 뿐임을 알게 되듯이, 인생 또한 꿈을 깨고 나면 장수도 요절도 그와 같은 환각에 불과하다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을 누리는 꿈, 빈천하고 불행하고 슬픈 꿈 등을 꾸지만, 한번 꿈을 깨면 모든 것이 환상인 줄을 알고 웃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랑과 미움도 결국은 인생이란 이름의 꿈을 깨는 순간 모두가 다 허망하게 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에 대하여 악착스레 다투고 집착할 필요가 없고, 부귀하다고 교만할 것도 빈천하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책에서는 물거품 같고 환상에 불과한 속세의 물욕에 노예가 되지 말고 희로애락에 집착을 버릴 것과, 도를 닦고 수양을 쌓아 자신의 본성을 찾아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인간들이 가장 흔히 경험하는 꿈을 인용하여, 부귀와 영화를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부정과 악덕을 감행하는 일부 세상 사람들의 태도는 어리석은 짓이며, 사랑과 미움과 분노와 기쁨에 집착하려 연연하는 태도는 우스운 노릇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자에서는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의 꿈이며, 삶은 죽은 자의 꿈”이라고 말합니다. 살아서 깨닫지 못하면 그것은 살아도 참이 아니고, 깨달음이 없으면 죽어도 본래 자리로 돌아감이 아니랍니다. 결국 깨닫지 못한 사람은 비록 고금을 통틀어 지식에 통달하고, 지혜가 만물에 두루 미쳐도 이는 꿈속의 사람일 뿐이랍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꿈속의 사람은 오로지 꿈속의 세계만 알 뿐 꿈 밖의 세계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꿈을 깬 사람은 능히 꿈 속의 일을 생각할 수 있고 또한 꿈 밖의 일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참으로 도인 같은 말씀입니다.

언뜻 듣기에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세상이 지나치게 각박하고 서로 시기하며 질투하며 화합할 줄 모르는 세상을 살다보면 잠시 멈춤의 여유를 가지면서 한번쯤 새겨볼 만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